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윤석열식 4대 개혁 막전막후

고집만 부리다…된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뭘 해도 안 먹히는데, 신선한 부분도 딱히 없다. 잘한다는 소리를 기대했던 걸까? 오히려 여론이 뒤집히면서 윤석열정부가 띄운 개혁이 줄줄이 막힐 위기다. 헤쳐나갈 관문도 좁은데 오히려 고집만 부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연금·의료 등 4대 개혁을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듯 함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미 정부에 등을 돌린 곳이 너무 많다.

의료개혁을 두고서 윤석열정부가 다급한 모습이다. 타협이나 설득을 주안점에 두지 않았었는데 최근 기조마저 미묘하게 흐른다. 일단 대화하자며 한 발 물러나는 액션까지 취했다. 의료 현장도 아수라장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말 그대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대란
장본인

악화된 여론 탓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만으로 추진하려는 대로 밀고 나가기 어렵다는 게 윤정부가 처한 현실이다. 이와 함께 다른 개혁들도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처리된 게 뭐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도 환호를 받지도 못한다. 

분명 의료개혁에서는 초반만 해도 윤정부가 기선을 잡았다. 역대 정부서도 꾸준히 띄워왔던 덕분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친 반발에 손을 들어왔다. 윤정부서 의료개혁으로 내놓은 핵심 골자는 의대 정원의 2000명 증원이다.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는 데 정원의 증가가 필수라는 것이다.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정상화되도록 하며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동결돼있던 정원을 현실에 맞게 증원해 의료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방안을 띄웠다.


윤정부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의사 수는 1만명이 부족하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의대 증원으로 귀결된다. 단순히 의료 수가 등을 올려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함께 덧붙였다. 

의사들은 집단 반발했다. 특히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강수를 뒀다. 초반만 해도 윤정부는 사직 전공의를 향해 징계를 검토하겠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공의 사직률은 전체 전공의 1만506명 중 절반을 차지했다.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곳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빅5로 불리는 병원에서는 사직률이 90%를 넘었다. 복귀 역시 1%대에 그쳐 사실상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저연차 전공의 대다수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대신 일반의로 활동하거나 해외 혹은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결국 의료 대란이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셈이다. 전공의들의 복귀 의지도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의대 증원 유예안을 띄웠다. 

일각에선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근거를 입증할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을 결부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료개혁, 유리했던 여론 갑자기 뒤집혀
노동개혁, 좋은 제도 도입해도 어려워져

대통령실은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현실적으로 한 대표가 띄운 유예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장 유예한다고 해도 전공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대다수가 이미 그만뒀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면초가로 여론이 완전히 뒤집혀가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가 가득해 어떤 방식을 택해도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개혁은 윤정부가 늘 띄워온 정책이다. 여당의 대표는 힘을 실어주지 않고, 야권도 이에 합세한 듯 정부를 향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띄운 유예 안건으로 인해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한 대표의 답이 해법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이 먼저 나서 ‘대화’라는 키워드를 가져갔다. 뒤늦게 정부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며 부드러운 태도로 나섰지만 이미 의료계는 사실상 등을 돌려버려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한 대표가 의제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부분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결국 한발 물러난 쪽은 정부다. 한 대표는 중재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된 모양새다. 정부가 버티고 압박하면 이긴다는 식의 개혁으로 인해 오히려 지속적으로 부담감이 생기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아닌 의료 대란을 발생시킨 인물로 오명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노동개혁 역시 탄력을 받지 못하는 중이다. 이 역시 초반에는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국정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면서 몇 가지 성과도 냈다.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조의 파업 사건 같은 건이다. 또 노조가 채용을 강요하고 집회를 벌인 부분도 잘 정리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근로시간을 건드리면서다. 정치권서 주 4일제 논의가 이뤄진 시기에 오히려 69시간을 띄우면서 동력을 잃었다. 당초 연장 관리 단위를 주가 아닌 연·반기·분기·월 단위로 쪼갰다. 일이 많으면 몰아서, 없으면 쉬자는 성격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성과 유연성만 증대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악평이 쏟아졌다. 결국 해당 안건은 전면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또 건설업계 노동자를 건폭으로 부르면서 노조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으로 입법은 막혔다. 간신히 마련한 대화 창구도 활용되지 못하는 중이다. 

주도권
빼앗겨

여기에 더해 ‘뉴라이트’ 인사로 평가받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개혁을 하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상황이 악화된 형국이다. 또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뒤늦게 출범했다.

노조와 정부의 갈등이 더욱 심해져 진전이 없었다. 개혁의 심장부를 다룰 회의체들도 이제 막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서 노동개혁을 다시 띄우겠다고 예고했다. 대표적인 계획은 유연 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유연 근무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시간, 장소를 조정해 인력 활용을 하겠다는 취지서 마련된 제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자출퇴근제 ▲재량근로시간제 ▲원격 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가 적용된다. 유연근무 확대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연계된다. 이 밖에 임금체계 개편 등도 함께 다루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해당 안건이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입법의 문은 더욱 좁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주당만의 안건을 낼 게 뻔하다.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몇몇 야권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노란봉투법’을 내세워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을 마련해 왔다.

윤 대통령이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결국은 야당을 설득해야 개혁이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미 노조는 윤정부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의료개혁에 반대해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사의 반발이 거세듯, 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지율이 높고, 국정운영이 수월했다면 대화는 물론 개혁의 방향도 지금보다 더욱 수월했을 테다.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게 정부의 투사 격인 김 장관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겠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상황은 비슷하다. 역대 정부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왔고, 지금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고 이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연금 기금 소진으로 인해 추후 지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국민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국내 연금제도 도입 기간은 유럽 등에 비해 길지 않으며, 국민 한 사람당 연금의 가입 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
부담만


유럽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보험료율조차도 올리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정부는 3개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띄웠다. 정부는 지금 시기가 연금개혁안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국회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자기들의 안건 알리기에 나섰다. 

정부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재정의 안정으로 현재 시행 중인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려 기금의 안정화를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소득대체율도 약간의 상승이 있다. 40%서 42%로 인상하는 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액을 삭감하겠다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안이다. 

자동조정창치는 정치권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를 적용하면 연금 수령액이 가입자 수와 기대 수명에 따라 조정되는 방식이다. 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서 연령별 생애 총 연금 수령액을 추산했는데,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한 결과값을 보면 1971년생의 경우 수령 액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시행했을 경우 기금 소진 연장 시점을 공개했지만, 연금의 삭감 규모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가의 국민 노후 보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게다가 세대별 차등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대화와 설득 없이 오로지 밀어붙이겠다는 기류다. 이대로라면 4050세대가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와 50대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연금 고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돼 국가서 부담하는 비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한데 윤정부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결국 누굴 희생시키는 정책들
교육개혁, 현장 잘 모르고 밀어붙이기만

연금개혁은 누구나 필요함을 인정해 찬성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특정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해당 방법으로는 기금 고갈 시기를 잠시 늦출 뿐이다. 

각계 각층의 반응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윤정부는 얼마 전 교육개혁 9대 과제를 내놨다. ▲유보통합 ▲늘봄 ▲함께학교 ▲교실혁명 ▲입시 개혁 ▲교육특구 발전 ▲글로컬 대학 대학혁신 생태계 ▲교육부 ▲대전환이다. 

정권 초기 사교육 카르텔을 때려잡겠다며 띄운 게 바로 킬러 문항 제거다. 해당 부분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듯 보인다. 문제는 유보 통합과 늘봄 교실이다. 이 역시 현실을 모르고 강행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한 부처 소관으로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이를 교육청으로 실시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은 사립지정형 어린이집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서 관리하는 대상이 늘어난다.

그동안 구청, 시에서 관리하던 예산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유보통합을 하는 시범 케이스가 진행됐다. 

교사의 자격도 문제라고 거론된다. 가장 예민한 부분인 교사 자격통합을 위한 방식과 해법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늘봄 교실 역시 교사는 배제한 채 학부모에게만 치중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볼 수 없을 때 선택되는 제도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예산 낭비가 지적되고 있고, 방과후 프로그램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학교서도 업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장의 근로자 역시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해도
욕먹어

한 정가 인사는 “윤석열정부는 개혁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점도 있다. 강행이 개혁은 아니다. 대화와 설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추진해야 해법이 나온다”며 “앞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된다면 지금껏 띄워온 개혁이 설령 잘된 것일지라도 역풍에 휩싸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 대란 대화 물꼬?

최근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을 각 지역 응급 의료 현장을 보내 점검했다.

그 결과 현장 파견 의료진 사이에서는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병원의 재정난이 심각해 건강보험선지급금을 상환 날짜를 유예시켜 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학병원과 중소 병원 등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뒤 다양한 내용의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들었다.

이 밖에 처우 개선, 병원 선호 및 쏠림 현상, 소방과 병원 간 환자 분류 이견 등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또 지방의 경우 지방서 근무하던 의사가 다수 수도권으로 옮겨 인력난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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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