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사태 덮친 NH투자증권,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1.02 09:41:56
  • 호수 1512호
  • 댓글 0개

튀겨도 너무 튀긴 뻥튀기 상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지난해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에 휩싸인 반도체 설계기업 파두와 상장 주관사 NH투자증권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평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실적 공시 이후 매출액은 수억원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매출 급감을 숨기고 기업가치를 부풀려 상장한 파두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련자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지난해 12월22일 밝혔다.

부풀린 장사

파두는 지난 2023년 8월 상장 후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기도 했으나, 이후 주가가 사흘간 45%나 급락했다. 파두는 매출이 급감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긴 채 공모가를 산정해 코스닥에 상장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상장 추진 과정서 지난 2022년 매출 564억400만원, 영업이익 48억9600만원을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2023년 연간 매출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제시했다.

막상 실적 발표 후 확인된 매출액은 2분기(4∼6월) 5900만원, 3분기(7∼9월) 3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특사경 수사 결과 파두 경영진은 지난 2022년 말부터 주요 거래처들의 발주 감소 및 중단으로 매출액 급감을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23년 3~6월 상장예비심사 및 자금모집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과정서 이 사실을 숨긴 채 프리(Pre-IPO, 상장 전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파두 측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 2만6000~3만1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조2495억~1조4896억원으로, ‘국내 최초 팹리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파두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서 36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3만1000원으로 정해졌다.

당시 이지효 파두 대표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기업으로 미국 브로드컴, 마이크로 등을 제시하며 “국내에는 비교할 만한 팹리스 기업이 없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파두의 주가는 상장한 지난해 8월 이후 한 달간 34.84% 오르는 등 순항했다.

그러나 상장 3개월째인 지난 2023년 11월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주가는 급락했다.

파두의 IPO 주관을 맡은 NH투자증권은 파두가 상장예비심사 시 기재한 예상 매출액보다 더 큰 금액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이를 근거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서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금융감독원은 상장 주관사 등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상태다.

기업가치 1조원 상회 평가로 상장
실적 공시 이후 매출 수억원 불과

금감원은 파두 사태 관련 기업공개(IPO) 주관증권사 검사 과정서 발견된 위반사항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또 자본시장법상 벌칙 조항이 있으면 검찰 통보 및 고발이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파두 사태의 경우 특사경이 직접 수사해서 검찰에 넘기고 제도 개선까지 동시에 이뤄진 게 처음이라 금감원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우선 파두와 NH투자증권 등 수사 건은 서울남부지검서 조만간 기소를 거쳐 법원 형사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라는 게 일반적인 금감원 검사랑 절차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며 “특사경이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해서 넘겼으니까 검찰이 기소하기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은 상장을 준비하거나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들에 대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기업들이 제시하는 향후 예상 매출 전망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날 파두 사태 방지를 위해 마련한 주관증권사 책임 강화, 증권신고서 공시 서식 개정 등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상장 전·후 회계심사를 강화하는 등 건전한 IPO 시장 관행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파두 측은 “아직 당사에 대한 사법절차는 진행 중인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남은 절차도 최선을 다해 응해 오해가 있는 부분은 충분히 소명하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와 별도로 당사는 회사 매출을 정상화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전방위적으로 진행된 검사로 대기 중인 사건이 많아 언제 해당 제재심위원회(제재심)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최근 금감원 국장 75명 중 74명을 재배치하는 대규모 인사를 진행해 이들이 새로운 업무 적응에도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공모가 가담 관계자 송치
주관사 대대적 제재 예고

이 가운데 금감원은 중간검사 결과 발표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사후 제재까지 장시간이 소요돼 잊히기 쉬워 시장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가 유효할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금감원 측은 “상장 주관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는 상장 대상 법인의 재무 상황과 미래 영업 전망이 합리적인 추정하에 작성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실사해야 한다”며 “증권신고서 등 서류에 거짓 기재가 있거나 허위 표시 등이 있는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해 NH투자증권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상장 철회를 기록한 것에 관해 업계에서는 “몸 사리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스펙 종목을 제외한 상장 철회는 총 5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사례는 13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면서,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다면 NH투자증권은 올해 가장 많은 IPO를 철회한 주관사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이 주관한 기업의 낮은 IPO 성적이 당초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케이뱅크는 상장 추진 당시 기업가치 산정 비교 그룹으로 ▲카카오뱅크 ▲미국 뱅코프 ▲일본 SBI 스미신 넷뱅크 등을 선정했고, 주요 평가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했다.

당시 NH투자증권이 케이뱅크의 PBR을 세 기업의 평균치인 2.56배로 산정하자, 기업 규모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 ▲총자산, 여신, 수신 ▲자본 총계 등 주요 경영지표는 카카오뱅크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얼어붙은 IPO

그 결과 케이뱅크는 지난 10월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서 공모가 하단을 조정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의 희망공모가액를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제시했는데, 수요 예측이 부진하자, 공모가 하단을 8500원까지 낮춰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과도한 기업가치 책정 문제로 사법 처리까지 간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 책정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