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보면 흥행 보인다

아파트시장서 주차 공간이 단지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가 왔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주차 공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차 문제로 인한 차량 파손, 입주민 간의 폭행, 고성방가, 민사소송 등의 분쟁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주차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설계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총 2613만4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대비 0.7%(18만5000대) 증가한 규모로, 인구 1.96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셈이다. 반면 주차 공간은 여전히 1990년대~2000년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으로 정한 세대당 주차대수 기준은 아직도 1990년대에 멈춰 있다.

1.96명당 1대
법으론 1대만

현행 법상 최소 주차대수는 28년 전인 1996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 법으로 정해진 세대당 1대(세대당 전용면적이 60㎡ 이하인 경우에는 0.7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동차 누적등록대수가 955만여대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자동차 등록대수가 약 2.7배 늘어났지만, 주차대수 기준은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현재까지 등록된 국내 입주단지 1만8683개의 가구당 주차 공간은 1.05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때문에 주거환경 만족도서도 주차 문제는 주거환경의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주거인식 조사 자료에 따르면 주거환경 만족도를 가장 낮추는 요소로 ‘주차 공간’ 문제가 꼽혔다. 주차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2.55점에 불과해 주택면적(2.63점)은 물론 층간소음(2.69점)보다 심각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2020년 이후 승인을 받은 공동주택 단지는 가구당 주차대수가 1.22대로 조금 나은 편”이라며 “그러나 이 역시 최근 1가구당 2차량 시대가 본격화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여서 기준 늘리기를 하루빨리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넉넉한 주차 공간 확보 
신축 분양 아파트 각광

이렇다 보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넉넉한 주차 공간’이 분양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건설사들은 입주민의 불편함을 줄이고자 100% 지하주차장 설계나 세대당 주차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아파트를 짓고, 이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보유 차량대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주차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차의 불편함은 주거환경의 만족도를 낮추는 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넉넉한 주차 공간 확보도 내 집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한 분양(예정) 단지.

▲평촌자이 퍼스니티= GS건설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비산3동 일원에 ‘평촌자이 퍼스니티’를 분양 중이다. 2개 단지로 지하 3층~지상 33층, 26개 동, 총 2737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53~109㎡ 570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주차장을 100% 지하화해 지상에 차량이 없는 공원형 단지로 조성된다. 가구당 1.53대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남향 위주의 배치와 판상형 위주의 설계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며, 유리난간 설계로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전체 동에 필로티 구조 설계를 도입해 저층 세대의 사생활 보호와 안전성을 강화했으며, 실외기실에 자동 루버를 적용했다. 전 세대 세대창고가 제공되며, 주택형별로 넉넉한 수납공간이 마련된다.

스트레스
줄여준다


커뮤니티시설인 ‘클럽 자이안’에는 GDR이 적용된 골프연습장과 피트니스, 탁구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이 들어선다. 교보문고 북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도서관과 입주민회의실, 독서실, 임대형 스튜디오, 임대형 창고, 북카페, 키즈카페, 사우나, 코인세탁실, 게스트하우스 등이 조성된다.

카페테리아를 갖춘 스카이라운지도 마련된다. 시스템 에어컨 4대와 현관 3연동 수동 중문 등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발코니 무상 확장, 중도금 이자 후불제가 제공된다.

단지는 인근 종합운동장사거리에 월곶~판교선(2029년 개통 예정) 안양운동장역(가칭) 신설이 계획돼있다. 노선이 개통되면 경강선(판교~강릉)과의 연계 운행을 통해 수도권 동·남부 및 강원 지역으로 이동이 더욱 편리해질 뿐만 아니라, KTX 광명역과 연계돼 고속철도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둔산 엘리프 더센트럴= 계룡건설산업은 대전 서구 괴정동 일원에 ‘둔산 엘리프 더센트럴’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10개 동, 전용 84~145㎡, 총 86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의 주차 공간은 가구당 1.68대로 넉넉하게 마련돼있다.

최고급 호텔서 만날 수 있는 테크노짐 운동기구를 적용한 피트니스와 투룸형, 스튜디오형 파티룸이 갖춰진 게스트하우스, 산소 공급 프리미엄 독서실, 사우나, 공유오피스 등 고품격 커뮤니티 특화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전 아파트 최초로 식사 서비스도 제공한다. 

단지는 지역 최초로 KT의 최첨단 AICT(인공지능+정보통신) 기술을 다수 접목해 입주민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음성인식 AI 월패드를 도입해 음성만으로 온도, 가스, 환기, 단지 출입 관리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방문자 확인, 엘리베이터 호출, 각종 생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 원패스, 홈노크존, 얼굴인식 로비폰, 산소발생기, 미세먼지 신호등, 엘리베이터 비명 감지, 홈네트워크 보안, AI 자율주행 로봇인 순찰로봇, 청소로봇, 서빙로봇 등 차별화된 최첨단 시스템을 갖췄다. 지하 1층에는 각 세대별 계절용품 보관이 용이한 세대창고를 기본으로 적용했다. 

내집 선택
중요 요인

KT에스테이트는 정당계약을 맞아 수분양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안심보장제’ 혜택을 조기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아파트 정당계약 시 분양가의 10~2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실시해 입주 시까지 추가 납부 금액 없이 1000만원으로 계약이 가능한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해 수요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대폭 줄였다. 

이에 따라 계약자들은 입주 시까지 주택 구입자금의 다양한 운용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더불어 향후 분양 조건이 변경될 경우 기존 계약자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도 시행한다.

▲더 팰리스트 데시앙= 태영건설은 대구 동구 신천동 일원에 ‘더 팰리스트 데시앙’을 공급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20층, 8개 동, 아파트 418가구(전용 100~117㎡), 오피스텔 32실(전용 97·109㎡) 규모로 조성된다. 가구당 주차대수는 1.62대로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주택 평형은 대구서 희소성이 있는 중대형 타입으로 구성됐다.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100㎡ 70가구, 106㎡ 38가구, 109㎡ 38가구, 115㎡A 174가구, 115㎡B 17가구, 115㎡C 16가구, 117㎡A 48가구, 117㎡B 17가구다. 오피스텔은 전용면적이 97㎡ 16실, 109㎡ 16실로 조성된다.


1990년대 세대당 기준 스톱
입주단지 평균 1.05대 그쳐

서울 강남권 고급 아파트서 볼 수 있는 커튼월룩 고급 마감 특화 설계를 적용한다. 세대창고도 마련돼있어 입주민들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시설은 가구당 5.1㎡(1.8평) 수준인 약 2485㎡(753평) 규모다. 사우나, 피트니스, 스크린골프 연습장, 작은도서관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입주민들의 주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게스트하우스, 코인세탁실, 카페테리아 등 시설도 만들 예정이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 타입으로 구성된다. 4베이 판상형 구조가 다수 적용돼 통풍 효율을 높였다. 충분한 동 간 거리를 확보해 개방감을 극대화할 방침이기도 하다.

▲순천 지에이그린웰 하이드원= 지에이건설이 전남 순천시 덕암동 일원에 ‘순천 지에이그린웰 하이드원’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0층, 8개 동, 전용 59~112㎡, 총 47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는 가구당 1.52대의 주차공간과 3개 소의 진출입구(비상차량 출입구 포함)로 쾌적한 환경을 마련했다.

대형 드레스룸, 팬트리, 공용창고 등 넉넉한 수납공간(일부 세대)을 설계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맞통풍 구조의 4베이 판상형 평면 및 채광과 통풍이 우수한 남향 위주 배치로 주거 쾌적성을 극대화했다. 동 간 거리도 최대한 확보해 입주민들의 프라이버시까지 신경 썼다. 공원형 설계를 적용해 단지 중앙에는 다채로운 테마의 놀이터, 광장 등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휴게공간을 제공한다. 

단지 내에는 게스트하우스, 피트니스, 골프연습장, 입주민 라운지, 북카페, 악기연습실, 스터디룸, 카페테리아, 코인빨래방(반려동물 전용)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이 마련된다. 특화된 외관과 웅장한 문주, 풍부한 인프라 위에 펼쳐지는 탁 트인 도시 전망(일부 세대)으로 순천서 보기 드문 고품격 하이엔드 주거 생활이 실현될 전망이다.


1가구에
2차량씩

이마트, 홈플러스, 메가박스 등 쇼핑 문화시설을 비롯해 병원, 은행과 관공서가 인접해 원스톱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이수초, 이수중, 연향도서관, 연향동 학원가 등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교육환경도 갖췄다. 팔마종합운동장, 오천그린광장, 순천만 국가정원, 동천, 죽도봉공원으로 다채로운 여가 생활과 도심 속 그린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순천역 역세권 입지로 KTX 및 SRT 쾌속 교통망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종합버스터미널과 동순천IC, 순천IC, 순천만IC 등도 가까워 여수, 광양 등으로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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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