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터진 당정 갈등 막전막후

길목마다 사사건건…헤어질 결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틈만 나면 싸운다. 싸우는 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다. 러브샷도 소용없었다. 이제는 관계 회복이 어렵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명은 굴복시키려, 다른 한 명은 탈출하려고 애쓴다. 이 정도면 서로 작별 인사를 하고 이제 놔 주는 게 차라리 편해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 예정돼있던 오찬이 취소됐다. 당초 지난달 30일로 예정된 두 인물의 만남이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한 대표 체제의 인선이 완료된 만큼 당정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였다. 추석 이후지만 공식적으로 확정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또 시작된 
주도권 잡기

대통령실은 일정을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연기했고, 민생을 고민하는 모습이 우선이라며 만찬 일정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개혁을 두고, 당정 갈등이 또다시 분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만간 공식적으로 당정 갈등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오찬은 당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자주 만나자며 마련된 자리였던 만큼 화해의 제스처를 서로 취하는 모양새였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차별화를 꾀해 독자적인 노선 꾸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제는 사실상 완전히 등돌린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헤어질 결심을 한 듯 단호한 모습도 아른거린다. 대통령실도 예정됐던 오찬 취소 소식을 추경호 원내대표에게만 전달하고, 한 대표 측에는 전하지 않아 한 대표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윤 대통령은 공식 브리핑서 당정 갈등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둘의 불편한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두 인물의 갈등은 이번이 공식적으로 다섯 번째다.

갈등의 시작은 한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된 사과 요구로 지난 1월에 불거졌다. 이후 총선 직전, 이종섭 국방부 전 장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면서 2라운드를 맞이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갈등은 22대 총선 후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다시 떠올랐다. 바로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다. 이후 지난달에는 광복절 특사 명단 중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포함된 것을 두고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불안한 두 인물의 관계는 이뿐만 아니다. 당내 인선과 관련해서도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정책위의장 유임 및 사퇴를 두고서도 친윤(친 윤석열)계와 충돌했다. 최근에는 윤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서도 본격적으로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윤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의대 인력 증원을 추진해 왔다. 

지난 2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2025년부터 ▲5년간 의대 정원 본격적인 증원 ▲전공의 수련 환경개선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면허관리 선진화 등 의료인력 확충 방안 등을 띄웠다. 초기 여론은 정부에 유리한 국면이었다.

다섯 번째 충돌 “이제 화해 어렵다”
단순 중재안 때문? 설득 시도 없어

그러나 전공의, 전문의 등 의료 현장서 반기를 들었고 이 같은 분위기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예상했던 밑그림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지금껏 의사와 싸워서 승리한 정부가 없다지만 의정 갈등서 윤정부는 여전히 단호한 태도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전공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0명가량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의 출근율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사직 여부 미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보류하며 버티는 지방 수련병원들은 최근 이들을 일괄적으로 사직 처리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전문의들도 잇따라 사직서를 내며 병원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분명 의료개혁은 필요하나, 문제는 지금 사태가 돌아가는 방향성이다. 의대생 1학년도 유급이다. 결국엔 돌아온다고 예상하던 정부 입장과는 달리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의사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병상 위 환자들만 죽을 맛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 대표가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서 의정 갈등 사태 해소를 위해 정부에 의대 증원 보류를 제안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그 사이 한 대표는 박단 전공의협의회 회장과 비공개 만남을 가졌는데, 이마저도 언론에 공개돼 박 회장이 유감을 표했다. 

대통령실로부터 퇴짜 맞은 한 대표는 예상했던 일인 듯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그는 “당이 민심을 전하는 것이고 그에 맞게 의견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의힘 소속 보건복지위 여당 위원들을 만나 의정갈등 해법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추 원내대표도 한 대표가 띄운 의대 증원 보류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강
대치 중

일련의 사태에 관해서는 두 가지 관점서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의대 증원 유예가 실제로 실효성이 있는지의 여부고, 나머지 하나는 갈등에 대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첫 번째 실효성 문제는 보건복지부 입장서 ‘증원 유예’를 한다고 해도 몇 명의 전공의들이 복귀할지 알 길이 없다. 이미 취업을 한 전공의도 있고, 개원을 준비하는 등 전공의마다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에 처한 상황에 따라 유예안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 셈인데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머지 하나는 의정 갈등이 당정 갈등까지 확전될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고위당정협의서 꺼내기 전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서의 선제적 대응으로 불필요한 분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의대 증원 문제가)원내대표와 협의되지 않았다. 의견을 모아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반대하면 설득했어야 한다. 뭐라도 방법을 써야 된다고 했으면 간단했던 문제”라며 “대통령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 중이고, 보건복지부도 매일같이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특정 사안을 언론에 미리 흘려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단순히 중재안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본인을 설득하기 위한 약속을 잡거나 액션을 취하지 않았던 데서 서운함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끌고 가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대부분도 여기에 공감한다. 원론적으로는 당이 정부가 못하면 비판하며,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게 그의 인식이다. 실제로 과거의 정부여당은 수직적 당정 관계로 질질 끌려다녔다.

이 같은 한 대표의 기조는 당내 주류인 친윤계에게 반감을 사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협화음을 유발시켰다. 당초 한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수직적 당정 관계가 우려됐으나, 보기 좋게 이를 깨버렸으며 나아가 윤 대통령과 다른 독자적 노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의 이 같은 행보가 당헌·당규 위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힘의힘 당헌 8조에 따르면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결과에 대해 대통령과 함께 책임지며,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이웨이
독자노선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가 관계자는 “대선 상황이면 다를 수 있는데, 당은 언제든 협의해서 풀어야 한다”며 “국정운영이 잘못됐으면 방향을 바꾸도록 설득하고, 건강한 당정 관계로 이끌어야 한다. 차별화는 건강한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민심의 측면서 한 대표에겐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 여론을 철저하게 신경쓰는 성격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묵과하기는 힘들 듯 보인다. 한 대표 측은 되레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 “해결 대안을 제시하라. 국민의 건강을 놓고 베팅하는 일과 다름없다”고 타격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대표의 행보가 내부 총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한 대표는 내부 총질을 하는 인물이라는 프레임마저 씌워졌다. 채해병 특검법으로 여야 간 기싸움을 벌이던 상황서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띄우면서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던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자신만의 독자노선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선 한 대표 입장에서는 부득이하게 대통령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반면, 대통령실은 “나를 따르라”며 한 대표를 압도하려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한 대표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 분리된 듯 싶지만 한 대표가 이를 더욱 확실히 하려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제3자 특검법의 키는 한 대표가 쥐고 있다. 

또 최근의 ‘바지 사장’이라는 프레임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되는데, “급하면 민주당이 발의하라” 등 한 대표의 말은 계속 바뀌기도 하고 때론 침묵하기도 한다. 당내서도 여러 정치적 사안들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아무리 당내 의원들을 설득한다고 해도 제3자 특검법 발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입장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
한 대표, 대통령서 완벽한 독립 꿈꾸나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는 그동안 무위에 그쳐왔던 만큼 무리하면서까지 이들을 설득시킬지도 의문이다. 

이번마저 실패에 그친다면 한동안 또 잠잠하게 용산 눈치를 봐야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리더십에는 타격을 받고, 정치력마저 의심받게 된다. 한 대표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격적으로 계파 전쟁에 불을 붙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의 의견에 동조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정 관계에 균열이 가는 모습을 앉아서 구경만 하겠다는 셈이다. 덕분에 여야 대표 회담서도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 패배하는 쪽은 거의 몰락 수준으로 설 곳을 잃는다. 한 대표가 지금껏 양보를 몇 번 해왔지만 의료개혁 문제는 물러날 기미가 없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건과 달리 이번에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 목소리를 계속 낼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개혁은)국민의 생명 건강권과 직결돼있다. 정부여당이 독박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한 대표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와의 협의는 선택이고 (그의)결재를 받는 게 의무는 아니다. 서운할 수도 있지만 당 대표를 흔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후 한 대표는 민주당을 공격하면서도, 대통령실도 견제하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패싱 등 독자 행보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친윤계 일색인 당내서 한 대표의 세력은 많지 않은 만큼 당외 세력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셈이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친윤 세력을 동원해 한 대표를 견제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자신이 중재자로 나선 이유는 중재가 필요할 정도로 급한 사안이었을 뿐, 당정 갈등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이쯤 되면 
결별할 때?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변한 상황에 맞게 플랜을 다시 짜야 하는데 대통령실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한 대표 입장서 볼 때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두 인물이 사사건건이 부딪히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개혁 당정 갈등 의대 교수들 입장은?

힘을 합쳐도 모자른 판에 여당의 대표와 대통령실이 제대로 맞붙었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유예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의교협 측은 “집권 여당이 현재 의료붕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년 정원인 1509명 증원이 불합리하고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게 국회의 청문회를 통해서 확인됐지만 유지하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2000명 증원을 고집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실제로 의료공백이 곧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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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