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윤석열식 4대 개혁 막전막후

고집만 부리다…된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뭘 해도 안 먹히는데, 신선한 부분도 딱히 없다. 잘한다는 소리를 기대했던 걸까? 오히려 여론이 뒤집히면서 윤석열정부가 띄운 개혁이 줄줄이 막힐 위기다. 헤쳐나갈 관문도 좁은데 오히려 고집만 부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연금·의료 등 4대 개혁을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듯 함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미 정부에 등을 돌린 곳이 너무 많다.

의료개혁을 두고서 윤석열정부가 다급한 모습이다. 타협이나 설득을 주안점에 두지 않았었는데 최근 기조마저 미묘하게 흐른다. 일단 대화하자며 한 발 물러나는 액션까지 취했다. 의료 현장도 아수라장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말 그대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대란
장본인

악화된 여론 탓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만으로 추진하려는 대로 밀고 나가기 어렵다는 게 윤정부가 처한 현실이다. 이와 함께 다른 개혁들도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처리된 게 뭐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도 환호를 받지도 못한다. 

분명 의료개혁에서는 초반만 해도 윤정부가 기선을 잡았다. 역대 정부서도 꾸준히 띄워왔던 덕분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친 반발에 손을 들어왔다. 윤정부서 의료개혁으로 내놓은 핵심 골자는 의대 정원의 2000명 증원이다.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는 데 정원의 증가가 필수라는 것이다.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정상화되도록 하며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동결돼있던 정원을 현실에 맞게 증원해 의료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방안을 띄웠다.

윤정부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의사 수는 1만명이 부족하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의대 증원으로 귀결된다. 단순히 의료 수가 등을 올려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함께 덧붙였다. 

의사들은 집단 반발했다. 특히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강수를 뒀다. 초반만 해도 윤정부는 사직 전공의를 향해 징계를 검토하겠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공의 사직률은 전체 전공의 1만506명 중 절반을 차지했다.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곳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빅5로 불리는 병원에서는 사직률이 90%를 넘었다. 복귀 역시 1%대에 그쳐 사실상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저연차 전공의 대다수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대신 일반의로 활동하거나 해외 혹은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결국 의료 대란이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셈이다. 전공의들의 복귀 의지도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의대 증원 유예안을 띄웠다. 

일각에선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근거를 입증할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을 결부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료개혁, 유리했던 여론 갑자기 뒤집혀
노동개혁, 좋은 제도 도입해도 어려워져

대통령실은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현실적으로 한 대표가 띄운 유예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장 유예한다고 해도 전공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대다수가 이미 그만뒀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면초가로 여론이 완전히 뒤집혀가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가 가득해 어떤 방식을 택해도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개혁은 윤정부가 늘 띄워온 정책이다. 여당의 대표는 힘을 실어주지 않고, 야권도 이에 합세한 듯 정부를 향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띄운 유예 안건으로 인해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한 대표의 답이 해법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이 먼저 나서 ‘대화’라는 키워드를 가져갔다. 뒤늦게 정부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며 부드러운 태도로 나섰지만 이미 의료계는 사실상 등을 돌려버려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한 대표가 의제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부분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결국 한발 물러난 쪽은 정부다. 한 대표는 중재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된 모양새다. 정부가 버티고 압박하면 이긴다는 식의 개혁으로 인해 오히려 지속적으로 부담감이 생기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아닌 의료 대란을 발생시킨 인물로 오명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노동개혁 역시 탄력을 받지 못하는 중이다. 이 역시 초반에는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국정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면서 몇 가지 성과도 냈다.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조의 파업 사건 같은 건이다. 또 노조가 채용을 강요하고 집회를 벌인 부분도 잘 정리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근로시간을 건드리면서다. 정치권서 주 4일제 논의가 이뤄진 시기에 오히려 69시간을 띄우면서 동력을 잃었다. 당초 연장 관리 단위를 주가 아닌 연·반기·분기·월 단위로 쪼갰다. 일이 많으면 몰아서, 없으면 쉬자는 성격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성과 유연성만 증대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악평이 쏟아졌다. 결국 해당 안건은 전면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또 건설업계 노동자를 건폭으로 부르면서 노조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으로 입법은 막혔다. 간신히 마련한 대화 창구도 활용되지 못하는 중이다. 

주도권
빼앗겨

여기에 더해 ‘뉴라이트’ 인사로 평가받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개혁을 하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상황이 악화된 형국이다. 또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뒤늦게 출범했다.

노조와 정부의 갈등이 더욱 심해져 진전이 없었다. 개혁의 심장부를 다룰 회의체들도 이제 막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서 노동개혁을 다시 띄우겠다고 예고했다. 대표적인 계획은 유연 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유연 근무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시간, 장소를 조정해 인력 활용을 하겠다는 취지서 마련된 제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자출퇴근제 ▲재량근로시간제 ▲원격 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가 적용된다. 유연근무 확대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연계된다. 이 밖에 임금체계 개편 등도 함께 다루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해당 안건이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입법의 문은 더욱 좁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주당만의 안건을 낼 게 뻔하다.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몇몇 야권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노란봉투법’을 내세워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을 마련해 왔다.

윤 대통령이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결국은 야당을 설득해야 개혁이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미 노조는 윤정부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의료개혁에 반대해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사의 반발이 거세듯, 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지율이 높고, 국정운영이 수월했다면 대화는 물론 개혁의 방향도 지금보다 더욱 수월했을 테다.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게 정부의 투사 격인 김 장관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겠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상황은 비슷하다. 역대 정부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왔고, 지금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고 이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연금 기금 소진으로 인해 추후 지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국민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국내 연금제도 도입 기간은 유럽 등에 비해 길지 않으며, 국민 한 사람당 연금의 가입 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
부담만

유럽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보험료율조차도 올리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정부는 3개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띄웠다. 정부는 지금 시기가 연금개혁안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국회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자기들의 안건 알리기에 나섰다. 

정부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재정의 안정으로 현재 시행 중인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려 기금의 안정화를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소득대체율도 약간의 상승이 있다. 40%서 42%로 인상하는 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액을 삭감하겠다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안이다. 

자동조정창치는 정치권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를 적용하면 연금 수령액이 가입자 수와 기대 수명에 따라 조정되는 방식이다. 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서 연령별 생애 총 연금 수령액을 추산했는데,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한 결과값을 보면 1971년생의 경우 수령 액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시행했을 경우 기금 소진 연장 시점을 공개했지만, 연금의 삭감 규모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가의 국민 노후 보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게다가 세대별 차등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대화와 설득 없이 오로지 밀어붙이겠다는 기류다. 이대로라면 4050세대가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와 50대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연금 고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돼 국가서 부담하는 비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한데 윤정부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결국 누굴 희생시키는 정책들
교육개혁, 현장 잘 모르고 밀어붙이기만

연금개혁은 누구나 필요함을 인정해 찬성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특정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해당 방법으로는 기금 고갈 시기를 잠시 늦출 뿐이다. 

각계 각층의 반응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윤정부는 얼마 전 교육개혁 9대 과제를 내놨다. ▲유보통합 ▲늘봄 ▲함께학교 ▲교실혁명 ▲입시 개혁 ▲교육특구 발전 ▲글로컬 대학 대학혁신 생태계 ▲교육부 ▲대전환이다. 

정권 초기 사교육 카르텔을 때려잡겠다며 띄운 게 바로 킬러 문항 제거다. 해당 부분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듯 보인다. 문제는 유보 통합과 늘봄 교실이다. 이 역시 현실을 모르고 강행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한 부처 소관으로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이를 교육청으로 실시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은 사립지정형 어린이집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서 관리하는 대상이 늘어난다.

그동안 구청, 시에서 관리하던 예산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유보통합을 하는 시범 케이스가 진행됐다. 

교사의 자격도 문제라고 거론된다. 가장 예민한 부분인 교사 자격통합을 위한 방식과 해법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늘봄 교실 역시 교사는 배제한 채 학부모에게만 치중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볼 수 없을 때 선택되는 제도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예산 낭비가 지적되고 있고, 방과후 프로그램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학교서도 업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장의 근로자 역시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해도
욕먹어

한 정가 인사는 “윤석열정부는 개혁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점도 있다. 강행이 개혁은 아니다. 대화와 설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추진해야 해법이 나온다”며 “앞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된다면 지금껏 띄워온 개혁이 설령 잘된 것일지라도 역풍에 휩싸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 대란 대화 물꼬?

최근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을 각 지역 응급 의료 현장을 보내 점검했다.

그 결과 현장 파견 의료진 사이에서는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병원의 재정난이 심각해 건강보험선지급금을 상환 날짜를 유예시켜 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학병원과 중소 병원 등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뒤 다양한 내용의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들었다.

이 밖에 처우 개선, 병원 선호 및 쏠림 현상, 소방과 병원 간 환자 분류 이견 등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또 지방의 경우 지방서 근무하던 의사가 다수 수도권으로 옮겨 인력난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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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