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가 대표저자인 <트렌드 코리아 2025>의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토핑 경제’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부수적인 요소인 ‘토핑’이 더욱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시장의 변화를 뜻한다.
‘최고의 상품’보다 소비자에게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이 소비자의 효능감을 더욱 높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표준화 경제’서 ‘토핑 경제’로 진화하면서 소비자의 다양성과 각자의 차별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시장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차별적 충족
최근 외식업 프랜차이즈 시장서도 이러한 토핑 경제효과가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Z세대가 좋아하는 음식서 토핑 경제가 뜨고 있다. 고객이 직접 토핑을 선택해 나만의 메뉴를 구성하는 것뿐 아니라 가맹본부가 다양한 재료로 수시로 신메뉴 토핑을 출시하면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외식업 창업 전문가들은 “토핑의 변화를 통해 기존 고객의 입맛을 새롭게 하고, 신규 고객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갈 수 있다”고 토핑 경제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요거트아이스크림 전문점 ‘요아정’은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하는 맞춤 경제를 바탕으로 상큼하고 달콤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다양한 토핑을 추가해 고객들에게 각기 다른 맛과 경험을 제공하며, 올해 토핑 경제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한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아닌 여러 가지 토핑과 16종의 프리미엄 생과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요아정의 강점이다.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 신규 고객뿐만 아니라 충성 고객층이 두터운 점도 요아정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50가지가 넘는 토핑 덕분에 나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는 데다 너도나도 ‘최애 조합’을 추천하며 입소문이 온라인상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입소문에 많은 연예인이나 셀럽들도 요아정의 ‘찐팬’임을 자청하고 있다. 다양한 유튜브 패러디 영상, 유명 배우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언급, MZ세대 아이돌의 조합 추천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슈화와 홍보가 이어지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은 ‘구슬설빙’ 2종이 토핑으로 인기다. 설빙 관계자는 “컬러풀한 바삭마시멜로우와 초코링, 아이스크림 토핑을 활용해 더욱 화려해진 비주얼을 자랑하는 ‘구슬설빙’ 2종으로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한다”며 “특히 ‘구슬설빙’의 핵심 아이템인 ‘바삭마시멜로우’ 토핑도 함께 신규 출시해 바삭한 식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설빙 제품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샐러드카페 ‘그린스미스’는 샐러드가 단순히 에피타이저나 디저트, 또는 밑반찬 역할서 벗어나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메뉴로 선호되고 있는 점을 간파해 토핑을 강화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샐러드 전문점의 신선한 채소류뿐 아니라 포만감 가득한 다양한 건강식 토핑류를 30%나 얹은 것이 특징이다.
건강 슈퍼 푸드 중 하나인 렌틸콩, 칙피, 고소하고 향긋한 견과류, 크랜베리, 옥수수, 양파, 토마토, 단호박 등과 에그, 스페셜소시지, 최고급 수제 치즈, 올리브닭가슴살 등 단백질 함량이 많은 고기류 등 12가지 토핑이 일대일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고객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토핑을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최고의 상품’ 보다 ‘최적의 상품’
다양한 재료로 수시 신메뉴 출시
옛날치킨 프랜차이즈 ‘고려통닭’은 차별화된 누룽지 토핑으로 레트로 감성과 함께 MZ세대의 뉴트로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차별화 메뉴인 누룽지통닭구이는 과거처럼 닭 배 속에 찹쌀밥을 넣는 대신, 누룽지를 철판 위에 깔고 그 위에 30여가지 빨간 양념을 발라서 전기구이로 기름기를 뺀 겉바속촉의 양념구이 통닭을 얹어서 내놓는 점이 특징이다.
고객 각자의 취향에 맞는 토핑을 다양하게 해서 내놓는데, 양념누룽지통닭구이, 매운누룽지통닭구이, 콘치즈누룽지통닭구이, 통마늘누룽지통닭구이, 로제누룽지통닭구이 등 10여가지 토핑 메뉴가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유인한다.
본사 관계자는 “전기구이 통닭 아래에 깔리는 누룽지 토핑과 통닭구이 위로 MZ세대가 좋아하는 다양한 재료로 토핑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며 “가격대도 1만7000원서 2만원 선으로 합리적이고 양도 많아 홀 판매와 배달 주문이 고르게 오르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저가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덤브치킨’은 고구마, 옥수수, 할라피뇨, 파무침, 마요네스 등의 다양한 토핑으로 청소년층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좋아하는 치킨집이다. 특히, 생고구마를 기계로 채 썰어 튀긴 고구마 토핑은 2000원에 추가할 수 있어 차별화된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추퐁닭 치킨은 새콤달콤한 간장 베이스에 매콤한 고추 맛이 더해진 소스에 프라이드치킨을 퐁당 담가 먹는 메뉴로, 고추 토핑 맛이 치맥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콘소메 치킨은 고소한 옥수수 가루와 짭조름한 시즈닝, 그리고 튀긴 스위트콘을 토핑해 프라이드치킨과 함께 먹는 메뉴다.
고추마요 치킨은 고소한 마요네즈와 알싸한 청양고추 소스를 곁들인 메뉴로 고소하면서도 매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새콤한 할라피뇨도 듬뿍 들어있어 치킨에 얹어 함께 먹으면 그만이다. 파무침 치킨은 알싸한 파채를 새콤달콤한 소스로 버무려 프라이드치킨 위에 토핑한 메뉴로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뒷맛을 보장한다.
각기 다른 맛
이처럼 토핑 경제는 향후 외식시장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 나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토핑에 신경을 쓰는 나머지 기본 메뉴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피자는 먼저 도우가 맛있어야 하고, 치킨도 신선한 원육과 치킨 자체의 맛이 중요하다. 기본적 가치를 결코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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