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8표’ 쌍특검 무한굴레

“끝장 보자” 될 때까지 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한 해 동안 반복하던 특검법-거부권 무한굴레 정국이 또다시 시작됐다. 8표만 끌어오면 야당이 이기는 싸움이지만 상대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조금만 더”를 외치는 야당에 국민의힘 속이 초조하게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정국을 판가름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묶어 부르는 ‘쌍특검’이 국회 재표결서 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각각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쳇바퀴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내용이다.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 통제권을 무력화하거나 주요 정치인 및 언론인에 대한 체포를 시도했는지 등 혐의를 밝혀내는 게 주요 목적이다.

이는 지난달 10일 여당 의원 22명이 찬성해 국회서 통과된 내란 상설특검과는 별개다. 상설특검의 경우 거부권 대상이 아니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제자리에 멈춰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비롯한 ▲명품 가방 수수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개입 ▲명태균 게이트 등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기된 15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별검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들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한 횟수도 벌써 네 번이다. 거부권도 똑같이 네 번 행사됐다. 세 번은 윤 대통령이, 나머지 한번은 지난달 31일 최 권한대행이 의결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2022년 처음 발의됐으니, 벌써 2년 넘게 핑퐁 게임을 이어가는 셈이다.

지난 8일 본회의에 상정된 쌍특검 재표결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이후 여당의 첫 시험대인 만큼 이탈표에 관심이 쏠렸다. 첫 번째 내란 특검에 찬성한 여당 의원은 5명이었다. 김건희 특검법은 이탈표가 1표→4표→6표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쌍특검에 대한 부결 당론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됐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은 위헌 소지가 있어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김건희 특검법은 명태균 게이트 등 정부·여당 전체를 겨냥한 수사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부결’ 신신당부에도 내란법 이탈표 1표↑
김 특검법은 요지부동…보수 단결 효과?

윤 대통령 직무 정지 이후 기세가 야당 쪽으로 기울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여당 내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번 재표결에는 8표의 이탈표가 거뜬히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당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2명이 탄핵에 찬성한 점 역시 의견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결국 ‘마의 8표’를 넘지 못했다. 범야권 19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한다면 국민의힘에서 내란 특검법 이탈표는 6표, 김건희 특검법은 4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내란 특검법은 이탈표가 1표 늘었지만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는 변동이 없었다.

정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지만 여당은 배를 버리지 않았다. 특검법을 당론으로 부결시켜 수사의 가지가 용산으로 향하는 것을 끝내 막았다. 여당이 김건희 특검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수사의 끝이 결국 보수 정권 전체를 향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명태균 게이트의 경우 대선·지방선거·보궐선거 개입 의혹을 비롯해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이 큰 덩어리로 얽혀 있다. 여기에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보수 대권주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정부의 발목을 잡았던 이른바 ‘영부인 리스크’인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과정 개입과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개입, 해병대원 사망 사건 구명 로비 등 14가지의 굵직한 의혹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쌍특검법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만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더라도 제대로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보수 정권의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야 “여 발의 수준” 내란 특법 선공략
‘누르면 튀어 오를라’ 고심 깊어지는 여

관건은 독소 조항이다. 국민의힘은 위헌적 요소를 없앤 수정안을 당내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모든 특검법을 반대하는 명분이 ‘정당 방탄’으로 비치는 만큼 합리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색하지 않지만 특검법을 발의하는 민주당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지점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만큼 의석수로 밀어붙였다가는 오히려 국민의힘의 반발심만 키울수 있다. 이탈표 8표를 넘지 못한 채 매번 특검법 발의만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민주당은 내란 사태를 빠르게 수습해야 하는 만큼 내란 특검법을 우선적으로 재발의하겠단 방침이다. 국민의힘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사안을 조금씩 수정해 여권의 반대 명분을 차단한 뒤 이탈표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민주당을 포함한 야6당은 ‘제3자 추천 내란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날 재발의되는 특검법은 후보자 추천 권한을 기존 야당서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대법원장이 특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권한대행이 임명한 후보를 야당이 거부하거나 재추천을 요구하는 ‘비토권’도 수정하는 과정서 빠졌다. 아울러 수사 인력을 205명에서 155명으로 줄이고 수사 기간도 최장 170일에서 150일로 단축했다. 다만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외환을 유치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인 ‘외환 유치죄’가 새롭게 포함됐다.

‘대폭 수정’을 거쳤다는 야당과 달리 여당은 떨떠름하기만 하다. 또다시 거절하자니 민심의 역풍이, 덥석 받자니 남아 있는 수사 조항이 걸림돌이다. 당에서 자체적으로 특검법을 만들어도 ‘셀프 수사’ 말이 나올까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이래도?

국민의힘과 더불어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압박 수위까지 높아져만 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8표지만 국민의힘에는 당을 좌지우지할 숫자다. 민주당은 이번 주 내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단언했다. 당의 고삐를 바짝 죄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쌍권(권성동·권영세) 체제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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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