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방건설의 부당 지원 행위를 지적하고 나섰다. 벌떼 입찰로 취득한 알짜 공공택지를 오너 2세가 지배하는 계열회사에 의도적으로 넘겼다고 본 것이다. 화끈한 지원에 힘입어 이 회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대방건설그룹은 2009년 경영 전면에 등장한 오너 2세 구찬우 대방건설 대표의 지휘 아래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2021년부터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대외 위상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틈새 편법
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건 구교운 회장이지만,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는 건 구 회장의 아들인 구 대표다. 구 대표는 대방건설 지분 71%를 쥐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구 대표→대방건설→자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대방건설은 디비건설을 비롯한 다수의 계열회사에서 최대주주로 등재돼있으며, 대방건설 및 산하 계열회사에서 파생된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8할에 육박한다.
대방건설그룹은 시공에 집중하는 여타 건설 전문 기업집단과 달리 다수의 시행 계열회사를 운용하면서 자금조달부터 사업 추진, 시공에 이르는 유기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해 왔다. 해당 사업 모델은 수익성이 월등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공공택지를 낙찰받을 경우 시공을 통한 이익은 물론이고, 시행에서 파생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방건설이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게 된 배경이다.
반면 이 같은 구조는 내부거래 규모가 커지는 폐단을 만들었고, 실제로 대방건설그룹이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사정 당국의 규제 강도는 나날이 높아졌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방건설의 계열회사 부당지원 행위를 지적하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를 저지른 대방건설과 산하 계열사에 과징금 205억원을 부과하고, 대방건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알짜 공공택지를 오너 2세 회사에 넘긴 혐의에 주목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2014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자신 및 계열사가 ‘벌떼 입찰(건설사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편법 입찰하는 행위)’로 확보한 공공택지를 대방산업개발 및 자회사 5곳에 전매했다. 공공택지는 총 6개로 전매 금액은 2069억원이다.
공정위, 부당 지원 과징금 205억 부과
벌떼 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 6곳 전매
전매된 공공택지는 ▲서울 마곡 1곳 ▲전남 혁신도시 2곳 ▲충남 내포신도시 2곳 ▲경기 화성 동탄 1곳 등 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이었다. 대방건설의 사업성 검토 결과에서도 상당한 이익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특히 충남 내포 2곳과 경기 화성 동탄의 경우, 구 회장 지시로 전매가 실행된 게 확인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그 결과 6개 공공택지 개발사업에서 대방산업개발과 5개 자회사는 매출 1조6136억원과 2501억원의 이익을 취했다. 해당 금액은 대방산업개발 총 매출액의 57.3%, 5개 자회사 총 매출액의 100%에 달한다.

전매 택지 6곳에 대한 시공 업무는 대방산업개발이 수행했다. 그 결과 대방산업개발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14년 228위에서 지난해 77위로 급상승했다.
대방산업개발은 구 회장의 장녀인 구수진씨가 지분 50.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수진씨의 남편인 윤대인 대표는 대방산업개발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며, 대방건설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충남 내포 택지 2곳은 대방산업개발 산하 5개 자회사에 전매됐다. 이는 5개 자회사가 추첨으로 공급되는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 실적)을 인위적으로 충족시켜 향후 벌떼 입찰 등에 참여시키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한용호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 사건 지원 행위를 통해 대방산업개발과 5개 시행자회사는 급격히 성장했다”며 “공공택지 개발시장 및 건설시장에서의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고 언급했다.
질서 교란
다만 공정위는 이번 행위가 대방건설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전에 완료돼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 대신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구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구 회장과 대방건설이 이번 행위를 법 위반으로 인식했다는 자료는 발견하지 못해 법인만 고발하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편법적인 벌떼 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가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향후 사업 역량을 갖춘 실수요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되는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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