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포 노예림이 지난 1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의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서 열린 LPGA 투어 ‘파운더스컵(총상금 200만달러)’서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쳐 프로 데뷔 첫 승에 성공했다. 프로 전향 후 119번째 대회 만에 그토록 바라던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노예림은 최종 라운드를 고진영과 치르면서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노예림이 2번홀(파4) 버디 후 파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고진영은 4번홀(파4)과 6번홀(파5), 8번홀(파5)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3번홀(파4)에서 다시 순위가 뒤바뀌었다. 지난주 LPGA 투어 개막전 ‘힐턴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8번홀부터 95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이어 온 고진영이 13번홀 세컨드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리면서 이번 대회 첫 보기를 기록했다.
드디어…
노예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역전에 성공했고, 14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보기를 기록한 고진영을 본격적으로 앞질렀다. 노예림은 고진영이 보기를 기록한 16번홀(파4)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고, 우승상금 30만달러(약 4억3700만원)를 확보했다.
2001년 미국서 태어난 노예림은 7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걸스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걸스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위민스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에서 우승한 그는 2019년 1월 만 17세에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빨리 성장하지 못했다. 2021년까지 꾸준한 활약을 했지만, 우승 문턱서 번번이 좌절했다. 급기야 2023년에 상금랭킹 122위로 추락해 시드도 잃었다. 이후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과해 다시 시드를 받았고, 지난해 상금랭킹 48위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고진영과 접전 끝 짜릿한 역전
세계랭킹 68위→32위 수직점프
노예림은 “저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2025년은 저의 해가 될 거라고 나 자신에게 말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부정확한 퍼트 보완을 위해 브룸스틱 퍼터로 바꾼 것도 우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노예림이 쓰는 브룸스틱 퍼터는 일반 퍼터보다 길이가 길다. 손을 가슴 앞에 대고 빗자루처럼 쓸어서 치는 스타일이어서 퍼트의 정교함이 떨어지는 선수가 선호한다.
노예림은 “조금씩 제가 원하는 골프를 치게 됐고, 브룸스틱 퍼터로 바꾼 게 큰 도움이 됐다”며 “2023년에 퍼팅에 어려움을 겪지만, 브룸스틱 퍼터로 바꾸고 안정을 찾았다. 그러면서 샷도 살아나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노예림은 LPGA 투어 첫 우승에 힘입어 세계랭킹 톱30 진입을 눈앞에 뒀다. 지난 11일(한국시각) 발표된 세계여자골프랭킹서 노예림은 일주일 전보다 36계단 도약한 32위에 자리했다. 개인 최고 랭킹은 2021년에 기록한 세계 31위다.
오랜 기다림
이 대회 4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고진영은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지난주 개막전 공동 4위에 이어 2주 연속 선전했다. 고진영은 2018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매년 1승 이상씩 올리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올 시즌엔 캐디를 바꾸는 등 변화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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