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정부’ 미국 개입설 막후

전쟁 나면 트럼프 도와줄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황을 가장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까지 일궈낸 한미일 간 동맹에까지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까지 한국 정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다.” 국립외교원 출신 한 교수의 말이다. 국내 외교·안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국가정보원도 비상이 걸렸다. 직원들에게 대외 접촉 금지와 업무 중단을 지시하는 등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외교부가 해외 각국의 대사들과 소통에 나섰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하루 빨리 ‘윤석열 리스크’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두환
트라우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8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접견해 한국이 법치주의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조 장관은 한국 자유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견고하게 지속해 온 법치주의를 토대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어 “양측은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유지, 강화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오판’ ‘불법’ 같은 강한 언사로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계엄령 선포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위기에 빠뜨렸다고 보고 있고, 국회와 선관위 등에 군을 동원하는 과정서 미국에 전혀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방문을 조율 중이던 한국 방문을 취소하고 일본만 방문하기로 하는 등 미국 내 ‘한국 패싱’도 현실화되고 있다.

조 장관이 나서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외교부 내부의 관측이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한국 패싱’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하느냐의 문제”라며 “지금 정권에서는 수습하기 힘들 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 알리지 않고 나홀로 계엄
“잘못된 판단” 숨기지 않고 비판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의 외교 역량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정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5일(현지시각) 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 북한의 핵 위협 고조, 미중 무역 전쟁 악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이번 사태가 최악의 시기에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이 북러 군사협력과 트럼프발 관세 폭탄 등 매우 심각한 지정학적·경제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의 정치 위기는 더 회복력 있는 외교정책을 수립하고 현존하는 국가안보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을 약화할 뿐”이라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 이후 계엄을 철회함으로써 한국의 성장하는 긍정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약화하고 정치 주도권을 야당에 넘겼다”고 말했다.

윌슨센터의 트로이 스탠거론 한국센터 국장은 <글로벌뉴스> 인터뷰서 “한국은 1980년대 이후 계엄령을 선포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계엄은 한국의 민주주의 전례를 깼다는 점에서 중대하며, 권위주의 시대로 한발짝 후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엑스(X)서 “계엄령 선포 결정은 끔찍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위기를 촉발했고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팠다”고 평가했다.

국정원도 비상이 걸린 건 마찬가지다. 2급 이하 인사 조치를 중단하고 직원들에게 대외 접촉 금지까지 지시했다. 통상 1급과 2급, 3급 인사 등 국정원 고위 간부는 윤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상의해 임명한다.

앞서 계엄 선포 1주일 전 1급 인사를 단행한 국정원은 2급 인사를 진행했고, 대통령실에선 검증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계엄 선포로 인해 해당 검증 또한 중단되면서 국정원 내 모든 인사 절차도 멈춰 섰다.

이번 인사로 과거 인사 파동의 후유증을 떨어내려던 국정원은 2급 이하 인사가 중단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국정원 내에선 매파와 비둘기파 간 갈등이 고위직 인사 파동으로 변질됐었고, 조태용 국정원장 취임 이후 이를 정리하는 과정이었지만 1급 인사 이후 브레이크가 걸렸다.

외교부
초비상

국정원은 내부 직원들에게 업무 중단 지시도 내렸다. 산업스파이를 잡아내는 경제 방첩은 물론 대테러, 사이버테러 방지 등 국정원 내 주요 업무 차원서 대외 접촉 금지 지시를 내린 것이다. 업무 중단은 대선과 총선 등 정치적 민감성이 큰 시기에 이뤄지는 통상적 지시일 수 있으나 비상계엄 사태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정원 출신 한 교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있었던 일이다. 계엄 사태로 인해 갑자기 발동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하자’는 성격의 조치”라며 “국정원이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계엄령에 따라 한국이 은밀한 공격을 감행하거나 북방한계선(NLL) 인근서 제한적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KCNA)>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 이후 한국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KCNA>는 계엄령 사태로 남측의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100만명 이상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미 심각한 국정 위기와 탄핵 위기에 직면했던 괴뢰 윤석열이 느닷없이 계엄령을 선포해 파쇼 독재의 총칼을 민중에게 겨눴다”면서 “수십년 전 군사 독재 시절의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그의 미친 행위는 야당을 포함한 모든 계층의 강한 규탄을 받았으며, 대중의 탄핵 열기를 더욱 폭발시켰다”고 전했다.

안보도
빨간불

<로이터>는 이는 북한이 남측의 정세를 바라보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남북 간 긴장감을 다시 한번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지난 10일(한국시각) 미국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정권의 붕괴와 결합해 북한에 이중의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했다”며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의 메시지를 재조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우선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든은 비상계엄 사태와 시리아 내전 종식이 북한에는 ‘이중의 전략적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북한은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예상하고 컨틴전시(비상대응) 플랜을 세워뒀을 수 있지만 그 속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이었다(Badly Misjudged)”고 혹평했다. 캠펠 부장관은 “나는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법의 과거 경험에 대한 기억이 한국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

북러 협력 강화,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서 비상계엄 파장이 대외신인도 악화를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예정됐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은 전격 취소됐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내년 1월 방한 일정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이대로 보고만? 미 역할 어디까지?
국정원 전 직원에 “대외접촉 금지”

빅터 차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SI) 한국 석좌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서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장 부적절한 시점서 한국에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서 식별 가능한 유일한 결과는 현직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지만, 시점과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전 세계가 큰 경제·정치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지만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군이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분노와 좌절이 정치적 혼란 속에 2차 계엄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미국은 지금까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고 한국인이 위기를 해결하려는 동안 법치주의와 헌법적 절차를 존중해야 할 필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 번째 계엄령 선포는 워싱턴이 아시아, 경제 안보, 유럽 전쟁에 대한 바이든과 동맹국의 전반적인 외교 정책을 확고히 지지해 온 한국 대통령에 맞서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선택하는 극단적 시나리오에는 2차 비상계엄 선언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2차 비상계엄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병력 동원이 결부되는 계엄 선포에 있어 동맹국인 미국에 발표 직전 사전 통보도 없었다는 점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미 NCG회의 무기 연기나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방한 보류 등에서 보듯 한미 공조에 단기적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자칫 내년 1월 공식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거세지고 있다.

순식간에
불편한 관계

윤석열정부가 북한을 향해 군사 도발을 감행하기라도 하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미군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일례로 미국은 전두환 신군부의 12·12를 사주했다는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 미국이 12·12를 사주했다기보다 전두환 신군부가 미국에도 알리지 않고 정권찬탈을 기정사실로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커질 전망이다.

대외 정책 우려도 커진 상황서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분담금 비용 대폭 인상을 요구하거나 관세 폭탄을 부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8일(현지시각) 공개된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서 유럽의 방위비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러시아 위협에 대응한 안보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서 미국의 탈퇴를 시사하는 등 초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인터뷰서 “나토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무역서 유럽 국가들은 우리를 끔찍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자동차와 식료품 등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면서 “그것에 더해 우리가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Double Whammy)”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서 한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선거 기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도 유럽 동맹국들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심지어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면서 연 100억달러(약 14조원)의 방위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직전, 권력 이양기에 중요한 대미 외교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치적으로 한·미 동맹 강화를 내세운 만큼 더욱 그렇다.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지난 2016년 12월은 오바마 행정부서 트럼프 1기 행정부로 이행하는 시기였다.

당시 최고위급의 실질적인 외교는 사실상 마비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분담금,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한·미 동맹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연계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과 직접 대화에 대한 의지도 수차례 언급했다. 이 과정서 한국 패싱도 우려도 있다.

한·미 동맹과 북핵·대북 정책 등과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사전 조율이 필수적이지만 윤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운영서 멀어진 탓에 효과적인 물밑 조율도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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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