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자존심 걸린 재계 라이벌 대전

밀고 밀리는 각축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영원한 1위는 없다. 1위는 자리를 지키고자, 2위는 역전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 비즈니스의 세계일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하기 마련이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소리 없는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재계에는 수많은 경쟁 관계가 존재한다. 수십년에 걸쳐 경쟁체제를 구축한 곳이 있는가 하면, 최근 들어 자존심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도 존재한다. 

새로운
파열음

한화그룹과 HD현대는 방산사업과 관련해 마찰을 빚으면서 신흥 라이벌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한화그룹에 속한 이후 갈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2019년 HD현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으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반대로 기업결합 계획은 불발됐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한화그룹 품에 안겼고, 이를 계기로 양사는 방산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놓고 고소·고발 등이 뒤따르면서 양사 관계는 급격히 냉각된 상황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KDDX 개념 설계도 등을 몰래 촬영해 내부 서버를 통해 공유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방위사업청은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HD현대중공업의 제재 수위를 ‘행정지도’로 의결,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대 5년간 방사청의 사업에 입찰할 수 없는 ‘부정당업체’ 지정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신 보안 규정에 따라 방사청 사업 입찰 때 부과하는 보안 감점(-1.8점)은 내년 11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HD현대중공업이 사업 입찰 참가 제한 제재를 피하자 한화오션은 지난 3월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한화오션 측은 군사기밀 유출 관련 HD현대중공업의 임원이 개입된 정황을 수사해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며 양사의 갈등이 격화됐다.

KDDX 기밀 유출 사건은 한화그룹 3세 김동관 부회장과 HD현대 2세 정기선 부회장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차기 총수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실적은 경영 능력의 시험대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두고 새롭게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SK바이오팜을 내세운 신약 개발과 SK팜테코가 주축이 된 위탁개발생산(CDMO) 등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조만간 바이오사업이 그룹의 핵심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역시 바이오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바이오를 비롯한 4대 신성장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 교체를 추진하고 부진한 기존 사업은 매각하겠다는 뜻을 천명하기도 했다.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직스는 그룹의 바이오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는 계열사다.


바이오사업에서 성과를 내면 그룹 승계 작업이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사례가 최근 들어 주목도가 높아진 경쟁 관계인 것과 달리, 코오롱그룹-효성그룹,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은 전통적인 라이벌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이들은 기존 사업뿐 아니라 신사업에서도 치열한 눈치싸움을 진행 중이다.

50여년 전부터 화학섬유업종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업군에서 경쟁을 펼쳐 온 코오롱그룹과 효성그룹은 최근 ‘타이어코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월 효성첨단소재를 상대로 타이어코드 특허침해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법원에 제기했으며, 지난 6월 증거를 추가해 소장을 제출했다.

쟁점이 된 제품은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관련 특허 3건을 효성첨단소재가 무단으로 침해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는 아라미드와 나일론을 꼬아 만드는 것으로, 기존 하이브리드 섬유코드보다 제조가 쉽고 일반 타이어코드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이해관계 맞물린 갈등 구조
이해타산 따라 치열한 공방

국내에서는 코오롱그룹 측이 먼저 웃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 특허 건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무효소송을 걸었지만, 지난 3월 일부 기각, 일부 각하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특허권을 인정받았다. 

‘K-뷰티’ 선봉장 격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전선을 넓혀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양사는 건기식 수요가 늘자 관련 제품군을 세분화해 전열을 정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기업명이자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를 건기식 관련 새 상표를 내놨다. LG생활건강은 ‘어반 부스터’라는 이름으로 건기식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아직 양사 매출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고 사업 확장을 지속 중인 상황이다.

건기식 사업에 힘을 쏟는 건 시장 규모 확대 추세에 편승하기 위함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2022억원으로 추산된다. 5년 전인 2019년(4조8936억원)과 비교하면 27%가량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도료 업계에서는 2위 자리를 놓고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가 수십년에 걸쳐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KCC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가운데 양사는 오랜 기간 순위 변동을 반복했다.

다만 노루페인트가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경향이 짙어진 상황이다. 실제로 2017년 노루페인트가 삼화페인트 매출을 추월한 이후 양사 간 매출 격차는 나날이 커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노루페인트가 1500억원가량 앞섰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노루페인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4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고, 영업이익은 272억으로 14.1% 증가했다. 건설 경기침체로 신축 건설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건설 보수용 시장에 집중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화페인트도 좋은 흐름을 나타냈지만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화페인트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영업이익 155억원을 달성한 게 수확이었다. 삼화페인트가 상반기에 영업이익 150억원을 넘어선 건 2014년(235억원) 이래 10년 만이다.

그런가 하면 특정 품목에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시장 주도적 위치가 흔들리고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된 사례도 목격된다. 농심과 삼양식품 간 관계에서 이 같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농심의 압도적인 우세가 지속됐던 국내 라면 시장은 삼양식품의 급성장을 계기로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삼양식품의 기세가 거셌으며, 해외 부문 성과가 승부의 추로 작용한 양상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4244억원, 영업이익 89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7%, 영업이익은 103.2%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이 74.9% 증가한 332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로 넓히면 수익성 확대가 한층 두드러진다. 삼양식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101억원, 16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6%, 149.6% 늘었다.

잡고
잡히고


반면 업계 1위 농심은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농심의 연결기준 올해 2분기 매출은 8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6% 감소한 437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조7332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10.6% 감소한 1051억원에 불과했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운데 주력 상품 가격 인하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모습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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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