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지난 아리셀 사고 그 후…

말로만 대형 참사 ‘관심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외국인 노동자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현장서도 가장 밑바닥에 존재한다. 특정 현장에서는 이들이 없으면 업무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지만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면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서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현실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졸지에 가족을 잃은 유족은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스피커’를 찾아 헤맨다. 국회 국정감사는 스피커가 필요한 이들에게 기회로 여겨진다. 정치인의 입을 빌려 책임자를 향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되는 것이다. ‘반짝’ 관심에 그쳤던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조용하다가
국감서 반짝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도 화성시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2층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5명은 한국인, 나머지 18명은 외국인이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30년 이주노동자 역사에서 가장 큰 참사”라고 말했다. 

당시 공개된 CCTV에는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들이 불을 끄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하지만 1분도 안 되는 사이 불길은 2층 전체를 삼켜 버렸다. 화마에 휩싸인 이들은 어디로 피하지도 못한 채 숨졌다. 누구도 대피하라고 하지 않았고 누구도 구조하러 달려가지 못했다. 대형 참사였다.

사고 난 다음날부터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화재로 사망한 이들의 소속이 어디였냐는 점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아리셀 공장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해당 인력 공급업체가 무허가였다는 점이다. 


경찰, 고용노동부 등이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현장서 일어날 수 있는 총체적인 문제가 발견됐다.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안전 문제가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김 대표는 “죽을 수밖에 없는 노동 조건과 환경이었다”고 한탄했다.

지난달 24일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여기에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등 4개 법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대표는 아리셀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박 총괄본부장 등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사망자 23명 가운데 18명 외국인
비전문취업(E-9) 비자는 없었다

박 대표와 박 총괄본부장 등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 생산 공정에 허가 없이 불법 파견받았다. 불법 파견업체서 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숙련되지 않은 상태였고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투입되면서도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사망한 23명의 피해자 가운데 20명이 파견근로자였고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또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을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하고 담당 부서 인력도 감축했다. 안전보건 관리자가 퇴사한 이후에는 4개월 동안 자리를 채우지 않았다. 또 이후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자로 임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고를 예고된 인재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관련자가 재판에 넘겨지는 등 사고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반해 ‘본질’에 대한 목소리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사고로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이 또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국민은 물론 정부의 관심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250만7584명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4.89%에 이른다. 통상 한 나라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경우 다문화사회로 본다는 점을 참고하면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 진입을 앞둔 셈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는 약 130만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비전문취업(E-9) 외국인 입국자는 16만8775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15만1116명)보다 많았다. 지난 8월까지 12만6557명이 입국하면서 연말까지 20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
유족 요구

E-9은 일정 자격이나 경력 등이 필요한 전문 직종이 아닌 제조 업체, 건설공사 업체, 농업, 축산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비자다. 

E-9 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꾼다. 우리나라서 바짝 돈을 벌어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하고 사용자와 원만한 관계를 맺어 체류 기간을 늘리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이 때문에 ‘돈’과 ‘고용 안정’은 외국인 노동자를 옭아매는 족쇄로 작용하곤 했다. 노동 현장서 사고가 일어나도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자는 ‘악’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숨죽였다. 

김달성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때마다 ‘산재 은폐율’을 강조했다. 2021년 한국노동연구원 김정우 전문위원이 발간한 <노동조합은 산업재해 발생과 은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게재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재 은폐율은 66.6%에 이른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 연구가 노동자 3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는 대부분 50인 미만 사업장서 일한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내국인 노동자의 산재 은폐율도 연구 결과보다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는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년에 프레스 기계로 절단된 외국인 노동자의 손가락이 열두 가마니라는 말이 있다”며 “그 정도로 원시적인 산재가 아직도 현장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서 비롯된 사건‧사고는 E-9 비자로 입국한 이들에게 집중됐다. 영하 17도 혹한의 날씨에 비닐하우스서 동사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속헹씨는 E-9 비자로 입국한 농업 노동자였다.

열악한 환경
현주소 드러나

그의 죽음이 산재로 인정받기까지 수년이 걸린 점은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아리셀 사고서 사망한 피해자들 가운데 E-9 비자로 입국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18명의 사망자 가운데 재외동포(F-4) 비자가 11명, 방문 취업 동포(H-2) 비자가 4명, 결혼 이민(F-6) 비자와 영주권(F-5) 비자가 각각 2명, 1명이었다. 


F-4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비자다. 비교적 자유로운 국내 활동이 가능하고 취업에도 큰 제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류 기간은 3년 단위로 연장돼 무기한 체류도 가능하다. 

H-2 비자는 외국 국적 동포에게 발급된다는 점에서 F-4 비자와 비슷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구소련지역 6개 국가의 국적을 보유한 18세 이상의 외국 국적 동포에 한정된다. F-4 비자와 비교해 취업에 제한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비자는 곧 신분과 같다. 실제 지난 7월 아리셀 측은 피해자의 국적과 비자 종류에 따라 보상액을 차등 산정해 유족의 반발을 불렀다. F-4나 H-2 비자로 입국했다가 이번 사고로 사망한 경우 국내 체류 기간(7년)은 내국인 기준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하고 이후 65세까지는 중국 현지 근로자 임금으로 일실수입을 적용했다. 

F-4 비자로 입국하면 단순 노무직으로 취업할 수 없어 이번 사고로 사망자가 불법 취업한 사실이 적발된 이상 생존했더라도 비자 연장은 불가능하므로 7년 이후는 중국 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종전 판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아리셀 측의 입장에 한 유족은 “돈으로 보상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사측에서는 내·외국인 따지지 말고 다 같은 인간으로 공정하게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파견에 군납 비리 의혹까지
대표 구속되고 관계자 극단적 선택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해 “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그보다 나은 조건인 이들의 노동 환경도 열악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만큼 외국인 노동자 처우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나마 최근 박순관 대표의 국감 출석 문제로 아리셀 사고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전지공장 화재 사고의 조사와 회복을 위한 자문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의 책임자인 박순관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취약한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화재 참사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대응과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아리셀 참사는 현재 이 순간 한국 사회서 등장하고 있는 안전관리와 위험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는 사고”라며 “여러 지점서 한국의 산재 위험이 변화하는 역사의 변곡점에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고민을 검토해봐야 하는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의 국감 증인 채택을 촉구했다. 유족들의 절절한 요구도 이어졌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17일 박 대표를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박 대표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유서에서 “진행 중인 재판, 수사와 직접 관련된 만큼 답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서의 답변 내용이 향후 수사 및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와 관련해 회사 소속 기술책임자가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자택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이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심각한 심적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에스코넥 관계자 A씨가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에스코넥과 아리셀의 군납비리 사건 관련 피의자로 수원지법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는 에스코넥과 아리셀이 수년간 국방기술품질원 검사자가 미리 선정해 봉인한 ‘샘플 시료전지’를 관계자들이 별도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 통과토록 하는 등 비리를 저질러 온 사건 관련자다. 

후속 대처
이어질까

국회 환노위는 지난 22일 박 대표의 불출석 사유서에도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등 그를 국감장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증언‧감정법은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동행명령장 수령을 회피할 경우 ‘국회모욕죄’로 보고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환노위원장인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증인은 국감에 반드시 출석해 아리셀 화재 사고에 대해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명백히 전하고 향후 피해보상 및 회복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할 의무가 있다”고 동행명령장 발부 배경을 밝혔다. 박 대표는 끝내 국감에 불참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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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