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수건설의 부실이 이수화학으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돈이 궁한 자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다가 재무 부담은 물론이고 신용마저 나빠진 모양새다.
이수그룹은 2000년대 초 지주사 체제 구축과 함께 중견 기업집단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그룹 지배구조는 ‘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기타 계열회사’ 등으로 이어지며, 김상범 현 회장은 이수엑사켐 지분 100%를 토대로 계열회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남 돕다가…
㈜이수 휘하에 놓인 이수화학은 캐시카우 역할이 부각된다. 이수화학은 최근 2년(2022~2023년)간 연결기준 2조원대 연평균 매출을 올린 석유화학 관련 계열회사다. 지난해에는 영업시황 악화, 매출원가 상승 여파로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그룹의 수익성을 견인하다시피 했다.
이수화학의 역할은 단순히 현금 창출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실 계열회사인 이수건설을 지탱하는 것도 이수화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1976년 설립된 이수건설은 주택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왔으나, 유동성 악화로 2009년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이수건설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자, 이수화학은 어쩔 수 없이 구원투수로 나서야 했다. 2009년 4월 이수건설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부담한 1022억원을 시작으로, 이수화학은 2013년까지 총 1760억원을 출자했다.
이수건설에 대한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수화학은 2018년과 2021년에 각각 600억원, 700억원을 추가 출자했으며, 심지어 2019년 반포동 사옥을 팔아 마련한 599억원을 이수건설에 건넸다.
그럼에도 이수건설은 정상화 수순을 밟지 못했고, 특히 2020년에는 영업손실 705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당해 부채비율은 17495.3%에 달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 이하)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였다.
부실 계열사 메꾸는 구원투수
나빠진 재무·신용 기초체력
최악의 시기를 넘겼을 뿐, 이후에도 불안정한 모습은 계속됐다. 이수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415억원, 순손실 498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원가율은 102%에 달했다. 공사를 진행할 때마다 손해를 본 셈이다.
올해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수화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수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매출 2042억원, 순손실 233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209.3%로, 적정 수준과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이마저도 영구채를 자본으로 회계처리한 결과다. 이수건설은 지난해에도 8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영구채를 발행했고, 이에 따른 이자로 28억원을 지출했다.
이수건설에 신경 쓰느라 바빴던 이수화학 역시 기초체력이 눈에 띄게 나빠진 모습이다. 2020년 200%를 넘긴 이수화학 부채비율은 지난해 300%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에는 271.6%로 지난해 말(319.5%) 대비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축이다.
급기야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6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최정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영업현금창출력이 나빠진 점을 고려하면 확대된 재무 부담이 단기간 내 완화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향후 6개월 내에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빚 떠안을 판
이런 가운데 이수건설은 지난 9월 또 한번 영구채(200억원 규모, 만기 30년, 금리 연 8.5%) 발행을 결정했고, 이수화학은 영구채에 신용보증을 제공했다. 이수건설이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이수화학이 대신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수건설은 발행일로부터 18개월에 해당하는 2026년 3월부터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통상 영구채 발행사는 조기 상환권을 행사하는 게 관례이며, 이수화학 역시 18개월 이후 영구채 상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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