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꽂혔다는 부정선거 의혹

귀가 얇아도 그렇지…극우 음모론에 감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를 할퀴고 있다. 정치, 사회, 문화, 외교,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마비됐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무슨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이제 대통령이 답할 차례다.

1979년 10·26 사태가 촉발한 비상계엄 당시 고등학생이었다는 한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대가 사회 전반을 관리하면서 국민을 통제하던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몸서리쳤다.

45년 만에
대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국 사회는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국민은 거리로 나왔다. 연말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송년회, 신년회 등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궁금해하는 중이다. 군, 경찰, 정부 부처 인사들은 물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서조차 “(윤 대통령이)왜 계엄을 선포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내란 혐의로 검·경 수사를 받는 관련자들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괴(우두머리)’ ‘내란의 정점’이라는 의혹이 관련자들의 입을 통해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하고 ‘윤 대통령과 공모해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내란을 실행에 옮겼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내란수괴죄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의 재직 중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예외 범죄이기도 하다. 긴급체포, 구속 등 윤 대통령의 신병을 검찰 또는 경찰이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내란 혐의라서다. 그만큼 내란죄가 중범죄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총리, 부처 장관의 반대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읽어 내려간 대국민 긴급 담화문에는 거친 표현들이 가득했다. 비상계엄 포고령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의원 190명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됐는데도 3시간 이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엇이 윤 대통령을 그토록 자극한 것일까?

계엄군 선관위 투입 이유
“부정선거 의혹 해소하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포고령 등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국민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 같은날 오후 11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름으로 비상계엄 포고령이 나왔다. 지난 10일 구속된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포고령을 직접 수정하고 특정 항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포고령에도 윤 대통령의 의중이 상당 부분 담겨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후 4일 비상계엄 해제 발표가 이뤄졌고 나흘 뒤인 7일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 한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흘 동안 진행한 네 번의 담화와 포고령에 담긴 윤 대통령의 의중은 ‘야당 때문이다’로 풀이되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해 야당의 ‘패악’을 국민에게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경고성 계엄’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도 이 과정이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한 의문을 숨기지 않았다. 

야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상황 비판 → 현재 국회 의석 구성에 대한 의문 → 부정선거 가능성 제기 → 비상계엄 선포 등의 순으로 윤 대통령의 사고가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심은 계엄군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진입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 질의서 6곳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 관련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이다. 

실제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 수원 선거연수원, 서울 관악청사 등에 투입됐다. 국회 진입보다 빨랐고 국회로 간 병력보다 많았다. 선관위 측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계엄 당일 선관위 투입 병력은 297명 규모로, 과천청사 120명, 관악청사 47명, 선거연수원 130명 등이다. 국회에는 280여명이 투입됐다. 

국회보다
빠르고 많아

선관위가 지난 6일 발표한 ‘계엄군의 위헌·위법적인 청사 점거에 대한 중앙선관위 입장’에 따르면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 출입 통제 및 경계 작전을 실시하는 등 3시간20분가량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를 점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군의 이동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다 해도 계엄군이 들어갈 법적 근거가 없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제77조 3항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입법부(국회)나 헌법기관(선관위)에 대한 부분은 없다.

계엄군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그 자체가 위헌·위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권 의원들은 지난 6일 선관위 내부 CCTV를 공개하고 “선관위에 진입한 계엄군 10명 가운데 6명은 곧바로 2층의 전산실로 들어갔다”며 “총 3차례에 걸쳐 특정 서버의 사진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비롯해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저장장치 서버) 등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실로 진입한 배경으로 ‘부정선거 의혹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음모론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부분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의혹 제기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서 부정선거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운을 떼면서 선관위의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부실을 언급했다. 데이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는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 입회해 지켜보면서 자신들이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 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며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과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있는 부분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개선됐는지도 알 수 없다”며 “그래서 국방부 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보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서 선관위를 비롯한 해킹 공격이 있었고 정보 유출과 전산 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다”며 “다른 기관들은 시스템 점검에 동의했지만 선관위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이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비밀번호도 ‘12345’ 같이 아주 단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스템 보안 관리 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에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이 선거 결과를 신뢰하겠냐”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지난해 10월 냈던 자료를 재배부했다. ‘중앙선관위 정보보안시스템 컨설팅 결과 관련 입장’ 자료에 따르면 당시 선관위는 “선거시스템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곧바로 실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지려면 다수의 내부 조력자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위원회 보안관제시스템을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해야 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대국민담화, 선관위 보안 언급
야당 탓하면서 선거 결과 부정? 

이미 1년여 전 선관위의 반박자료가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극우 성향의 유튜브 방송이 꼽힌다. 실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로 언급한 부분은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한 언론은 윤 대통령이 국가정보원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0년 21대 총선 직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민경욱 전 의원은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2022년 기각했다. 그동안 부정선거와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기각되거나 각하됐지만 극우 인사들의 의혹 제기는 지난 4월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까지 이어졌다.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부정선거 ‘음모론’ 배경에는 선관위가 어김없이 언급됐다. 선관위가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 있으니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극우 유튜버의 주장과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에 심취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와 아크로비스타서 처음 만난 날 ‘대표님,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서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하고 나왔다’가 첫 주제였던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냐”고 썼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당시 이 의원은 당 대표였다. 

이 의원은 “당 대표로 있을 때 철저하게 배척했던 부정선거쟁이들이 후보(윤 대통령) 주변에 꼬이고 그래서 미친 짓을 할 때마다 제가 막아 세우느라 고생했다”며 “결국 이 미친놈들에게 물들어서, 아니, 어떻게 보면 본인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히 
꽂혔다

이어 “결국 부정선거쟁이들이 2020년부터 보수진영을 절단내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서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을 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 진영을 절단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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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