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운명 쥔 헌법재판소 막전막후

두 갈래 길 결론은 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국민의 눈이 두 갈래 갈림길에 쏠려 있다. 심판대에 오른 사람은 심판관의 결정에 따라 한쪽 길로 향하게 된다. 어느 길로 가든 혼란은 피할 수 없다. 복귀냐 파면이냐. 이제 판단만 남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탄핵 정국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는 온 나라를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국민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8년 만에 다시 보게 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탄핵 정국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칼자루
다시 쥐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두 번의 시도 끝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면서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대 위에 올랐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직후 심리에 돌입했다. 지난달 25일을 끝으로 10차에 걸친 변론이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10차 변론기일에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했다. 탄핵소추의 핵심 배경인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해명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임기 단축 개헌, 책임총리제 등 복귀 이후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변론이 마무리되면서 헌재의 시간이 시작됐다. 헌재의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은 물론 나라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현재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돼있지만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헌재 재판관 6인 이상이 탄핵안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직을 잃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파면이다. 탄핵이 결정되면 정국은 대선 모드로 바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3월 헌재 선고, 5월 대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헌재는 변론 종결 이후 숙의 단계에 들어갔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평의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의는 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사건의 쟁점을 토론하는 과정이다. 통상 주심재판관이 검토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재판관이 각자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거미줄처럼 얽힌 사건
결과에 따라 변수될 듯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 각각 14일, 11일이 걸렸다.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윤 대통령은 얽혀있는 게 많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 시기가 앞선 두 전직 대통령 때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헌재는 ‘업무난’에 시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 외에도 7건의 탄핵 심판 사건이 계류돼있다. 이 중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이 탄핵소추된 사건은 변론이 끝났거나 종결 일정이 정해졌다.

일단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결론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마 후보자 불임명과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장부 장관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일부 인용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를 임명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6일 국회가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최 권한대행의 행위를 ‘부작위(행위를 하지 않음)’로 봤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만 정형식·김복형·조한창 등 3명의 재판관은 권한쟁의 청구가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은 적법하지 않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최 권한대행 측이 헌재가 권한대행 심판에 대해 각하해야 한다며 내세운 주장과 비슷한 취지다.

두 전직과
다른 상황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31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3명 가운데 조한창·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없었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우 의장은 이를 부작위라고 문제 삼아 지난 1월3일 헌재에 이번 심판을 청구했다. 정치권은 헌재의 이번 판단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에 참여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마 후보자가 탄핵 심판 사건에 합류하게 되면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해 선고 시기가 늦춰지게 된다. 또 마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두고 논란이 나올 수도 있다. 마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의 판단에도 최 권한대행이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마 후보자의 임명이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사건 결과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헌재는 지난달 19일 첫 변론을 열고 1시간30분 만에 절차를 종결했다. 선고만 남은 상태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27일 ▲비상계엄 방조 ▲헌법재판관 미임명 등 5가지 사유로 탄핵소추됐다. 국회 측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를 지체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총리는 “대통령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사전에 알지 못했다.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반박했다. 또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사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에 한계가 있는 임시적 지위”라며 국회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 총리의 탄핵 심판 결과 역시 윤 대통령 사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 측은 그동안 한 총리 탄핵 심판을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재가 한 총리의 탄핵안을 기각하면 즉각 업무 복귀가 이뤄지는데 이렇게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등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복귀·파면
기로 섰다

여기에 한 총리의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권한쟁의심판도 있다. 국회서 한 총리를 탄핵소추할 당시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봐야 하는지, 200명으로 봐야 하는지를 따지는 문제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은 탄핵 시 재적 의원 과반(151명), 대통령은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탄핵안이 가결된다.


한 총리의 경우 탄핵안 의결 당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한 총리를 국무위원으로 봐야 하는지, 대통령으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쟁점이 벌어진 것이다. 우 의장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를 151명으로 정했다. 당시 국회의원 192명의 ‘가’표로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됐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마 후보자 임명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권한쟁의심판 ▲한 총리 탄핵 심판 사건 등이 얽혀있는 셈이다. 선고 시기와 결과가 탄핵 심판 사건의 변수가 되는 만큼 헌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사건 자체도 쟁점이 많다. 헌재가 10번의 변론기일을 진행하는 동안 군, 경찰,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총 16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과정서 드러난 쟁점은 총 5가지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포고령 1호 발표 ▲군‧경 동원 국회 봉쇄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등이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은 당시 상황이 헌법에 명시된 계엄 요건에 부합했는지가 쟁점이다. 헌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입법 폭주, 국가 예산 삭감 등을 언급했다.

비상계엄 위헌성·정치인 체포조
증언 엇갈린 5가지 쟁점 판단은?

또 비상계엄 선포 전 진행한 국무회의가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지도 다툼이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헌재에 출석한 국무위원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참석 국무위원들은 국무회의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고령 1호의 위헌성도 쟁점으로 분류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온 포고령 1호에는 국회와 정당의 일체 정치 활동 금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처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국회 활동을 제한하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가능하지만 헌법에 입법부의 활동을 제한한다는 부분은 없다.

이 과정서 계엄군이 국회로 들어온 점이 또 다른 쟁점으로 제기됐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과의 통화 과정서 들었다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의 진위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의원’ ‘요원’ ‘인원’ 논란이 불거진 부분이다. 곽 전 사령관은 진술 과정서 인원이라고 진술을 바꾸면서 인원을 ‘국회의원’으로 알아들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정치인·법조인 체포조 지시 여부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의 이름을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홍 전 차장이 적었다는 ‘체포조 명단 메모’는 조작설이 불거지는 등 내내 논란이 됐다.

계엄군의 선관위 압수수색은 ‘부정선거’ 논란으로 번졌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왜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냐는 질문에 부정선거를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부정선거 정황이 의심되는 만큼 군대를 보내 확인하려 했다는 게 윤 대통령 측 논리다. 부정선거 논란은 탄핵 반대 집회의 핵심 주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선고
변수 될까?

흥미로운 대목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재판 선고기일이 맞물릴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항소심 판결 선고를 오는 26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헌재의 선고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개된다. 내달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퇴임이 예정된 만큼 헌재의 선고는 늦어도 3월을 넘기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운명의 3월’이 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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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