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1등’ 로또 당첨금 논란에 기재부, 드디어 상향?

설문조사 댓글엔 “비과세해야” 도배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부가 무더기 당첨으로 인한 로또 당첨금 액수 조정 및 당첨 방식을 손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3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국민생각함에서 ‘로또복권 1등 당첨금 규모 변경’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1등 당첨금액의 규모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 항목에는 ▲최근 1년 이내 로또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지 ▲현재 판매 중인 814만분의 1 확률로 1등에 당첨되는 구조에 만족하는지 ▲로또복권 1등의 적정 당첨금액 및 당첨자 수는 얼마 및 몇 명인지 등이 포함됐다.

이번 로또 설문조사는 이날부터 내달 25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 의견 등을 취합해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2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간담회서 로또 당첨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서 ‘로또 당첨금을 증액하고 판매 수익금의 소외계층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이슈다. 공청회 등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판매 중인 로또 6/45는 814만분의 1 확률의 상품으로 회당 약 1억1000건이 판매되고 있으며, 평균 1등 당첨자 수는 12명, 1인당 당첨금액은 21억원대로 형성돼있다.

지난 7월13일, 제1128회 로또 추첨 결과 무려 63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오면서 당첨금액이 평균의 4분의 1 수준인 4억1993만원으로 줄어자 논란이 일었다. 지난 2022년 6월12일 제1019회엔 50명의 1등 당첨자가 배출돼 역대 세 번째인 4억3800만원으로 당첨금액이 곤두박질쳤다.

논란이 일자 복권위원회는 “로또복권 시스템의 당첨번호 조작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무작위 추첨의 특성상 당첨자가 다수 나오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로또복권은 ‘1등에 당첨되면 인생 역전’으로 불릴 만큼 서민들에게 있어 희망 그 자체로 불렸다. 하지만, 당첨자 수가 매회 평균 10명 이상을 유지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되더라도 “서울 시내권 아파트 한 채도 사지 못한다” “1등 당첨되도 인생 여전‘이라는 등 자조섞인 넋두리마저 들린다.

무더기 당첨에 따른 당첨금액 논란이 일면서 숫자를 한 자리 추가해 당첨 확률을 낮추거나 1게임당 구매 금액을 올리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 1게임당 구매 금액은 1000원이다. 당초 로또 1게임당 최소 구매 금액은 2000원이었으나 2004년 8월부터 1000원으로 인하한 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국내 로또 사상 최대 당첨금은 19회차(2003년 4월12일)서 나왔으며, 당첨자 수는 1명으로 무려 407억원을 거머쥐었다. 뒤를 이어 25회차(2003년 5월24일) 23억2200만원, 20회차(2003년 4월19일) 12억3500만원, 43회차(2003년 9월27일) 17억7400만원, 15회차(2003년 3월15일) 17억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 중 25회차(당첨자 수 2명)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차에선 당첨자 수가 단 한 명 뿐이었다. 구조상 전체 당첨금액을 나눠갖는 만큼 당첨자 수가 적을수록 당첨금액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등 당첨금 증액 문제는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있는 데다 근본적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서 나오는 돈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여론이 호의적이진 않다. ‘추가 세금’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총 판매 금액의 50%가 복지기금으로 사회의 소외계층 지원에 쓰인다고는 하지만, 이 기금이 투명하고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로또 복권 발행액은 7조3302억원(발행 매수 69억4000매)으로 판매금액은 6조7507억원, 당첨금은 3조4873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판매, 유통, 위탁 및 기타 수수료를 제외한 총 수익금은 총 2조7735억원이었다.

일각에선 단순히 게임당 금액을 올리거나 당첨 확률을 낮추는 것보다는 “이중과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금 내릴 생각을 해라” 등의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동행복권은 총 로또 판매 금액의 50%를 복지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0%의 금액으로 1등부터 5등 당첨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3억원 초과 당첨자들에겐 각각 33%, 200만원 초과 및 3억원 이하의 당첨자들에겐 22%의 세금을 제외한 후 지급한다. 즉 1등 당첨금액이 10억원일 경우, 3.3억원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얘기다.

생각 참여 설문조사 글에 달린 댓글에는 ‘세금’ 관련 내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

“로또 살 때 이미 50%의 세금 당첨자에게 33%의 세금을 떼는데, 당첨 확률과 구매 금액 인상이 먼저가 아니라 세금 건드려볼 생각은 1도 없네”(박OO) “복권 당첨금 세금 5%로 낮춰 달라”(이OO) “설문 참여하고 한마디 한다. 현행 유지하되, 기재부서 로또 참여 금액 중 50%를 세금으로 가져가는데, 이를 30%로 줄이고 나머지 20%는 당첨금으로 환원시키는 게 맞다. 딱히 하는 것도 없이 50%나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유OO) 등 댓글 대부분이 세금 부과 관련 글들이다.

이 외에도 “한 명이 100억 이상 가져가는 것보다 여러 명이 20억씩 가져가는 게 취지에도 맞고 더 나은 구조 아닌가? 1등 당첨금액이 적다면 떼어가는 세금을 줄이면 된다” “쓸데없이 갑자기 번호 늘려서 국민들 원성만 듣지 말고 비과세로 운영하기만 해도 호평받을 것” “로또에 매기는 세금은 합당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설문에 참여하긴 했는데 세금에 대한 질문은 없는데,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여기 세금 줄여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인데 만약 세금 줄이는 식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여기에 설문조사한 건 쇼네요. 과연??”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질문에 세금에 관한 건 없다. 세금을 줄이자는 의견이 국민들 생각” “국민 생각해서 하는 것처럼 말한다. 세금 줄이면 당첨금은 자연히 늘게 돼있다” 등 과세에 대한 댓글이 쇄도했다.

누리꾼들도 “금액 올릴 꼼수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떼어가는 세금이나 없애는 게 낫지 않겠나? 로또는 행운이라면서 행운에 세금을 매기진 않는다” “일본도 로또에 세금 안 떼가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많이, 2중으로 떼어나느냐”고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유럽 선진국 및 일본, 싱가포르에선 로또 당첨금액이 비과세인 반면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등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과세를 하고 있다. 미국은 5000달러 초과 시 24% 세율로 원천징수하며 주 정부 세금은 별도로 하고 있고, 스페인은 4만유로 초과 시 20% 세율로 원천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을 손보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기존에 운영해오고 있는 복권 관련 법안을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르면 복권사업으로 조성된 재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 및 사용하기 위해 복권기금을 운영하기 위해 복권위원회서 복권기금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금은 제23조(복권기금의 배분 및 용도)에 따라 매년 복권 수익금 중 35%는 과학기술기본법, 국민체육진흥법, 근로복지기본법,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국가유산보호기금법, 지방자치단체 등 11개항으로 규정된 용도에 사용돼야 한다.

배분 방법이나 시기 및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단, 복권위원회가 배분비율을 가감 조정할 때엔 ▲기금의 자체수입, 여유 자금, 부채 등의 자금 여건 ▲성과 평가 결과 ▲복권 수익금 사용계획서의 심의·조정 결과를 반영한 후 의결을 거쳐야 한다.

또 제24조(복권 수익금 사용계획서의 제출 등)관리주체나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다음 연도의 복권수익금 사용에 관한 계획서(사용계획서)를 작성해 매년 3월31일까지 복권위원회에 이를 제출해야 하며, 복권위원회는 이를 심의·조정한 후 그해 4월30일까지 통보하고 제27조(복권기금운용계획안의 작성·제출)에 따라 매년 5월31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로또 구매 1장(1000원)당 약 410원이 복권기금으로 적립되고 있으며,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의 기관과 저소득층 장학사업, 주거안정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

복권위원회가 공개한 지난해 기금결산 지출명세에 따르면, 기금운영비 및 복권사업비에 3조9717억원, 과학기술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법정 배분사업에 1조382억원, 서민 주거안정 및 취약계층 지원 등 공익지원 사업에 2조109억원 등 총 7조8728억원이 쓰였다.

로또 조작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돼오고 있다.

제1128회차(지난 7월13일) 로또 추첨 결과 1등 당첨자 수가 무려 63개로 무더기로 배출되는가 하면, 제1057회차(2023년 3월4일)에선 2등 당첨자가 무려 664개에 달하면서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또 제1003회차(2022년 2월19일) 추첨 결과 5게임 모두를 같은 번호의 수동 선택 구매자가 1등에 당첨되기도 했다.

당시 1등 당첨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당첨 복권 사진과 농협은행 계좌의 90억원 및 실수령 당첨금액 61여억원이 찍힌 거래 내역 확인증을 게재했다. 당시 1등 당첨 번호는 ‘1, 4, 29, 39, 43, 45’였다. 해당 복권의 구매처는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의 한 판매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확률상 4억700만분의 1로 ‘비 내리는 날에 벼락을 16번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희박한 수치다. 

로또 중계방송 의혹도 여전하다.

이른바 실시간 방송(생방송)이 아닌 녹화 방송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왜 로또 추첨은 생방송으로 하지 않느냐?”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로또 판매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에 마감되지만, 방송은 35분 이후에 송출되고 있다. 판매가 종료되는 즉시 추첨에 들어가야 하는데 35분의 시간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오후 8시 마감하고 즉시 추첨해야 한다. 도대체 30~40분의 시간을 왜 끄는지 알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로또 추첨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5분에 MBC를 통해 방송되고 있다. 

추첨기는 프랑스 AKANIS TECHNOLOGIES사의 Venus가 사용되며, 추첨용 1대와 예비추첨용 2대가 사용된다. 추첨볼은 총 8개 세트로 5개 세트는 1개 세트당 임의의 볼 5개를 선정해 각각의 볼 무게와 크기를 측정한 뒤 추첨 방송에 사용할 1개의 볼세트를 방청객이 직접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동행복권 측은 일주일 동안의 1억장 이상의 판매 데이터를 정리하고 마감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모든 구매기록은 전산화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 같은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7일, <일요시사>는 ▲당첨금 규모 설문조사 작성의 주체 및 설문 항목에 과세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 ▲복권 판매 종료 직후 추첨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 등을 묻기 위해 복권위원회(발행관리과) 여러 부서에 십여 차례 취재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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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