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더럽다” 중국 쇼트트랙 쑨룽 막말 쏟아낸 이유

동료 ‘린샤오쥔 밀어주기’ 논란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선수 쑨룽(25)이 ‘2025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 경기 직후 한국을 겨냥해 “더럽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10일 중국 언론 <시나 스포츠>에 따르면 쑨룽은 9일(현지시각)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 후 믹스트존을 빠져나가며 “더럽다. 그냥 더럽다!”고 소리쳤다.

당시 인터뷰 중이던 중국 여자 선수들은 쑨룽의 고성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고, 그가 지나가자 눈썹을 치켜올리며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날 결승 경기에선 한국과 중국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지원(29)과 린샤오쥔(29·한국명 임효준)이 선두 경쟁을 벌이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마지막 곡선주로서 안쪽으로 파고든 린샤오쥔이 손을 사용했고, 박지원도 이에 대응하다 륀샤오진이 뒤따라오던 카자흐스탄 선수와 충돌해 넘어졌다.

이날 한국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끝에 박지원에게만 페널티를 부여하며 실격 처리됐다. 이로 인해 4위였던 중국이 3위로 올라서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현지 매체는 쑨룽의 발언이 한국 선수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시나 스포츠>는 “계주 경기서 중국과 한국 선수 간 신체접촉이 많았고, 쑨룽은 경기 도중 여러 차례 방해를 받았다”며 “쑨룽은 상대 선수의 경기장 내 행동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린샤오쥔은 한국체육대학교 출신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서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2023년 중국으로 귀화한 후 2023-2024 시즌 세계선수권대회서 500m 금메달을 포함, 3관왕을 달성하며 중국 내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앞서 쑨룽은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서도 박지원과 몸싸움을 벌인 바 있다. 추월 과정에서 쑨룽이 박지원의 얼굴을 손으로 치면서 박지원이 고글을 고쳐써야 했으며, 이후 홀로 넘어지기도 했다. 심판진은 두 사람의 충돌에 대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며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았고, 박지원은 은메달을 확정지었다. 반면, 쑨룽은 4위에 머물렀다.

해당 경기 직후 인터뷰서 쑨룽은 “어디서 공동 책임이라는 거냐. 상대 선수가 나를 밀어서 넘어뜨렸는데, 내 책임이 어디 있다는 거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지원 한 사람이 우리 중국 선수 두 명을 내리쳤는데, 이런 위험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는데도 페널티가 없다면 쇼트트랙 경기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이 규정의 허점을 악용해 상대를 방해하는 전술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2018년 평창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올림픽서도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반칙 논란에 휘말린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일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정작 쑨룽은 이번 대회서 린샤오쥔 밀어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남자 쇼트트랙 500m 결승서 쑨룽은 선두 경쟁 중인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뒤에서 밀어줬다. 박지원과 경합 중이던 린샤오쥔은 쑨룽에게 엉덩이가 밀린 뒤 속도를 높여 가장 먼저 결승선 통과에 성공했다.

국제빙상연맹(ISU) 규정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는 ‘계주’ 경기서 팀 동료로부터 받는 푸시 이외에 다른 선수의 도움은 모두 제재 대상이다. 하지만, 경기 당시에는 해당 장면이 부각되지 않았고 심판도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한 중국 언론은 이 경기에 대해 “쑨룽이 린샤오쥔을 도왔다. 이게 바로 팀 차이나”라고 평가했다.


중국 언론을 중심으로 이 같은 자평이 나오자 국내 누리꾼들은 “계주도 아니고 밀어주기하는 게 맞냐” “역시 중국서 열리는 경기다운 (심판)판정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끝판왕인 것 같다” “중국 선수들의 스포츠맨십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번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종목서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거머쥐며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금 2개, 은 2개, 동 4개를 획득해 2위에 올랐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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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