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 조망 아파트

친수, 친환경 입지를 가진 곳들이 지역 부동산시장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바다, 호수, 강 등과 접하고 있는 공간을 뜻하는 ‘워터 프런트’ 입지의 아파트단지는 수변 조망이 가능하고, 산책이나 여가를 즐길 수 있어 주거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쾌적한 환경을 갖춘 워터 프런트 아파트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한국갤럽이 공동 연구를 통해 발표한 ‘2024 부동산 트렌드’를 보면 향후 주택 결정 때 상품 고려 요인으로 주택 가격이나 분양가, 시세 적정성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향(向)과 조망 등 전망이 2위를 차지했다.

주택 결정?
쾌적한 환경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내 3.3㎡당 집값은 서초구(7515만원), 강남구(7287만원), 송파구(5407만원), 용산구(5074만원) 순인데, 모두 한강을 접하고 있다. 특히 강남3구는 대표 부촌 지역으로 한강 남측을 따라 최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용산구도 마찬가지다. 한남동이 대표적인 워터 프런트 지역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초고가 주택이 즐비하다.

서울 25개 구 중 올해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이 성동구였다. 한강과 공원의 힘으로 주거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망에 따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수억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78㎡의 경우 양면 파노라마 한강뷰가 가능한 매물이 단지 내 더 큰 면적의 전용 84㎡보다 비싸게 시장에 나오고 있다.


저층은 34억6000만원부터 매물이 나오는데, 고층의 경우 45억원 선에 매물이 나온다. 지난 7월 15층이 4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더샵센트럴파크’ 2차 전용 105㎡도 마찬가지다. 매매가가 10억9000만~13억원 정도로 형성돼있는데, 센트럴파크 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한 세대는 13억원 선이고, 조망이 나쁘거나 저층인 세대는 2억원 이상 가격이 낮게 형성돼있다.

‘워터 프런트’ 입지 인기 
시세 주도에 분양도 흥행

같은 지역 내에서 조망에 따라 집값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전용 135㎡의 경우 석촌호수 조망이 영구적으로 가능해 37억원까지 매물이 나온다. 저층의 경우 30억원대에 매물이 형성돼있다. 이 면적은 35억5000만원에 실거래가 성사된 바 있다. 인근 호수 조망이 어려운 ‘트리지움’ 전용 149㎡의 경우 전용 면적만 14㎡나 넓지만, 고층은 38억원 선에 매물이 형성돼있다. 

부산서도 이 같은 추세가 뚜렷하다. 해운대 바다 조망이 가능한 ‘엘시티’ 전용 144㎡ 저층은 22억원 선에, 조망이 가능한 고층은 47억원까지 매물이 나왔다. 지난 7월 73층이 33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반면 인근 ‘래미안해운대’ 전용 140㎡의 경우 매물이 14억~15억원 선에 형성돼있다. 지난해 말 12층이 12억원에 거래된 바 있어 조망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워터 프런트 인근 아파트단지의 청약 경쟁률이다. 지난해 7월 분양한 전주 ‘에코시티 한양수자인 디에스틴’은 1순위 청약 경쟁서 에코시티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인 85대 1을 기록하며 모든 평형의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세병호 인근 수세권 입지와 일부 조망권 확보 부각으로 6일 만에 완판에 성공한 것이다. 인근 ‘에코시티더샵2차’ 전용 84㎡는 2016년 분양가가 2억7980만원이었는데, 지난 3월 6억5000만원으로 8년 만에 2배 이상 가격이 올라 이목이 쏠렸다.


저층? 고층?
집값 차이는?

지난해 9월 분양한 ‘더샵 오창프레스티지’도 총 15만여㎡ 크기의 오창호수공원이 가까이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평균 12.97대 1, 최고 44.8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광진구에서는 3.3㎡당 1억1500만원이 넘는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포제스한강’의 1순위 청약서 평균 6.09대 1, 최고 25.3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는 현대건설이 경기 시흥시 시화MTV 일대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가 전국적으로 침체한 부동산시장 상황에도 완판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0월말 견본주택 문을 연 이후 약 2개월 만에 공동주택 851가구가 모두 계약을 완료했다.

서해바다와 시화호를 품은 수변 입지와 함께 바로 앞 시화나래 유치원, 초·중학교가 위치한다. 거북섬 일대는 상업, 주거, 관광시설을 복합적으로 갖춘 수도권 최대의 해양레저복합도시로 조성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세권 개발 입지의 장점은 탁 트인 수변 조망에 풍부한 녹지 인프라로 쾌적성까지 갖추게 되니, 지역 내 상급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물 조망’이 가능한 신축 아파트.

▲마산 코오롱 하늘채 스카이뷰= 마산원도심 지역주택조합이 추진 중인 경남 마산 합포구 오동동의 새로운 랜드마크 단지인 ‘마산 코오롱 하늘채 스카이뷰’가 1차 모집을 마감하고 새롭게 조합원을 모집한다. 

최고 높이인 39층, 121.4m 규모로 설계된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로, 이번 분양은 착공 전 추가 물량과 함께 저층 없이 5층부터 시작된다. 우선 모든 세대에 공조기가 들어가는 업그레이드 된 설계로 주목받고 있다. 초고층 조망 설계 전 세대서 마산만의 바다 풍경과 도심의 야경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자연 조망권을 중시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복층 펜트하우스서 스카이뷰를 누리는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심 속 
오션뷰

특히 지역별 아파트값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서도 도심 속 오션뷰가 가능한 한정적인 단지는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특화된 커뮤니티시설도 빠질 수 없다. 호텔급 피트니스 센터, 북카페, 맘카페, 스크린골프, 단지 내 영화관 등 마산서 볼 수 없던 다양한 생활 편의시설을 완비할 계획이다.

마산 어시장과 대형 쇼핑몰, 다양한 상권이 인접해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뿐만 아니라 부전~마산 복선전철사업과 마산역 복합 환승센터 사업이 추진되면 교통의 요충지로도 손색이 없다. 교육 및 자연환경 또한 우수하다.

초·고등학교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2㎞ 내 마트, 병원, 백화점 등도 위치해 있다. 우수 학군과 교육 시설 밀집 지역으로 자녀를 둔 가정에 적합 자연형 생태하천인 회원천과 산책로가 있으며 마산만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로 바다와 자연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편의성만 고집하던 과거와 달리 퇴근 후 여유로운 삶을 누리려는 수요자가 늘면서 쾌적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주거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바다처럼 선호도 높은 자연환경은 인위적으로 만들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고, 그에 따른 가치 상승 폭도 크다”고 말했다.


▲덕소역 라온프라이빗 리버포레= 경기 남양주시 덕소뉴타운에 조성되는 ‘덕소역 라온프라이빗 리버포레’가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29층 10개 동, 총 999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59㎡, 84㎡, 114㎡로 구성된 348세대가 일반 분양 대상이다. 주거 특화 설계로 세대당 1.77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한강 조망(일부 세대)이 가능한 입지로, 도보권 내 한강공원삼패지구와 남양주 한강변 시민공원, 덕소유수지생태공원 등과 인접해 있다. 단지 내 약 600평 규모의 어린이공원도 조성될 예정으로 자연 친화적인 주거환경을 자랑한다.

바다·호수·강 ‘한눈에’
수억 차이 나는 ‘수세권’

덕소뉴타운은 노후 주거 지역이 신흥 주거지로 탈바꿈되는 재개발사업으로, 약 8500세대의 대규모 주거 단지가 조성된다. 단지가 위치한 덕소역은 GTX-E, F 노선(계획) 등 대형 교통 호재가 예정돼있다. F 노선은 D 노선과 직결될 예정으로, 덕소역서 강남까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덕소삼패IC 인근에 자리해 서울 강동구와 잠실까지 차량으로 20분대에 도달할 수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단지 남측으로 상업지역이 자리하고, 롯데마트, 행정복지센터, 와부체육문화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도보권 내에 위치한다. 미사대교를 통해 미사강변도시의 신세계백화점과 스타필드 하남 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덕소초교, 와부중, 예봉중이 도보권에 있고, 명문학교로 꼽히는 와부고와 덕소고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농어촌특별전형 지원이 가능한 지역으로 학부모 수요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e편한세상 송도 더퍼스트비치= DL이앤씨는 부산 서구 일원에 위치한 ‘e편한세상 송도 더퍼스트비치’를 공급한다. 부산송도지역주택조합 개발 사업으로 조성된 단지로, 지하 6층, 지상 34층, 10개동, 총 1302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59~99㎡, 200가구가 일반공급 대상이다.


e편한세상의 차별화된 설계와 조경이 돋보이는 리조트형 단지로, 지역 내 최초로 ‘C2 하우스’ 혁신 설계가 적용됐다. 실외기실 위치 변경, 대형 팬트리와 드레스룸 설치, 와이드 주방 창호 등 효율적인 동선과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또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과 고품격 커뮤니티시설도 갖췄다.

탁 트인 
수변 풍경

송도해수욕장을 품은 비치 프론트 입지에 있다. 단지 바로 앞에 송도해수욕장이 위치하며, 해수욕장을 따라 형성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여가 인프라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뒤로는 장군산으로 둘러싸여 자연과 도심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이 특징이다.

송도초가 도보 통학권에 위치한 초품아 입지며, 단지 내에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다. 여기에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편의시설과 우수한 의료시설이 인접해 있다. 충무대로와 인접해 부산 주요 지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부산지하철 1호선과 남항대교, 천마터널을 이용하면 해운대와 김해공항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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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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