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1등’ 로또 당첨금 논란에 기재부, 드디어 상향?

설문조사 댓글엔 “비과세해야” 도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부가 무더기 당첨으로 인한 로또 당첨금 액수 조정 및 당첨 방식을 손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국민생각함에서 ‘로또복권 1등 당첨금 규모 변경’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등 당첨금액의 규모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 항목에는 ▲최근 1년 이내 로또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지 ▲현재 판매 중인 814만분의 1 확률로 1등에 당첨되는 구조에 만족하는지 ▲로또복권 1등의 적정 당첨금액 및 당첨자 수는 얼마 및 몇 명인지 등이 포함됐다.

이번 로또 설문조사는 이날부터 내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취합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간담회서 로또 당첨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서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고 판매 수익금의 소외계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이슈다. 공청회 등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판매 중인 로또 6/45는 814만분의 1 확률의 상품으로 회당 약 1억1000건이 판매되고 있으며, 평균 1등 당첨자 수는 12명, 1인당 당첨금액은 21억원대로 형성돼있다.

지난 7월13일, 제1128회 로또 추첨 결과 무려 63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당첨금액이 평균의 4분의 1 수준인 4억1993만원으로 줄어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22년 6월12일 제1019회엔 50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돼 역대 세 번째인 4억3800만원으로 당첨금액이 곤두박질쳤다.

논란이 일자 복권위원회는 “로또복권 시스템의 당첨번호 조작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무작위 추첨의 특성상 당첨자가 다수 나오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로또복권은 ‘1등에 당첨되면 인생 역전’으로 불릴 만큼 서민들에게 있어 희망 그 자체로 불렸다. 하지만, 당첨자 수가 매회 평균 10명 이상을 유지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 시내권 아파트 한 채도 사지 못한다” “1등 당첨되도 인생 여전‘이라는 등 자조섞인 넋두리마저 들린다.

무더기 당첨에 따른 당첨금액 논란이 일면서 숫자를 한 자리 추가해 당첨 확률을 낮추거나 1게임당 구매 금액을 올리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 1게임당 구매 금액은 1000원이다. 당초 로또 1게임당 최소 구매 금액은 2000원이었으나 2004년 8월부터 1000원으로 인하한 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내 로또 사상 최대 당첨금은 19회차(2003년 4월12일)서 나왔으며, 당첨자 수는 1명으로 무려 407억원을 거머쥐었다. 뒤를 이어 25회차(2003년 5월24일) 23억2200만원, 20회차(2003년 4월19일) 12억3500만원, 43회차(2003년 9월27일) 17억7400만원, 15회차(2003년 3월15일) 17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25회차(당첨자 수 2명)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차에선 당첨자 수가 단 한 명 뿐이었다. 구조상 전체 당첨금액을 나눠갖는 만큼 당첨자 수가 적을수록 당첨금액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등 당첨금 증액 문제는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있는 데다 근본적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서 나오는 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여론이 호의적이진 않다. ‘추가 세금’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총 판매 금액의 50%가 복지기금으로 사회의 소외계층 지원에 쓰인다고는 하지만, 이 기금이 투명하고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로또 복권 발행액은 7조3302억원(발행 매수 69억4000매)으로 판매금액은 6조7507억원, 당첨금은 3조4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판매, 유통, 위탁 및 기타 수수료를 제외한 총 수익금은 총 2조7735억원이었다.

일각에선 단순히 게임당 금액을 올리거나 당첨 확률을 낮추는 것보다는 “이중과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금 내릴 생각을 해라” 등의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동행복권은 총 로또 판매 금액의 50%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0%의 금액으로 1등부터 5등 당첨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3억원 초과 당첨자들에겐 각각 33%, 200만원 초과 및 3억원 이하의 당첨자들에겐 22%의 세금을 제외한 후 지급한다. 즉 1등 당첨금액이 10억원일 경우, 3.3억원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생각 참여 설문조사 글에 달린 댓글에는 ‘세금’ 관련 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로또 살 때 이미 50%의 세금 당첨자에게 33%의 세금을 떼는데, 당첨 확률과 구매 금액 인상이 먼저가 아니라 세금 건드려볼 생각은 1도 없네”(박OO) “복권 당첨금 세금 5%로 낮춰 달라”(이OO) “설문 참여하고 한마디 한다. 현행 유지하되, 기재부서 로또 참여 금액 중 50%를 세금으로 가져가는데, 이를 30%로 줄이고 나머지 20%는 당첨금으로 환원시키는 게 맞다. 딱히 하는 것도 없이 50%나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유OO) 등 댓글 대부분이 세금 부과 관련 글들이다.

이 외에도 “한 명이 100억 이상 가져가는 것보다 여러 명이 20억씩 가져가는 게 취지에도 맞고 더 나은 구조 아닌가? 1등 당첨금액이 적다면 떼어가는 세금을 줄이면 된다” “쓸데없이 갑자기 번호 늘려서 국민들 원성만 듣지 말고 비과세로 운영하기만 해도 호평받을 것” “로또에 매기는 세금은 합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설문에 참여하긴 했는데 세금에 대한 질문은 없는데,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여기 세금 줄여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만약 세금 줄이는 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여기에 설문조사한 건 쇼네요. 과연??”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질문에 세금에 관한 건 없다. 세금을 줄이자는 의견이 국민들 생각” “국민 생각해서 하는 것처럼 말한다. 세금 줄이면 당첨금은 자연히 늘게 돼있다” 등 과세에 대한 댓글이 쇄도했다.

누리꾼들도 “금액 올릴 꼼수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떼어가는 세금이나 없애는 게 낫지 않겠나? 로또는 행운이라면서 행운에 세금을 매기진 않는다” “일본도 로또에 세금 안 떼가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많이, 2중으로 떼어나느냐”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 선진국 및 일본, 싱가포르에선 로또 당첨금액이 비과세인 반면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세를 하고 있다. 미국은 5000달러 초과 시 24% 세율로 원천징수하며 주 정부 세금은 별도로 하고 있고, 스페인은 4만유로 초과 시 20%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을 손보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기존에 운영해오고 있는 복권 관련 법안을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르면 복권사업으로 조성된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및 사용하기 위해 복권기금을 운영하기 위해 복권위원회서 복권기금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금은 제23조(복권기금의 배분 및 용도)에 따라 매년 복권 수익금 중 35%는 과학기술기본법, 국민체육진흥법, 근로복지기본법,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국가유산보호기금법, 지방자치단체 등 11개항으로 규정된 용도에 사용돼야 한다.

배분 방법이나 시기 및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단, 복권위원회가 배분비율을 가감 조정할 때엔 ▲기금의 자체수입, 여유 자금, 부채 등의 자금 여건 ▲성과 평가 결과 ▲복권 수익금 사용계획서의 심의·조정 결과를 반영한 후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제24조(복권 수익금 사용계획서의 제출 등)관리주체나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다음 연도의 복권수익금 사용에 관한 계획서(사용계획서)를 작성해 매년 3월31일까지 복권위원회에 이를 제출해야 하며, 복권위원회는 이를 심의·조정한 후 그해 4월30일까지 통보하고 제27조(복권기금운용계획안의 작성·제출)에 따라 매년 5월31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로또 구매 1장(1000원)당 약 410원이 복권기금으로 적립되고 있으며,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의 기관과 저소득층 장학사업, 주거안정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

복권위원회가 공개한 지난해 기금결산 지출명세에 따르면, 기금운영비 및 복권사업비에 3조9717억원, 과학기술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법정 배분사업에 1조382억원, 서민 주거안정 및 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지원 사업에 2조109억원 등 총 7조8728억원이 쓰였다.

로또 조작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돼오고 있다.

제1128회차(지난 7월13일) 로또 추첨 결과 1등 당첨자 수가 무려 63개로 무더기로 배출되는가 하면, 제1057회차(2023년 3월4일)에선 2등 당첨자가 무려 664개에 달하면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또 제1003회차(2022년 2월19일) 추첨 결과 5게임 모두를 같은 번호의 수동 선택 구매자가 1등에 당첨되기도 했다.

당시 1등 당첨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첨 복권 사진과 농협은행 계좌의 90억원 및 실수령 당첨금액 61여억원이 찍힌 거래 내역 확인증을 게재했다. 당시 1등 당첨 번호는 ‘1, 4, 29, 39, 43, 45’였다. 해당 복권의 구매처는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의 한 판매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확률상 4억700만분의 1로 ‘비 내리는 날에 벼락을 16번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박한 수치다. 

로또 중계방송 의혹도 여전하다.

이른바 실시간 방송(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왜 로또 추첨은 생방송으로 하지 않느냐?”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로또 판매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마감되지만, 방송은 35분 이후에 송출되고 있다. 판매가 종료되는 즉시 추첨에 들어가야 하는데 35분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오후 8시 마감하고 즉시 추첨해야 한다. 도대체 30~40분의 시간을 왜 끄는지 알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로또 추첨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5분에 MBC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추첨기는 프랑스 AKANIS TECHNOLOGIES사의 Venus가 사용되며, 추첨용 1대와 예비추첨용 2대가 사용된다. 추첨볼은 총 8개 세트로 5개 세트는 1개 세트당 임의의 볼 5개를 선정해 각각의 볼 무게와 크기를 측정한 뒤 추첨 방송에 사용할 1개의 볼세트를 방청객이 직접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행복권 측은 일주일 동안의 1억장 이상의 판매 데이터를 정리하고 마감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구매기록은 전산화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 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7일, <일요시사>는 ▲당첨금 규모 설문조사 작성의 주체 및 설문 항목에 과세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 ▲복권 판매 종료 직후 추첨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 등을 묻기 위해 복권위원회(발행관리과) 여러 부서에 십여 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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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