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운명 쥔 헌법재판소 막전막후

두 갈래 길 결론은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국민의 눈이 두 갈래 갈림길에 쏠려 있다. 심판대에 오른 사람은 심판관의 결정에 따라 한쪽 길로 향하게 된다. 어느 길로 가든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복귀냐 파면이냐. 이제 판단만 남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는 온 나라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국민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8년 만에 다시 보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탄핵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칼자루
다시 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심리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을 끝으로 10차에 걸친 변론이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차 변론기일에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했다. 탄핵소추의 핵심 배경인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임기 단축 개헌, 책임총리제 등 복귀 이후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이 마무리되면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현재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돼있지만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직을 잃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파면이다. 탄핵이 결정되면 정국은 대선 모드로 바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3월 헌재 선고, 5월 대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헌재는 변론 종결 이후 숙의 단계에 들어갔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의는 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사건의 쟁점을 토론하는 과정이다. 통상 주심재판관이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재판관이 각자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사건
결과에 따라 변수될 듯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윤 대통령은 얽혀있는 게 많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앞선 두 전직 대통령 때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헌재는 ‘업무난’에 시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 외에도 7건의 탄핵 심판 사건이 계류돼있다. 이 중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이 탄핵소추된 사건은 변론이 끝났거나 종결 일정이 정해졌다.

일단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결론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마 후보자 불임명과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장부 장관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일부 인용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6일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 권한대행의 행위를 ‘부작위(행위를 하지 않음)’로 봤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정형식·김복형·조한창 등 3명의 재판관은 권한쟁의 청구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은 적법하지 않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최 권한대행 측이 헌재가 권한대행 심판에 대해 각하해야 한다며 내세운 주장과 비슷한 취지다.

두 전직과
다른 상황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 가운데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없었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우 의장은 이를 부작위라고 문제 삼아 지난 1월3일 헌재에 이번 심판을 청구했다. 정치권은 헌재의 이번 판단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참여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 사건에 합류하게 되면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선고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또 마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마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의 판단에도 최 권한대행이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마 후보자의 임명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사건 결과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첫 변론을 열고 1시간30분 만에 절차를 종결했다. 선고만 남은 상태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비상계엄 방조 ▲헌법재판관 미임명 등 5가지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를 지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총리는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반박했다. 또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에 한계가 있는 임시적 지위”라며 국회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결과 역시 윤 대통령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안을 기각하면 즉각 업무 복귀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등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복귀·파면
기로 섰다

여기에 한 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도 있다. 국회서 한 총리를 탄핵소추할 당시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봐야 하는지, 200명으로 봐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은 탄핵 시 재적 의원 과반(151명), 대통령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 총리의 경우 탄핵안 의결 당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한 총리를 국무위원으로 봐야 하는지, 대통령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쟁점이 벌어진 것이다. 우 의장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정했다. 당시 국회의원 192명의 ‘가’표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마 후보자 임명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 심판 사건 등이 얽혀있는 셈이다. 선고 시기와 결과가 탄핵 심판 사건의 변수가 되는 만큼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자체도 쟁점이 많다. 헌재가 10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동안 군, 경찰,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총 1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과정서 드러난 쟁점은 총 5가지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포고령 1호 발표 ▲군‧경 동원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등이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은 당시 상황이 헌법에 명시된 계엄 요건에 부합했는지가 쟁점이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입법 폭주, 국가 예산 삭감 등을 언급했다.

비상계엄 위헌성·정치인 체포조
증언 엇갈린 5가지 쟁점 판단은?

또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한 국무회의가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지도 다툼이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헌재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석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고령 1호의 위헌성도 쟁점으로 분류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정당의 일체 정치 활동 금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처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가능하지만 헌법에 입법부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부분은 없다.

이 과정서 계엄군이 국회로 들어온 점이 또 다른 쟁점으로 제기됐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과정서 들었다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의 진위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의원’ ‘요원’ ‘인원’ 논란이 불거진 부분이다. 곽 전 사령관은 진술 과정서 인원이라고 진술을 바꾸면서 인원을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인·법조인 체포조 지시 여부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의 이름을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홍 전 차장이 적었다는 ‘체포조 명단 메모’는 조작설이 불거지는 등 내내 논란이 됐다.

계엄군의 선관위 압수수색은 ‘부정선거’ 논란으로 번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왜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냐는 질문에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부정선거 정황이 의심되는 만큼 군대를 보내 확인하려 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 논리다. 부정선거 논란은 탄핵 반대 집회의 핵심 주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선고
변수 될까?

흥미로운 대목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선고기일이 맞물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항소심 판결 선고를 오는 26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헌재의 선고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개된다. 내달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 예정된 만큼 헌재의 선고는 늦어도 3월을 넘기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운명의 3월’이 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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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