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구속 후…이재명 웃지 못하는 이유

잡힐 듯 말 듯 대권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시름 놓을 줄 알았다. 한남동 관저서 43일 동안 버틴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되면 역시나 상황이 바뀔 줄 알았다. 아무래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가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차기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앞날에 주황색 불이 켜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상계엄 사태 한 달 만에 여당 지지율이 껑충 뛴 것도 모자라 오차 범위 내에서 역전한 것이다.

소용돌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업체 4사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35%, 민주당 지지율이 33%인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주차에 시행된 직전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p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3%p 떨어졌다.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자 위기를 느낀 ‘샤이 보수’까지 여론조사에 총동원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모세혈관처럼 곳곳에 포진한 보수 세력이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보수의 마지막 순간이 오고 있다’는 생각에 이들이 총력을 다해 싸우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9.6%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체포되자 야당을 향한 여당의 공세는 더욱 거칠어졌다. 그중에서도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여당의 집중 타깃이 됐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체포 직후 “국격이 무너졌다. 오동운 공수처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민주당 이재명 대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에게 이제 속이 시원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다음날인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서 “민주당 의원 여러분, 이제 만족하시나. 이재명 대표 흡족하시나. 공수처와 경찰 부끄럽지 않냐”며 “2025년 1월15일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붕괴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윤 지지율 ‘쑥’ 똘똘 뭉치는 보수층
야 “일시적 현상”…애써 침착한 모습

그는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들은 KTX급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사법 절차의 완행열차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바로 이재명”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이 목소리를 키울수록 보수층이 단단하게 결집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처럼 강경하게 나서기엔 역풍이, 한발 물러서자니 국민의힘 기세가 치솟을 것이 염려된다. 윤 대통령이 체포됐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고 연신 외치지만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때를 기회 삼아 대권주자로서 광폭 행보를 보여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발목을 잡히니 민주당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이럴 때일수록 중도를 포섭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을 띄우며 민생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과 수사 경과를 예의주시하는 한편, 다가오는 설 연휴에 맞춰 ‘국정 안정’과 ‘경제회복’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추경을 통해 민생회복 지원금과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이에 따른 일시적 소비 증가로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일 추경과 관련해 “규모는 20조원을 기본 출발선으로 하고 충분하게 단계별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부는 상반기 예산 67%를 조기 집행하겠다고 했지만 비상계엄으로 인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이겨내고 민생경제를 회복하기에 역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4일에는 이 대표의 주력 사업인 민생회복 지원금과 지역화폐를 다시 화두로 올렸다. 이날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서 “12·3 내란 사태 장기화로 우리 경제의 소비 동맥 곳곳이 막혔다”며 “소비 위축에 고환율·고유가까지 겹치면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와중에? 갑자기 지역화폐 띄우기
여 “조기 대선용” 곱지 않은 시선

이어 “그런데도 정부는 예산 조기 집행만 되뇌고 있다. 예산의 총량과 총지출에 변화가 없는데 어떤 효과가 있겠냐”며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긴급 추경으로 소비 심폐소생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역화폐법 재추진에 시동을 걸자 곧바로 반발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선용 추경은 없다”고 못 박으며 “정부와 함께 역대 최대 수준의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해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추경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곳곳서 반발이 터져 나오자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내란 특검법이 조율되지 않은 상황서 무리하게 여당을 압박해 오히려 반발심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준비한 ‘계엄특검법’을 당론 발의했는데, 이는 야당이 발의한 ‘내란특검법’의 핵심 수사 대상인 외환 혐의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제외해 여야 간의 합의가 필수인 상황이다.

여당은 또다시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파고들었다. 국민의힘은 서울고법은 형사6-2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오는 3월12일까지 신건 배당을 중지한 점을 언급하며 “‘6·3·3 원칙’ 등 공직선거법 강행규정에 의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을 집중 심리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서울고법 재판부의 의지”라고 봤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제왕적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도 엄정한 사법 절차의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은 집중 심리를 통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법 리스크

한 야권 관계자는 “사실상 대선 국면과 맞닿은 지금 야권 대선후보로 주목받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는 것 외에 (국민의힘이)무슨 전략이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목소리를 키우면 키울수록 국민의힘은 ‘정권을 강탈하려는 극악무도한 야당’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탄핵 시계를 빨리 돌릴수록 점점 더 강하게 압박해올 것”이라며 “조기 대선 정국과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양면으로 붙어있다. 이 모든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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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