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국정감사’라는 평가 속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22대 국회 첫 국감이 1998년 이후 매년 국감을 평가해 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으로부터 낙제에 가까운 평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지난달 28일, 1차 대표회담에서 공언했던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체(이하 민생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합의한 지 1달여 만이다. 민생협의체는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민생법안을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번 국감에서 여야의 꼴을 보면 그것을 믿을 국민은 없을 듯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여야 의정협의체 등 정치적 현안 갈등이 수두룩한데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민생공약 민생정책을 처리한다는 것은 보여주기식 정치쇼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차치하고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 이번 국감은 거대 야당이 김 여사 논란에 집착하면서 1~2주 차에서 630개 피감기관 중 단 한 건의 질의조차 받지 않은 기관이 209곳(33.2%)에 달했을 정도로 그 기능은 상실됐다. 여야가 김 여사 의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재판을 둘러싸고 말싸움하느라 수사하듯이 진행한 정쟁 국감으로 점철됐기 때문이다.
또 야당은 김 여사를 비롯한 국감 불출석 증인들에 대해 역대 최다인 27건의 동행명령장을 남발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는 막말과 욕설·삿대질 등이 오가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여야는 ‘최악 국감’을 초래한 극한 대결을 접고 본연의 기능을 하는 ‘정책 국회’로 전환해야 한다. 국감이 끝나면 민생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경제 살리기에 필수적인 법안들부터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앞에 김 여사 특검 등을 몰아붙이면서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내달 2일 대규모 ‘김 여사 규탄 범국민대회’를 열고 14일에는 김 여사 특검법을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이렇게 여야가 극렬하게 충돌하는 속에서는 민생협의체도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극한 충돌을 자제해 나가면서 이견을 조율하기 쉬운 법안부터 접근해 나갈 때 민생협의체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국가기관 전력망 확충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금투세 폐지·유예 등 증시 밸류업 방안에 대해서도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 장기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도 주요 과제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도 증폭되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되고 있다. 어쨌든 무한 정쟁을 멈추고 경제·민생 회복을 위한 성과를 내려면 민생협의체는 ‘생산적인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민생협의체는 지난 총선 때 여야가 함께 공약한 정책과 법안들 가운데 정쟁과 무관한 것을 골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을 도입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대략 30건 안팎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의힘은 “민생협의체 출범이 ‘킥오프 미팅(Kick off meeting·첫 회의)’으로 여러 얘기를 하겠지만 딱 정해놓고 시작하지는 않는다”며 출발에 큰 의미를 뒀다. 민주당은 이견이 있는 것을 타협하기보다 “공통된 공약부터 확인하자”는 입장이다.
당장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몇 개 법안이라도 처리하려면 속도를 내야 한다. 물론 민생협의체가 출범했다고 해서 갑자기 경제가 활력을 찾고 민생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민생협의체 운영의 진정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어쨌든 극한 충돌을 일삼는 여야가 민생과 경제를 매개로 머리를 맞대는 것 자체가 기대감을 준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 저출생 대응,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력망 확충 등은 여야와 국민 모두에게 절박한 과제다. 정치성이 배제된 주제부터 협의한다면 의외의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민생협의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명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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