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논쟁이 국회로’ 상법 개정안 모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8 10:50:57
  • 호수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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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헤지펀드 ‘누구 손잡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민주당은 장하성·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이론과 활동을 토대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론을 20년 넘게 반박하는 사람은 장 전 실장의 사촌 동생 장하준 교수였다. 사촌의 20년 논쟁은 국회로 갔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6월부터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내용이 담긴 법안은 정준호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했다. 

회사서 주주로
충실의무 확대 

정 의원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과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훈식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의 이익’으로, 박주민 의원은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길 원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3일 한국 거래소를 방문해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발표된 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내용은 빠졌다.

재계는 “이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서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한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항구적으로 존속하길 원하는 법인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등 경영행위도 한다.

하지만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주로서는 배당금이 줄어든다고 판단할 뿐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5일 발의한 법안은 “재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 상법 규정을 제1항으로 존속시키고,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제2항을 신설하려고 한다.

그는 제3항을 신설해 “주주총회서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가 제2항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소수주주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김 의원은 제3항 신설에 대해 “주주총회서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면책을 줌으로써 소수주주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상법 개정은 제21대 국회서도 추진됐다. 그 배경에는 LG화학이 추진했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이 있었다. LG화학은 2020년 9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은 미래가치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LG화학 주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LG화학은 물적분할을 마무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시켰고,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대기업 사업구조 개편 발단
민주당 개정 재추진 계기로

지난 21대 국회서 이용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서 같은 법안이 연이어 발의된 데 이어 다시 쟁점이 됐던 계기는 두산의 사업 재편이다. 두산은 지난 7월21일 계열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1대 0.031 비율로 합병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46%와 일반주주의 두산밥캣 지분 54%는 모두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가 되고, 두산밥캣 기존 주주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준다는 취지였다. 

이는 곧 큰 반발을 불러왔다. 두산밥캣은 2023년 기준 매출 9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에 영업적자 15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은 종전 13.8%서 42%로 올라간다.

반발이 이어지자,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비율을 0.043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서 규정한 ‘주주의 의무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서 크게 불거졌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1996년에는 비상장된 에버랜드 주식은 장외시장서 1주당 약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고,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치는 1주당 10만원이었다. 

이사회는 이건희 당시 회장과 주요 임직원 및 주주들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에 발행했다. 임직원과 주주들은 모두 전환사채를 인수할 권리를 포기했고, 이 전환사채들은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남매에게 배정됐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은 지분 25.1%를 가진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되는 계열사였다.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한 행위는 검찰이 에버랜드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던 근거의 핵심이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 지분비율의 변화가 기존 주주 자신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배권 이전과 관련해 이사에게 임무 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이 해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1세기 이후 대기업의 이런 경영행위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눈에 띄어 대대적인 공격을 당하는 이유가 됐다.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사례는 ‘SK 대 소버린’과 ‘삼성 대 엘리엇’이다.

모나코 국적의 헤지펀드 소버린은 한국에 자회사 크레스트시큐리티를 설립해 2003년 4월 SK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4월16일에는 14.9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SK네트웍스에 대한 지원을 반대했고, 손길승·최태원 회장 등 SK㈜ 경영진들의 사임을 요구했다.

불지핀
사례들


SK네트웍스는 SK글로벌에 대한 분식회계 사태 이후 파산 직전까지 몰린 부실 기업이었지만, SK그룹의 모태였다. 그래서 그룹 차원서 살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소버린은 2004년 3월 주총서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고, 정관 개정안을 제안했다. 주총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버린은 2005년 최 회장을 이사직서 해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사의 배제 요건에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를 포함해 최 회장을 퇴출하려고 한 것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소버린은 2005년 7월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소버린이 거둔 주식매매 차익은 약 8000억원이었다. 배당금과 환차익까지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삼성은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제일모직의 주식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당시 제일모직의 자산은 약 9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삼성물산의 자산은 29조50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분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 또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관련해, 이 회장이 가진 지분은 0.6%였지만, 삼성물산은 4.1%를 보유했다. 이 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엘리엇은 합병 이전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갖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상당히 과소평가됐고,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합병금지 가처분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등을 연이어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합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서 각각 진행된 임시주총서 승인됐다. 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기관은 국민연금공단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서도 크게 문제가 됐던 사안이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2018년 7월 ISDS(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를 신청했고,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손해배상금 5358만달러와 지연이자, 엘리엇이 지출한 법률비용 289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했고, 지난 9월 항소를 제기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이익 4조5000억원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이익에 대해서는 “분식회계를 거쳐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형사재판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 등은 제1심서 무죄를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꼼꼼히 
살펴보니…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공정의무 외에도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전자투표제 및 위임장 도입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지난 7월 발표했던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에 포함돼있던 내용이다. 이 내용은 대부분 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연대서 활동했던 1990년대부터 강하게 주장해 왔다.

장 전 실장은 기업지배구조펀드 ‘장하성 펀드’를 직접 만들어 활동했다. 

기업지배구조펀드는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에 주가가 낮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기업을 압박해 지배구조 개선 등 가치를 높여 이익을 거두는 펀드를 말한다. 기업을 압박하는 방법으로는 사외이사 및 감사 파견과 배당요구가 있다.

장 전 실장은 장하성 펀드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모아 태광그룹 계열사 대한화섬 지분 5.15%를 매입한 후 태광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했다. 김 전 실장은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미국에는 주주가치 이론을 정립해 활동하는 시카고학파가 있다. 두 사람의 주장과 활동에 대해서는 “시카고학파와 닮은 측면이 있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다.

장 전 실장은 2000년 12월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재벌기업 구조개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업과 전횡을 일삼는 총수는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며 “기업은 살려야 하지만, 기업이 엉망이 되게 한 장본인은 모두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중투표제로써 기업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고, 내부거래 등 부당한 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서 대중적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최순실 특검은 이재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청구 사유의 핵심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으로 잡을 것을 권유했고, 이 회장은 제2차 청구서 구속됐다.

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상당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형사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의 용인 없이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소액주주운동” “사회적 대타협”
 장하성 vs 장하준 20년 시빗거리

이 2명과 20년 넘게 논쟁하는 전문가로는 장하준 런던대 교수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이 있다. 이들은 “재벌은 정부의 특혜로 성장했기 때문에, 재벌 기업은 사유재산이면서도 국민의 자산”이라며 “재벌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2명의 전 정책실장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전 실장의 ‘장하성 펀드’ 활동 당시 펀드 운용사로 선정했던 곳은 미국 헤지펀드였던 라자드였다. 그래서 장하성 펀드의 공식 명칭은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였다. 장 전 실장은 대언론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활동했다.

하지만 이것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평가도 있다. 이름값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면서, 장하성 펀드의 이름값만 스치고 지나가면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대한화섬 주가 매입을 통해 40%의 수익률을 거뒀을 때도 있었지만, 이후 사외이사와 감사를 보냈던 남양유업과 일성신약 등은 장하성 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 등을 무시했다.

이런 흐름을 거치면서 수익률이 낮아지다가 활동도 흐지부지됐다.

반면 장 교수는 “외자 지배율이 높아지면서 단기 시세차익만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성장이 둔화됐다”고 주장한다. 장 전 실장은 펀드 운용을 위해 헤지펀드와 손을 잡기까지 했지만, 장 교수의 주된 비판 대상은 헤지펀드 등 단기성 투기자본이었다.

장 교수는 일관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를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강해져 경제주권이 제약됐다”며 “금융이 종속되고, 산업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사다리 걷어차기> 등 저서를 통해 “선진국은 스스로 보호무역을 통해 성장한 후 후발주자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등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를 한다”며 “제조업으로 성장한 후 금융업을 영위하는 영미 모델은 우리가 모방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가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은 정부·기업·주주·노동자 등 모두가 타협하는 북유럽식 사회적 대타협이다. 

장 전 실장과 장 교수가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사촌형인 장 전 실장과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이라는 관계로 손발을 맞춘 적이 있다. 현재에 이르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도 장 전 실장의 오랜 지론이 담겨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정 정책위원은 지난 8월 <시사IN>과의 인터뷰서 “회사가 ‘법인격’을 부여받은 것은 공기의 역할을 기대받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지배주주는 물론 단기 수익을 위해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침해하는 주주에게도 대항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미식?
북유럽식?

민주당은 장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의 지론을 토대로 상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정부의 입장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으로 정리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 발전에 훼방 놓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석했던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기관·외국인·사모펀드·소액주주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에게 어떻게 다 충실할 수 있겠느냐. (개정안의)논리적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가 충실히 의무를 다 해야 하는 대상은 회사인지, 아니면 회사와 주주인지, 사촌의 20년 넘은 논쟁은 국회로 넘어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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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