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 재계 확전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03 07:40:34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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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사·흑기사 계산기 들고 총출동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고려아연과 75년간 동업을 이어왔던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히든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의 인맥은 한화부터 소프트뱅크까지 국내외를 넘나든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 결단 시점을 앞두고 최 회장은 우군의 덩치를 최대한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영풍·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한화와 함께 현대차, LG, 소프트뱅크를 히든카드로 내세울 전망이다. 이들은 최 회장 측과 단순한 관계를 넘어 미래 사업 확장을 위해 지분을 확보한 협업 관계다. 3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쟁 속에서 지난 24일,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서 영풍 측과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최윤범 회장 
배임 혐의 고소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은 “(MBK·영풍은)우리의 기술,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돈, 돈, 돈, 돈뿐이다.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M&A(인수합병)를 결사코 막아낼 것”이라며 영풍의 경영 방침 및 사모펀드와 손잡는 행태에 대해 경고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은 지난 8월, MBK파트너스와 협력해 지난달 4일까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이 지분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33.13%를 갖고 있어 더욱 치열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자 최 회장 측은 현대차그룹과 MBK·영풍의 공개매수 대응과 관련한 물밑 접촉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의 관심은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를 추진할지에 쏠린다. 영풍이 MBK와 손잡고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매수할 계획을 밝히면서 최 회장으로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가 지분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방어를 위해 고려아연 측도 최대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대차는 이차전지 소재, 재생에너지 등 미래 사업 확장을 위해 지분을 유치한 기업이다. 다만, 이번 공개매수 건과 관련해 명확한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이차전지 소재 협력 강화 차원서 고려아연과 MOU를 체결하고 지분에 참여했다’는 게 지금까지 알려진 현대차의 스탠스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5%가량을 쥐고 있는 현대차가 지지한다면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의 공세를 막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와의 교감이 현재 최 회장의 히든카드 확보 전략의 핵심인 이유다. 지난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 LG화학, 한화그룹 등이 지분 맞교환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했을 때부터 시장은 최 회장 측 우군으로 관측했다.

앞서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공급망 안정을 위해 고려아연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 HMG 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05%를 인수했다. LG화학도 1.89%를 보유하고 있다.

75년 동업 깨고 경영권 분쟁 일파만파
“적대적 M&A 시도” “외부 자본 유치”

고려아연의 대기업 지분을 모두 합하면 14.69%에 달한다. 고려아연 지분 0.75%를 보유한 한국타이어도 ‘최 회장의 우호주주’라는 입장을 낸 상태다. 한국타이어 역시 지난해 말 MBK로부터 공개매수 공세를 받았다.


최 회장의 히든카드 중 대표적 기업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다. 한화그룹은 ㈜한화를 중심으로 수소,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고려아연과 긴밀한 사업 협력관계를 맺었다.

한화는 지난 2022년 고려아연과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자사주 7.3%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1.2%를 맞교환했다. 현재 한화그룹은 한화에이치투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75%를 보유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최 회장을 만나 사업상 우호적 관계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회장과 김 부회장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졌다.

수소·신재생에너지 분야서 고려아연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한화그룹이 이번 경영권 분쟁서 고려아연 편에 서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한화를 비롯해 현대차, LG화학 등 대기업 지분(18.4%)을 최씨 일가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 회장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해외기업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다. 고려아연은 소프트뱅크가 2022년 투자한 스위스 에너지 기업인 에너지볼트에 600억원을 투자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추진하면서 생긴 해외 네트워크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소프트뱅크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면 MBK·영풍 연합에 대응할 실탄도 자연스레 확보된다.

혈투로 번진
75년 혈맹

최 회장이 주식담보 대출을 검토하거나, 글로벌 사모펀드 운영사들과 접촉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 19일 계열사·협력사 임직원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추석 연휴였지만, 외국 회사들과 소통하는 데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며칠간 밤낮으로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과 격려를 받아 계획을 짜냈다”면서 “이 싸움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16∼18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출장서 최 회장은 현지 협력사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접촉하며 영풍·MBK 측에 맞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 중 일본 도쿄서 재무 담당 임원 등과 함께 글로벌 투자회사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계에서는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일본 소프트뱅크가 고려아연을 지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또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도 만나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에 아연정광 등 원재료를 공급하는 스위스 글렌코어 역시 고려아연의 핵심 협력사다.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이자 고려아연의 니켈 사업 협력사인 트라피구라의 행보도 관건이다. 트라피구라는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 1% 이상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협력사들은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한국앤컴퍼니, 휴스틸 등 고려아연 고객사 80여곳은 이날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내고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아연과 연, 반도체 소재 등 국가 기간산업 핵심 소재의 해외 기술 유출과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의 해외 일정을 정확히 확인해줄 수 없지만 일본, 싱가포르, 홍콩은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거점”이라며 “최 회장뿐 아니라 여러 임직원 등이 회사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지 울산 
주민들 분통

또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계열사인 캠코의 최내현 회장과 고려아연 호주 계열사인 아크에너지 최주원 대표 등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우호 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주원 대표의 경우, 호주 내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고려아연 입장을 표명하며 지지를 끌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울산 지역사회와 정치권이 이번 경영권 인수 시도에 우려를 표하며 고려아연 지지를 공식화한 것도 고려아연 측에는 호재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적대적·약탈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고려아연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 시장이 주도하는 운동에 문화예술계와 사회복지계, 지역 건설업계까지 나서며 범시민 운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과 이순걸 울주군수 등 고려아연의 제철소가 있는 울주군 출신 선출직 인사들도 지난 20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인수합병 시도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번 분쟁은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소액주주, 관련 업체 관계자와 노동자들까지 울산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이 매우 큰 사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과 진보당 울산시당도 전날(19일) 입장문 등을 내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경영권을 놓고 향후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갈 가능성이 큰 상황서 자사 지분을 보유한 주요 대기업들의 확고한 지지를 우선 확보하고, 향후 필요 시 자사주 공식 매수에도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려아연과 협업 중인 현대차, LG, 한화 등 기존 최 회장 측 ‘히든카드’는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찬성표를 던질 뿐, 직접 대항공개매수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인맥 총동원 아군으로 포섭
분쟁 동참 기업들 셈법 보니···

MBK파트너스는 대기업들이 고려아연에 우호적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MBK파트너스 측은 “우호 지분이라면 최윤범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등 공동행위 주요주주로 공시했어야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비즈니스 파트너십에 대해서만 공시했을 뿐 공동행위자임을 밝힌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 장형진 고문 일가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에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넘기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MBK는 지난 13일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대 2조원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사모펀드를 끌어들여 적대적 M&A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풍 측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장 고문은 최 회장의 ‘소통 부족’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외부 자본 유치 과정서 동업 정신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또 영풍 측은 MBK와의 경영권 인수로 현재 고려아연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 나선 영풍이 최 회장과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영풍은 지난 25일 최 회장과 노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영풍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사모펀드 투자, 해외 자회사 이그니오 홀딩스 관련 투자 결정, 씨에스디자인그룹과의 계약체결 등 그간 최 회장을 겨냥해 제기해 온 의혹을 고소 이유로 꼽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2019년 10월부터 원아시아파트너스의 8개 사모펀드에 6040억원을 투자해 511억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판사판
속속 등판

특히 최윤범 회장이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이끄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투자한 것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 홀딩스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 드러났음에도 고려아연이 투자 당시보다 더 비싼 주당 가격으로 이그니오 주식을 취득했다고 영풍은 설명한다.

씨에스디자인그룹에 대해선 최 회장 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의심되는데 고려아연이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려아연 VS 영풍, 갈등 시작은 석포제련소

영풍 석포제련소에 쌓여 있던 약 85만톤에 달하는 산업폐기물이 고려아연과 갈등 구도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이하 MBK) 측에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경영 충돌로 갈등이 시작됐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그보다 1년 앞선 지난 2021년 영풍이 고려아연 측에 산업폐기물을 떠넘기려 한 것이 양사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지난 26일 고려아연과 제련업계에 따르면, 장 고문은 2021년 낙동강 상류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서 발생해 쌓여 있는 60만~85만톤가량의 산업 폐기물(자로사이트) 가운데 6만톤가량을 월 5000톤씩 고려아연이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난 2021년 9월 장 고문이 고려아연 최고경영진을 불러 모아 석포제련소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거론했다”며 “당시 일부 고려아연 임원진이 안전 문제 우려 등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고 전하자 정 고문은 최고경영진에 ‘그들을 업무서 빼라’는 취지로 말하고 ‘만일 석포제련소 가동을 멈춰야 하는 통보라도 받는다면 당신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앞서 지난 2014년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 낙동강으로 카드뮴 등 제련 잔재물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2021년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했고, 이들은 현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 우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영풍이 산업폐기물의 상당수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 했고, 이를 거절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시작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역시 강화된 통합환경허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더욱이 그간 고려아연이 처리하던 이차원료와는 다르게 석포의 산업폐기물은 오염도가 더욱 심각하고 유가금속 함유량이 낮아 처리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산업폐기물은 처리 시 다량의 질소산화물이 발생해 대기 배출규제 준수가 불가하다는 게 기술진의 판단이었고, 이를 받아줄 경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마저 환경위반에 직면하는 등 피해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산업폐기물 처리 이후 장 고문은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던 신사업에 잇따라 반대하기 시작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후에도 양측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여러 배출 물질을 고려아연서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잇따라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6월에는 고려아연이 관리시설 노후화 및 저장공장 부족 등을 이유로 석포제련소서 배출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과 관련해 영풍이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영풍은 이번 양사 갈등의 원인으로 최 회장을 지목하며 대조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최 회장이 한화와 현대차 그룹 등에 잇따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자사주 상호 교환 등으로 16% 상당의 지분가치를 희석시켜 최대주주 영풍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의 행보가 최대주주 영풍과의 갈등을 만들었고, 결국 MBK와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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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