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131명?’ 무료 로또 번호의 비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1 13:48:25
  • 호수 1396호
  • 댓글 5개

전문가? 예언가?… ‘0.00000061%’의 덫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확천금을 얻을 기회가 있을 때 거절할 사람은 없다. 자가 마련, 경제적 풍요 등 돈이 많으면 누릴 수 있는 게 그만큼 많다.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복권을 사고, 매주 복권이 당첨되길 원하지만 복권 당첨의 확률은 손익비를 따져 계산할 때 희박하다. 이런 상황 속에 소비자의 복권 당첨 확률을 높여주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로또(Lotto)는 한국에서 발행하는 복권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지정한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서 발행한다. 로또는 2002년 12월2일부터 시작했다. 구매자가 45개의 숫자 중 6개 숫자를 고르는 방식이다. 수동은 구매자가 직접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숫자를 고르고, 반자동은 자동으로 절반, 수동으로 절반 숫자를 고른다. 자동은 가게에서 선택한 숫자를 입력한다.

대부분 처음
호기심 접근

입력한 숫자와 토요일 밤 추첨한 숫자가 일정 개수 이상 동일하면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추첨돼 나오는 숫자의 순서와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당첨금을 지급한다. 6개의 숫자 중 6개 번호가 모두 일치하면 1등이다.

확률 계산 통계로 계산한 기대 당첨금은 약 19억5216만원이다. 2등은 6개 번호 중 5개 번호가 일치해야 하고, 나머지 1개가 2등 보너스볼 번호와 일치해야 한다. 기대 당첨금은 약 5422만6000원이다.

3등은 6개 번호 중 5개 번호가 일치해야 하고 상금은 약 142만원, 4등은 4개 번호 일치, 5등은 3개 번호가 일치해야 한다. 상금은 각각 5만원과 5000원으로 고정 지급된다.


2020년 기준 로또는 매주 900억원어치씩 팔렸다. 1등은 8~13명이 발생했고 당첨금은 평균적으로 세전 20억원 정도다. 2등은 60~80명이며 세전 5000만~6000만원이다. 3등은 2000여명으로 당첨금은 세전 150만~160만원 정도다.

당첨금은 다른 복권들과 마찬가지로 복권 금액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하며, 이를 제외한 당첨금이 5만원 초과 시 해당 금액에 대한 제세 공과금이 부과돼, 2‧3등 당첨금은 22%가 세금으로 나간다. 1등의 경우는 3억원까지 22%를,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33%를 제하고 받는다.

로또용지는 한 번에 5게임씩 하도록 설계돼있고, 실제로 5게임씩 하는 경우가 많으니 겹치는 수가 없으면 확률이 5배로 올라간다. 이런 확률을 감안한 회차당 확률은 1등은 약 0.00000061%, 2등은 약 0.0000036%, 3등은 약 0.00013%, 4등은 약 0.68%, 5등은 11.1% 다. 

이런 수치로 대다수의 사람은 로또를 가벼운 오락 활동으로 여긴다. 현실적으로 로또 1, 2등에 당첨되는 것 자체가 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또에 당첨되지 않아도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로또에 과도하게 몰입한 사람들은 너무 많은 돈을 로또에 투자해서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 된다. 그뿐 아니라 과도한 부채 발생, 결혼생활 파탄, 비정상적 직장생활, 불법적 행동 등 심각한 지경에도 이른다.

당첨 번호만 연구 중인 회사 ‘우후죽순’
인공지능·분석시스템으로 확률 높다고?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가구주의 월평균 복권 구입 비용은 2019년 대비 지난해 3배 이상 늘었다. 자신의 시간과 돈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복권 중독’에 이른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 불황’으로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복권 발행 금액은 6조651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1% 늘었다.

종류별로 보면 로또 발행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로또 발행액은 올해 5조4567억원으로 작년보다 7.3% 늘어났다. 스피또 등 즉석식 복권(인쇄 복권)은 지난해보다 14% 급증한 5700억원어치를 발행했고, 연금복권(결합복권)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5200억원어치를 내놨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로또 번호를 연구한다는 사람과 회사도 생겼다. 지금까지 한국의 로또 1등과 2등 당첨자가 다시 1등이 된 적은 없으니, 이미 1등으로 나온 번호 조합을 제외한 번호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에 어떤 번호가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로또 번호를 연구해서 당첨됐어도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

최근 로또 번호 예측과 관련된 사기가 성행 중이다.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로또 무료 번호’를 검색하기만 해도 총 10쪽 분량의 뉴스, 질문, 추천, 업체 홍보 등의 글이 다양하게 검색된다. 이 글들은 주로 분석 시스템을 사용해서 로또 번호를 받으면 1등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이용 후기도 다양하다.

후기에는 “로또 번호를 주는 다른 업체도 여러 곳 이용해봤다. 그런데 다른 곳은 돈을 내고 가입해야 하는 곳이었다. 대부분 그렇다. 아니면 아예 좋은 번호를 받으려면 처음부터 멤버십 가입을 해야 했다”며 “로또를 사는데도 돈이 든다. 그런데 이 업체를 올해 4월부터 이용하면서 1주에 2000원씩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차수에는 1등 번호가 특이했는데(1034회, 지난달 24일 기준 26, 31, 32, 33, 38, 40+11) 이런 상황에도 당첨이 됐다”고 말했다.

못 믿을…
1등의 유혹

A 업체는 올해 8월에만 1등이 3명 당첨됐고 1등 총 당첨자가 131명이라며, 업체가 개발한 로또 분석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기재돼있었다. <일요시사>는 A 업체의 고객센터 번호를 통해 연락을 취했다.

업체로부터 곧 전화가 왔다. A 업체 상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A 업체에서 5년간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B씨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는 전문 회사”라며 “제외수 10수 기법으로 확률 없는 10개의 번호 제거 후 35개 번호로 10단계 필터링 작업을 반복한다. 이 방법은 1등 당첨 확률인 814만분의 1을 59만분의 1까지 만드는 방법이다. 매우 전문적인 분석 방법이며 1년 동안 고액 당첨이 가능한 번호로 매주 10~20 조합을 문자로 발송한다”고 설명했다.

A 업체는 금요일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로또 번호를 제공했다. 그러나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비를 지불해야 했다. 금액은 12개월에 24만원인데 14개월 12만원 할인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B씨는 “무료 로또 번호를 제공하긴 하지만 그 번호로는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없다. 그러나 회원제를 선택하면 4등이나 5등 정도는 빈번하게 당첨되고, 3등 이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나도 2년 전에 3등 당첨이 된 적 있다. 내가 해보지도 않고 권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회원권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4등이나 5등 당첨이 계속되니 충분히 회원권보다 더 돈을 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회원권 구매 시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해주며 매주 요일을 지정해서 1:1 패턴 지정을 해주는 집중관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핸드폰으로 매주 분석 번호 문자도 받게 된다. 이 번호로 로또를 구입하면 한 달에 300만~500만원은 충분히 벌 수 있다. 4등이나 5등이 되면 어차피 로또 구매 비용을 아끼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3등 이상
호언장담

B씨는 “내가 팀장인데 잘 따라오다 보면 1~2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14만원이면 한 달에 8000원 정도다. 어차피 4등 3번만 당첨돼도 12만원 냈던 금액은 모두 회수 가능하다”며 “무료 번호도 있지만 이 번호는 개인에게 맞춘 번호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첨 확률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원권을 구매한 분석 번호가 훨씬 이득이다. 1~2년 동안 분석 번호로 이득을 본 회원 중 한 분이 혼자서 해보시겠다고 탈퇴하셨다가 최근에 다시 오셨다”고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실제 A 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로또 1등 후기/인터뷰’란이 있다. 가장 최근의 당첨자는 지난 8월27일(1030회)로, 홈페이지에는 로또 번호와 거래내역 확인증이 올라와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됐다는 C씨는 “사업한다고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 올라온 지 벌써 20년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빚만 늘어서 집에도 못 내려갔다. 사업은 다 망했고 막노동을 했다”며 “월급으로 200만~300만원을 받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A 업체를 통해서 로또 1등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A 업체에서 2년간 회원으로 있었다. 어느 때는 회사가 힘들어서 로또 살 돈도 없었고, 압류가 돼 회원 가입도 못 했다. 이번 주에 2만원이 수중에 있길래 로또를 구매했는데 이렇게 행운이 찾아왔다. 빚도 다 청산하고 홀가분하다. 회원들 모두 포기하지 말고 당첨될 때까지 도전하라”고 독려했다.

C씨의 로또 1등 당첨 소감글에는 “정말 축하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싸움을 했다. 고생했다” “힘들지만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 로또 당첨으로 되돌아온 것”이라는 응원의 글이 쇄도했다. A 업체의 홈페이지만 보면 로또 1등과 2등 당첨은 손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비자가 A 업체를 신뢰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홈페이지에 ▲특허청 인증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세계기록 위원회 인증 ▲로또 1등 최다 배출 인증 ▲한국 소비자 만족지수 1위 ▲로또 마킹 시스템 특허 ▲대한민국 고객 만족 브랜드 대상이 기재돼있기 때문이다.

포토샵으로 당첨자 만들어내
‘됐다’ 싶으면 파워볼로 유도

그러나 홈페이지 하단에는 ‘당사의 분석 시스템은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당첨 확률 개선 서비스가 아닙니다. 따라서 서비스의 성과 보장 및 환불 보장을 하지 않으며, 기대 이익을 얻지 못하거나 발생한 손해 등에 대한 최종 책임은 서비스 이용자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홈페이지를 유심히 살펴본 사람이라도 충분히 놓칠 수 있는 위치에 적혀 있었다.

누가 이런 식의 사기를 당할까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피해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로또 번호를 나눠준다는 방식은 개인 문자를 통해서 광고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입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한다.

문제는 ‘로또’에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파워볼’이라는 숫자 선택식 복권 게임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로또 업체에 가입해서 이용하다가 파워볼 사기를 당한 D씨는 소액의 돈을 벌기 위해 로또 업체에 가입했다. 이 업체는 D씨에게 파워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 소액의 수익이 발생하자, D씨는 이 업체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소액의 투자금은 점점 늘어났다.

업체에선 이제 10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후 “1:1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 더 큰 돈을 번다. 이틀에 걸쳐 200만원을 1억으로 만들 수 있다”고 권유했다. D씨는 이때 감쪽같이 속았다.

8개월이 지나자 D씨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4000만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1500만원의 빚만 생겼다. D씨는 “로또 번호를 받으면서 파워볼 재테크로 유도했다. 처음에는 이게 도박인지도 몰랐는데, 절대 하면 안 되는 게임이었다. 파워볼 하는 사람들 모두 그만두길 바란다. 무조건 마이너스고 무덤”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20일 KBS에는 로또 업체 내부 관계자가 이런 방법이 모두 사기라고 증언한 내용이 있다. 당시 업체 관계자는 “로또 업체는 포토샵을 이용해 가지고 지워 버리고 날짜 바꾸고 회차도 바꾼다”고 폭로했다.

조작 광고
“모두 사기”

실제로 당첨이 된 적 없는데도, 당첨 번호를 배출한 것처럼 조작한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분석) 시스템이 있다고는 하는데 막상 보면 없다. 방송한 당첨 번호를 보고 작업하는 것이다. 고객 중 한 명이 3등에 당첨됐다고 하면 사람들이 호기심에 시작한다”고 말했다.

경기북부경찰청 김선겸 사이버수사 1대장은 “인공지능 예측 시스템이라든지 어떤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인 조치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짜 로또 사이트 80억원 챙긴 총책 송환

경찰청은 해외에 거점을 둔 조작된 로또 사이트로 8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인 총책 A씨를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콜센터를 둔 투자빙자 사기조직의 총책인 A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가짜 로또 사이트를 만들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모두 10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투자금 80억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대구 중부경찰서는 A씨 조직에서 국내 홍보와 인출 등을 담당한 조직원 20명을 구속하고, 해외 도피 중인 A씨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에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지난 7월 말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아 캄보디아 경찰과 합동 추적하는 과정에서 소재지를 입수했고, 공조 개시 10일 만인 지난 8월5일 검거했다.

강기택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이번 사건은 그간 공조가 다소 부진했던 국가에서 공조 10일 만에 해외에 숨어있는 도피 사범을 검거한 사례”라며 “해외를 거점으로 하는 범죄조직 와해를 위해 최근 캄보디아에도 경찰협력관을 파견한 만큼 앞으로도 공조 역량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