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꽂혔다는 부정선거 의혹

귀가 얇아도 그렇지…극우 음모론에 감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를 할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마비됐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1979년 10·26 사태가 촉발한 비상계엄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한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사회 전반을 관리하면서 국민을 통제하던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쳤다.

45년 만에
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민은 거리로 나왔다. 연말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송년회, 신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궁금해하는 중이다. 군, 경찰, 정부 부처 인사들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서조차 “(윤 대통령이)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내란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는 관련자들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우두머리)’ ‘내란의 정점’이라는 의혹이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실행에 옮겼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내란수괴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범죄이기도 하다. 긴급체포, 구속 등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검찰 또는 경찰이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내란 혐의라서다. 그만큼 내란죄가 중범죄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부처 장관의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읽어 내려간 대국민 긴급 담화문에는 거친 표현들이 가득했다. 비상계엄 포고령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도 3시간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이 윤 대통령을 그토록 자극한 것일까?

계엄군 선관위 투입 이유
“부정선거 의혹 해소하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포고령 등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같은날 오후 11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비상계엄 포고령이 나왔다. 지난 10일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포고령을 직접 수정하고 특정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에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4일 비상계엄 해제 발표가 이뤄졌고 나흘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 한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흘 동안 진행한 네 번의 담화와 포고령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 때문이다’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야당의 ‘패악’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상황 비판 → 현재 국회 의석 구성에 대한 의문 → 부정선거 가능성 제기 → 비상계엄 선포 등의 순으로 윤 대통령의 사고가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심은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진입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서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관련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이다. 

실제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수원 선거연수원, 서울 관악청사 등에 투입됐다. 국회 진입보다 빨랐고 국회로 간 병력보다 많았다. 선관위 측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계엄 당일 선관위 투입 병력은 297명 규모로, 과천청사 120명, 관악청사 47명, 선거연수원 130명 등이다. 국회에는 280여명이 투입됐다. 

국회보다
빠르고 많아

선관위가 지난 6일 발표한 ‘계엄군의 위헌·위법적인 청사 점거에 대한 중앙선관위 입장’에 따르면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 출입 통제 및 경계 작전을 실시하는 등 3시간20분가량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를 점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의 이동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해도 계엄군이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77조 3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입법부(국회)나 헌법기관(선관위)에 대한 부분은 없다.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그 자체가 위헌·위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들은 지난 6일 선관위 내부 CCTV를 공개하고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명 가운데 6명은 곧바로 2층의 전산실로 들어갔다”며 “총 3차례에 걸쳐 특정 서버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비롯해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 등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실로 진입한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의혹 제기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서 부정선거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선관위의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부실을 언급했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해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그래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보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서 선관위를 비롯한 해킹 공격이 있었고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다”며 “다른 기관들은 시스템 점검에 동의했지만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12345’ 같이 아주 단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보안 관리 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냐”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지난해 10월 냈던 자료를 재배부했다. ‘중앙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컨설팅 결과 관련 입장’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대국민담화, 선관위 보안 언급
야당 탓하면서 선거 결과 부정? 

이미 1년여 전 선관위의 반박자료가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방송이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언급한 부분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0년 21대 총선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은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기각했다. 그동안 부정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됐지만 극우 인사들의 의혹 제기는 지난 4월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 배경에는 선관위가 어김없이 언급됐다. 선관위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으니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와 아크로비스타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서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고 썼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이 의원은 당 대표였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고생했다”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히 
꽂혔다

이어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서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을 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 진영을 절단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