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윤석열식 4대 개혁 막전막후

고집만 부리다…된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뭘 해도 안 먹히는데, 신선한 부분도 딱히 없다. 잘한다는 소리를 기대했던 걸까? 오히려 여론이 뒤집히면서 윤석열정부가 띄운 개혁이 줄줄이 막힐 위기다. 헤쳐나갈 관문도 좁은데 오히려 고집만 부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연금·의료 등 4대 개혁을 끝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듯 함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미 정부에 등을 돌린 곳이 너무 많다.

의료개혁을 두고서 윤석열정부가 다급한 모습이다. 타협이나 설득을 주안점에 두지 않았었는데 최근 기조마저 미묘하게 흐른다. 일단 대화하자며 한 발 물러나는 액션까지 취했다. 의료 현장도 아수라장이다.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말 그대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의료대란
장본인

악화된 여론 탓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만으로 추진하려는 대로 밀고 나가기 어렵다는 게 윤정부가 처한 현실이다. 이와 함께 다른 개혁들도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처리된 게 뭐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도 환호를 받지도 못한다. 

분명 의료개혁에서는 초반만 해도 윤정부가 기선을 잡았다. 역대 정부서도 꾸준히 띄워왔던 덕분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거친 반발에 손을 들어왔다. 윤정부서 의료개혁으로 내놓은 핵심 골자는 의대 정원의 2000명 증원이다. 필수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는 데 정원의 증가가 필수라는 것이다. 

전공의 의존을 줄이고, 전문의 중심으로 정상화되도록 하며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또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동결돼있던 정원을 현실에 맞게 증원해 의료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는 방안을 띄웠다.


윤정부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의사 수는 1만명이 부족하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의대 증원으로 귀결된다. 단순히 의료 수가 등을 올려도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함께 덧붙였다. 

의사들은 집단 반발했다. 특히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강수를 뒀다. 초반만 해도 윤정부는 사직 전공의를 향해 징계를 검토하겠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공의 사직률은 전체 전공의 1만506명 중 절반을 차지했다.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곳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빅5로 불리는 병원에서는 사직률이 90%를 넘었다. 복귀 역시 1%대에 그쳐 사실상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도 갖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저연차 전공의 대다수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대신 일반의로 활동하거나 해외 혹은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결국 의료 대란이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친 셈이다. 전공의들의 복귀 의지도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의대 증원 유예안을 띄웠다. 

일각에선 정부의 2000명 증원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근거를 입증할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의료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을 결부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료개혁, 유리했던 여론 갑자기 뒤집혀
노동개혁, 좋은 제도 도입해도 어려워져

대통령실은 크게 당황하는 눈치다. 현실적으로 한 대표가 띄운 유예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당장 유예한다고 해도 전공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다. 대다수가 이미 그만뒀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 전공의들마다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사면초가로 여론이 완전히 뒤집혀가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가 가득해 어떤 방식을 택해도 힘을 받기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개혁은 윤정부가 늘 띄워온 정책이다. 여당의 대표는 힘을 실어주지 않고, 야권도 이에 합세한 듯 정부를 향한 압박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띄운 유예 안건으로 인해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한 대표의 답이 해법은 아닐 수 있지만 자신이 먼저 나서 ‘대화’라는 키워드를 가져갔다. 뒤늦게 정부서 대화하고 설득하겠다며 부드러운 태도로 나섰지만 이미 의료계는 사실상 등을 돌려버려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한 대표가 의제없이 이야기를 나누자는 부분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결국 한발 물러난 쪽은 정부다. 한 대표는 중재자로서 이미지 메이킹에 어느 정도 성공하게 된 모양새다. 정부가 버티고 압박하면 이긴다는 식의 개혁으로 인해 오히려 지속적으로 부담감이 생기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이 아닌 의료 대란을 발생시킨 인물로 오명을 뒤집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노동개혁 역시 탄력을 받지 못하는 중이다. 이 역시 초반에는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국정과제 중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면서 몇 가지 성과도 냈다.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조의 파업 사건 같은 건이다. 또 노조가 채용을 강요하고 집회를 벌인 부분도 잘 정리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근로시간을 건드리면서다. 정치권서 주 4일제 논의가 이뤄진 시기에 오히려 69시간을 띄우면서 동력을 잃었다. 당초 연장 관리 단위를 주가 아닌 연·반기·분기·월 단위로 쪼갰다. 일이 많으면 몰아서, 없으면 쉬자는 성격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성과 유연성만 증대시키려는 목적이라는 악평이 쏟아졌다. 결국 해당 안건은 전면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또 건설업계 노동자를 건폭으로 부르면서 노조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 현재 여소야대 정국으로 입법은 막혔다. 간신히 마련한 대화 창구도 활용되지 못하는 중이다. 

주도권
빼앗겨

여기에 더해 ‘뉴라이트’ 인사로 평가받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개혁을 하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상황이 악화된 형국이다. 또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뒤늦게 출범했다.

노조와 정부의 갈등이 더욱 심해져 진전이 없었다. 개혁의 심장부를 다룰 회의체들도 이제 막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서 노동개혁을 다시 띄우겠다고 예고했다. 대표적인 계획은 유연 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

유연 근무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시간, 장소를 조정해 인력 활용을 하겠다는 취지서 마련된 제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자출퇴근제 ▲재량근로시간제 ▲원격 근무제 ▲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가 적용된다. 유연근무 확대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연계된다. 이 밖에 임금체계 개편 등도 함께 다루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해당 안건이 여전히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입법의 문은 더욱 좁아졌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주당만의 안건을 낼 게 뻔하다.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한 몇몇 야권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노란봉투법’을 내세워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을 마련해 왔다.

윤 대통령이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결국은 야당을 설득해야 개혁이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미 노조는 윤정부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의료개혁에 반대해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사의 반발이 거세듯, 노조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지지율이 높고, 국정운영이 수월했다면 대화는 물론 개혁의 방향도 지금보다 더욱 수월했을 테다. 내놓은 해결책이라는 게 정부의 투사 격인 김 장관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겠다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

연금개혁도 상황은 비슷하다. 역대 정부도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왔고, 지금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연금은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고 이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연금 기금 소진으로 인해 추후 지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국민 모두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국내 연금제도 도입 기간은 유럽 등에 비해 길지 않으며, 국민 한 사람당 연금의 가입 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
부담만


유럽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인 반면, 한국은 보험료율조차도 올리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윤정부는 3개 개혁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띄웠다. 정부는 지금 시기가 연금개혁안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국회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자기들의 안건 알리기에 나섰다. 

정부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재정의 안정으로 현재 시행 중인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려 기금의 안정화를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소득대체율도 약간의 상승이 있다. 40%서 42%로 인상하는 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액을 삭감하겠다는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가 내놓은 안이다. 

자동조정창치는 정치권에서도 최대 쟁점으로 여겨진다. 이를 적용하면 연금 수령액이 가입자 수와 기대 수명에 따라 조정되는 방식이다. 또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서 연령별 생애 총 연금 수령액을 추산했는데,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한 결과값을 보면 1971년생의 경우 수령 액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시행했을 경우 기금 소진 연장 시점을 공개했지만, 연금의 삭감 규모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서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가의 국민 노후 보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게다가 세대별 차등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대화와 설득 없이 오로지 밀어붙이겠다는 기류다. 이대로라면 4050세대가 추가 부담해야 할 처지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와 50대서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일각에서는 연금 고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이미 고갈돼 국가서 부담하는 비용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개선이 필요한데 윤정부에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결국 누굴 희생시키는 정책들
교육개혁, 현장 잘 모르고 밀어붙이기만

연금개혁은 누구나 필요함을 인정해 찬성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특정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해당 방법으로는 기금 고갈 시기를 잠시 늦출 뿐이다. 

각계 각층의 반응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다. 윤정부는 얼마 전 교육개혁 9대 과제를 내놨다. ▲유보통합 ▲늘봄 ▲함께학교 ▲교실혁명 ▲입시 개혁 ▲교육특구 발전 ▲글로컬 대학 대학혁신 생태계 ▲교육부 ▲대전환이다. 

정권 초기 사교육 카르텔을 때려잡겠다며 띄운 게 바로 킬러 문항 제거다. 해당 부분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듯 보인다. 문제는 유보 통합과 늘봄 교실이다. 이 역시 현실을 모르고 강행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보통합은 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한 부처 소관으로 일원화하는 방식이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이를 교육청으로 실시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은 사립지정형 어린이집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청서 관리하는 대상이 늘어난다.

그동안 구청, 시에서 관리하던 예산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유보통합을 하는 시범 케이스가 진행됐다. 

교사의 자격도 문제라고 거론된다. 가장 예민한 부분인 교사 자격통합을 위한 방식과 해법은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늘봄 교실 역시 교사는 배제한 채 학부모에게만 치중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볼 수 없을 때 선택되는 제도다.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예산 낭비가 지적되고 있고, 방과후 프로그램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학교서도 업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장의 근로자 역시 제대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시행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잘해도
욕먹어

한 정가 인사는 “윤석열정부는 개혁을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점도 있다. 강행이 개혁은 아니다. 대화와 설득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추진해야 해법이 나온다”며 “앞으로 국정 동력이 약화된다면 지금껏 띄워온 개혁이 설령 잘된 것일지라도 역풍에 휩싸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 대란 대화 물꼬?

최근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과 행정관을 각 지역 응급 의료 현장을 보내 점검했다.

그 결과 현장 파견 의료진 사이에서는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병원의 재정난이 심각해 건강보험선지급금을 상환 날짜를 유예시켜 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통령실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학병원과 중소 병원 등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뒤 다양한 내용의 애로 사항과 건의 사항을 들었다.

이 밖에 처우 개선, 병원 선호 및 쏠림 현상, 소방과 병원 간 환자 분류 이견 등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됐다.

또 지방의 경우 지방서 근무하던 의사가 다수 수도권으로 옮겨 인력난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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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