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힘 싣는 조계종 속사정

문체부·체육회 갈등에 스님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당한 도전일까, 과욕일까? ‘체육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씨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부는 ‘절대 안 돼’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종교단체가 이 회장의 편에 섰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의 특수법인으로 우리나라의 스포츠와 올림픽 사무를 총괄한다. 한 해 예산만 4000억원에 이른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대 많은데…

최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문체부 간 갈등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문체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면서 생활체육 예산 416억원은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각 지자체가 시·도별 체육회에 집행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한체육회가 문체부로부터 매년 4200억원을 지원받아 시·도별 체육회와 각 종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던 것을 직접 교부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문체부는 “효율적인 체육 정책을 위해 앞으로도 예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대한체육회를 겨냥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엘리트 체육의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체육회를 통해 간접 지원되던 지역체육회 관련 예산을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정책이 ‘월권’ ‘직권남용’ 등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산 문제로 한차례 충돌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회장 연임 문제로 강하게 대립 중이다. 이 회장은 3선 도전에 나섰고 문체부는 절대 승인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태다. 대한체육회가 회장 연임과 관련해 정관을 바꾸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3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문체부 역시 제대로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 대한체육회는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정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임시대의원 총회서 이 같은 절차를 없애 연임 제한의 걸림돌을 치운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종목단체나 지방 체육회서 임원을 맡을 인물이 부족하고 시군구 회장들은 자기 돈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할 공정위원회를 일일이 다 만들 순 없다”며 정관 개정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체육 단체장만이라도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달라면서 정관 개정안을 수정했다. 

문제는 문체부 승인이다. 유 장관은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공언했다. 또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문체부는 비위 혐의를 들어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를 점검해 이 회장 등 8명을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 낭비(배임)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12일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해당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으며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망신주기식 수사 반대” 목소리
신도회장, 불교리더스포럼 대표

하지만 문체부의 수사 의뢰, 직무 정지도 이 회장의 3선 의지를 꺾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전체회의서 이 회장의 연임 신청을 승인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지표에 따라 연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50대50 비율로 구성하고 있다. 

정량평가는 국제기구 임원 진출(10점)·재정기여도(10점)·단체운영 건전성(10점)·이사회 참석률(10점)·포상 여부(5점)·징계 및 개인 범죄사실 여부(5점) 등을 확인한다.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는 이 회장의 ‘IOC 현직 위원’ 프리미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이 회장은 기준 점수인 60점을 무난하게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면면이다. 스포츠공정위는 김병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5명이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로 구성돼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지낸 경력도 있다. ‘셀프 심사’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 당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정서 다투자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의 연임 승인에 “더 이상 체육회에 공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해 그 결과를 도출한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문체부, 국회, 언론 등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며 “문체부는 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문체부와 이 회장 간의 갈등에 불교계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이하 주지협)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이기흥 회장에 대한 정부의 경찰 수사 의뢰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문체부가 각종 비위 혐의로 이 회장을 수사 의뢰한 이후 나온 내용이다. 주지협은 “이 회장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눈앞에 두고 당사자 확인도 거치지 않은 비위 점검 결과 발표로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며 “이 회장의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막기 위한 선거 개입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는 국무조정실이 수사 의뢰한 혐의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거나 이 회장의 입장을 무조건 편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올해 파리올림픽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등 한국 체육사에 막대한 공을 쌓았다”고 그의 공로를 강조했다.

또 ‘불교계 대표 신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등 불교계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25~26대 신도회장을 역임했다. 2022년 1월에 출범한 불교리더스포럼 상임대표도 수행하고 있다.

기어코 한다?

조계종의 성명서 발표에 의아함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시간 불교계와 인연을 맺어온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움직임으로 보기엔 너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3선 연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민 여론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4선 도전과 함께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태다. 이 회장은 문체부의 제지와 경찰 수사를 넘으면 국민 여론이라는 벽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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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