아파트 가치 결정하는 ‘이것’

아파트시장서 커뮤니티시설이 단순한 부대시설을 넘어 단지의 가치를 결정 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건설사들도 다양한 프리미엄 커뮤니티시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갤럽코리아 ‘2024 부동산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커뮤니티 특화 주택’이 선호 주택 유형 중 25%를 차지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주택 선택 시 고려 요인으로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을 꼽는 응답도 20%를 차지했다.

커뮤니티시설은 점점 고급화·다양화되고 있다. 과거 아파트는 기본적인 편의 시설 위주였지만 최근 실내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센터뿐만 아니라 골프연습장, 카페,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시설들이 생겨나고 있다.

고급화
다양화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아파트단지는 청약 시장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입주민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향후 시세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서울서 분양한 ‘래미안 원페를라’는 수영장, 스카이브릿지, 실내골프연습장 등 차별화된 커뮤니티시설을 갖춰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1순위 모집에 9만여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527.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서 분양한 ‘더샵 라비온드’도 다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시어지 라운지를 비롯해 에듀 라운지, 피트니스클럽, 스크린골프장 등을 갖춰 수요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단지는 1순위 평균 26.1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커뮤니티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는 시세 역시 높게 형성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의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스카이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수영장, 사우나 등을 갖춘 고급 커뮤니티를 제공하며 지역 내 대표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단지 내 전용면적 131㎡가 지난 1월 28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지역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남 창원특례시 의창구 중동에 위치한 ‘창원 중동 유니시티 1단지’ 역시 어린이집, 실내체육시설, 피트니스 및 스파, 실내골프장, 키즈&맘즈카페, 작은도서관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갖추고 있어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해당 단지 역시 지난 1월 전용면적 135㎡가 16억원에 거래되며 의창구 내 최고가를 달성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선택 시 평면이나 입지뿐만 아니라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커뮤니티시설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특히 고급화된 시설을 갖춘 단지는 장기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신규 단지.

▲양정자이더샵SK뷰=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양정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건설된 ‘양정자이더샵SK뷰’ 아파트가 임대동 임대세대를 모집 중이다. 19평(전용 11평) 단일 평형으로 115세대를 임대할 예정이다. 내부 구조는 침실1, 거실&침실, 주방, 욕실, 발코니 등으로 이뤄진다.

양정자이더샵SK뷰 임대동이 들어서는 2단지에는 213동과 214동 데크 하부에 위치한 커뮤니티 센터, 지하 1층에는 대형 실내체육관과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 키즈카페, 카페테리아, 남·여 독서실과 작은 도서관, 멀티룸이 설치된다. 지하 2층에는 대형 피트니스클럽과 PT룸, GX룸, 필라테스 시설, 남·여 사우나, 관리사무소로 구성된다.


단지 내 프리미엄 커뮤니티시설
단순한 부대시설 넘어 핵심 요소

지상 정원에는 중앙에 대형 공원인 센트럴프라자와 어린이놀이터 4곳, 교향악가든·건강마당·핀오크가든, 맘스스테이션도 들어선다. 2025년 3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임대동은 2단지 202동에 위치하며 2단지 중에서도 접근성이 최고다.

지하철과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근린상가도 바로 밑에 위치해 이용하기에 수월하다. 동 간 거리도 넓게 확보돼있고, 전 세대가 남서향이라 개방감은 물론 일조권도 뛰어나다.

분양 전환 임대 아파트로 인근 시세 대비 합리적인 임대가로 최대 10년까지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하다. 그 이후에 분양 전환이 가능한 아파트라고 보면 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거주지, 세대주 등 각종 자격 조건이 없으며 만 19세 이상 다주택자도 계약이 가능하다.

전세 후 확정된 분양가로 10년 뒤 분양(의무임대 기간 종료 시 우선분양전환권 부여) 전환하면 된다. 임대보증금 외 비용이 들지 않으며 최대 90%까지 대출이 가능해 2000만원대로 실입주, 실투자가 가능하다. 주택 수에 포함이 안 된다. 각종 세금(취득세, 종부세, 재산세 등)이 면제되며 HUG보증보험으로 전세보증금이 보호된다.

양정자이더샵SK뷰는 총 2276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3개 단지로 설계됐다. 각 단지마다 대형 커뮤니티 센터가 들어선다. 외관은 유리 패널로 디자인한 커튼월룩과 유리 난간을 도입해 차별화하고, 3개 단지 모든 동은 판상형으로 설계돼 동 간 간섭을 피해 조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건폐율도 평균 17.71%에 그친다.

시세 역시
높게 형성

지하철 1호선 양정역, 시청역 도보권에 위치해있을 뿐만 아니라 동의의료원, 부산시청, 경찰청, 보건소, 연제구청, 대형마트 등이 인접하다. 부산 중심 상권 서면과 2코스 거리로 다양한 인프라를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또 양정초, 양동여중 및 양정고, 부산진여고 외 10개 이상 초·중·고등학교 등이 주변에 다수 분포돼있다.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 두산건설 컨소시엄은 창원특례시 진해구 여좌동 일원 대야구역 재개발정비사업을 통해 ‘창원 메가시티 자이&위브’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37층, 17개동, 총 2638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54~102㎡ 2038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 실내골프장, GX룸 등 다양한 운동시설이 마련된다. 사우나, 북카페, 독서실, 경로당, 키즈카페, 맘스스테이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제공된다.

이른바 ‘마창진’ 통합 생활권 입지를 갖춰 마산, 창원, 진해 세 지역의 인프라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진해구의 경우 도로망 개통으로 지역 간 이동이 더욱 편리해지면서 주거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더 높은 가치

창원시청에 따르면 2023년 11월 성산구 양곡동과 진해구 석동을 잇는 귀곡~행암 간 국도 대체 우회 도로가 개통하면서 기존 진해 시가지를 통과할 경우 16분이 소요되면 것에서 신규 도로 개통으로 6분이면 이동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4월 성산구 천선동과 진해구 석동을 연결하는 석동터널이 개통하면서 출퇴근 시간대 통행 시간이 20분 정도 단축되는 등 이른바 마창진 간의 접근성이 개선됐다.

창원을 대표하는 일자리인 창원국가산업단지로 이동하는 시간 역시 줄어들 예정이다. 현재는 단지 남쪽에 있는 양곡 IC를 거쳐 20분대가 소요되지만, 단지 주변 양곡 교차로 개선 사업이 완공되면 창원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한 창원 시내를 10분 내외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예정이다.

양곡 교차로 개선 사업은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완료되면 완암서 신촌광장과 진해 방향으로의 원활한 진출입이 가능해진다.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 두산건설은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일원에 ‘두산위브더제니스 평내호평역 N49’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3개동, 아파트 548가구와 상업시설로 조성된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74·84㎡, 펜트하우스 등으로 구성된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 센터, 독서실, 키즈카페, 어린이 놀이터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마련된다. 단지 내 조경도 특화 설계를 적용해 쾌적한 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단지는 호평 택지지구 중심 상업 지역에 있다. 수석-호평 간 도시고속도로 평내IC가 가까워 잠실역까지 20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 신경춘로가 인접해 서울 동북권으로 이동도 수월하다. 여기에 2030년 GTX-B 노선(예정)이 개통되면 서울역까지 1시간 이상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20분 이내로 크게 단축될 예정이다.

삶의 질을 높이고
주거 경험 차별화


사업지 북측으로 이마트가 있고 도보 10분 거리에 메가박스, 주민센터와 우체국 등이 있다. 지난해 백봉지구에 300병상 이상의 경기 공공의료원 유치도 확정되면서 인프라는 더욱 풍부해질 전망이다. 단지 앞에 사릉천이 있어 수변 생활이 가능하고 약대울 체육공원, 천마산, 백봉산, 체육문화센터 등도 인근에 있다. 주변 평동초, 호평중, 호평고 등 우수한 학군과 더불어 호평동 학원가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원주역 중흥S-클래스= 중흥토건은 원주시 무실동서 ‘원주역 중흥S-클래스’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5개동, 전용면적 84㎡, 총 508가구 규모다. 피트니스 센터, GX룸, 실내 골프연습장, 작은 도서관 등 커뮤니티시설을 비롯해 차별화된 특화 설계가 예정됐다.

남원주 역세권은 원주시 무실동 일대 KTX 원주역 주변 약 47만㎡ 부지에 약 4000여가구 규모의 주거단지와 함께 역세권 특화용지, 상업·업무용지, 학교용지, 공원 등 다양한 기반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2015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투자선도지구로 지정돼 지역 성장 거점으로 육성되고 있다.

2023년 말 택지 조성이 완료된 상태로, 아파트 입주 이후에는 원주를 대표하는 신흥 주거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는 KTX 원주역이 근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아파트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계획), 경강선 여주~원주 복선전철(2028년 예정) 등 다양한 교통 개발 호재도 예정돼있다.

바로 앞에는 이마트가 위치하며, 상업·업무 용지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또 AK플라자, 롯데마트 등 대형 쇼핑 시설과 함께 원주시청,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등 공공기관도 가깝다. 단지 옆에는 마재근린공원과 마장근린공원 등 녹지 공간도 마련돼있다. 인근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예정 부지가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 삼육초·중·고교, 대성중·고 등 모든 학군이 위치하며 무실동 일대에 조성된 학원가를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에코델타시티 아테라= 금호건설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에코델타시티 24BL에 ‘에코델타시티 아테라’를 분양한다. 지하 2층~지상 16층, 16개동, 전용면적 59·84㎡ 총 1025가구로 조성된다. 단지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아파트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될 예정이다.

수요자 선호도와 희소성 높은 전용면적 59·84㎡로 구성돼있다. 전체 가구 중 약 63%가 전용면적 59㎡로 공급에 나서는 이곳은 높은 희소성을 통해 소형 평형을 선호하는 수요자에게 메리트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스카이라운지를 비롯해 게스트하우스와 다목적 실내체육관 등 커뮤니티시설까지 갖춰 ‘아테라’만의 우수한 상품성을 자랑할 예정이다. 입주 시점에 맞춰 단지에 다양한 생활인프라 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

우수한
상품성

단지가 들어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부산 강서구 강동동, 명지동, 대저2동 일원 대지 면적 1만1770㎢(약 356만 평) 부지에 인구 약 7만6000여명을 수용 가능한 주택 약 3만가구가 계획된 서부산 생활권 주거지로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 첨단 스마트 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돼 미래 가치를 갖춘 신흥 주거지로 주목받고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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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