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적고 환금성 높다고?

앞으로 수년간 예상되는 공급 감소와 분양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초기 비용이 높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더라도 신축에 살겠다는 의미의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올해 들어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수도권 입주 1〜5년차 아파트 단지 가격 상승률이 10년 초과 단지보다 3배 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문제와 분담금 이슈 등으로 구축 아파트 재건축 움직임이 더뎌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신축 아파트로 실수요자들이 눈을 돌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

분양시장서도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등 수도권 핵심지 아파트에만 청약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특히 같은 서울 지역서도 신축과 구축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집값 급등기 때만 해도 구축이 신축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에 갭투자는 물론 낡은 집에 살며 버티는 ‘몸테크’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한때 몸테크 열풍을 불렀던 서울 구축 아파트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속도전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고금리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원가가 급등하면서, 집값만큼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는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급감했다.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이 크게 오르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도 흔했다.

요즘 같은 분위기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대신 수요는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10년 이내 준신축으로 쏠리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서 나오는데, 지금은 대폭 사라졌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새집에 살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신축과 구축의 가격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브랜드 신축 단지 각광

보통 단지 세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관리비는 적고 가격 프리미엄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K-apt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발생한 전국 아파트의 세대 수 별 공용관리비는 150~299세대 1465원/㎡, 300~499세대 1312원, 500~999세대 1245원, 1000세대 이상 1220원으로, 단지 세대 규모가 클수록 관리비가 저렴했다.

이에 더해 단지 규모는 아파트 평균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부동산R랩스 자료에 따르면, 단지 규모별 전국 아파트 평균 평(3.3㎡)당 매매가는 300세대 미만 1829만원, 300~499세대 1835만원, 500~699세대 1828만원, 700~999세대 1878만원, 1000~1499세대 2060만원, 1500세대 이상 2695만원으로 집계됐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평균 매매가는 비싸졌으며, 1500세대 이상 대단지의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았다. 대규모 단지에 브랜드까지 갖춘 단지들은 최근 청약시장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월 충남 아산서 분양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는 1140세대 규모로 포스코이앤씨서 시공한 브랜드 아파트다. 1순위 청약 경쟁률 52.58대 1이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국민 101.32대 1, 민영 376.99대 1)도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을 합해 1227세대 규모다. DL이앤씨를 필두로 한 컨소시엄 사업지다.


대단지는 환금성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수성범어두산위브더제니스’는 1494가구 규모로, 수성구 대표 대단지다. 이곳의 전용면적 240㎡(54층)는 지난 2015년 20억8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는데, 지난해 8월 54억원에 거래됐다. 10년 새 33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신축·구축
가격 격차?

인근에 위치한 1340가구 규모의 대단지 ‘수성범어W’(2023년 12월 입주)의 전용면적 84㎡(21층)는 올해 3월 11억9000만에 거래됐다. 반면 입지와 입주 시기가 비슷한 범어동 ‘S’단지(200여 가구 규모)의 전용면적 84㎡(30층)는 지난해 12월 7억8742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시장서 1000세대가 넘어가는 규모의 대단지는 기본적으로 보기 드물고, 이에 지역 내 상징성을 가져 일대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대단지 아파트는 공용관리비가 저렴하고 평균 매매가는 높으며 향후 소규모 단지 대비 시세 상승력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급 중인 대단지·브랜드 아파트.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경기도 군포시 군포 벌터·마벨지구 B-1블럭에 들어서는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이 미분양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45층, 8개 동, 총 1072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59~95㎡로 조성되며, 세대당 주차대수는 1.33대다. 계약조건은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며, 계약금 5%만 납부하면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단지는 4Bay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GX클럽, 골프클럽, 그리너리 카페, 독서실, 시니어클럽,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안양IT단지와 평촌 스마트스퀘어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양국제유통단지 등이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다.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과 군포 첨단 R&D 클러스터 조성 사업, 약 2.7㎞ 구간의 안양천 정비 사업도 추진 중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반경 1㎞ 이내에 홈플러스 안양점과 AK플라자 금정점이 위치하고 있다. 안양시청, 롯데백화점, 이마트, 한림대학병원 등이 있는 평촌중심상업지구 이용도 용이하다. 평촌 학원가도 10분 거리이며, 안양천 수변공원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2028년 예정인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이 2028년 개통 예정이며, 호계역도 예정돼있다.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5동 일원 광명 9R구역 주택재개발을 통해 짓는 아파트로 지하 2층, 지상 최고 29층 15개 동 아파트 총 1509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39~59㎡ 총 533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입주는 2027년 10월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보기 드물어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가구수는 39㎡ 90가구, 49㎡ 138가구, 59㎡A 197가구, 59㎡B 56가구, 59㎡C 52가구다. 지역 내 수요가 많은 1~3인 가구 수요에 부합하는 중소형 타입으로 구성됐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적용해 수분양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전용면적 39·49㎡ 타입의 경우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이 적용돼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을 크게 덜었다. 

단지는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판상형 위주의 설계를 통해 채광과 통풍 효율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평지 위주의 아파트로 설계돼 단지 산책 및 보행하기에 편하고,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한 만큼 주거 편의성도 높다.

특히 전용면적 59㎡ 타입의 경우 대부분 맞통풍 판상형으로 설계돼 일조 및 채광이 우수하다.

광명뉴타운(광명재정비촉진지구)은 광명시 광명동 및 철산동 일원 대지면적 약 230만㎡ 부지에 11개 단지 총 2만5000여가구가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급 재개발사업이다. 현재 아파트 입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향후 수도권 서남부를 대표하는 매머드급 주거타운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 한양이 경기도 김포시 북변4구역 재개발을 통해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9개 동, 총 3058세대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50~103㎡, 2116세대가 일반분양된다. 일반분양 물량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50㎡ 65세대 ▲59㎡ 1150세대 ▲76㎡ 435세대 ▲84㎡ 316세대 ▲90㎡ 24세대 ▲103㎡ 126세대다.

실내체육관과 대규모 피트니스, 클라이밍, 프라이빗 시네마, 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키즈카페 등 단지 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커뮤니티시설이 마련될 전망이다.


한양은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를 1만4000여세대가 거주하게 될 김포시 신흥 주거타운인 북변·걸포 지역을 넘어 한강 서남부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단지 바로 앞에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이 있어 서울로 접근성이 우수한데다가 향후 걸포북변역에는 인천2호선 고양 연장선 신설도 예정돼있다.

만족도 높은 10년 이내 준신축
세대 많으면 많을수록 프리미엄

북변공원으로 이어지는 단지 내 도로를 조성해 숲세권 단지의 강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주거쾌적성을 한층 높인다. 단지 인근에 김포초등학교가 있어 자녀 안심 통학이 가능하고, 반경 1㎞ 내에 홈플러스와 CGV, 김포우리병원 등 다양한 문화, 생활, 편의 인프라가 형성돼있다.

▲해링턴스퀘어 신흥역= 성남시 공급 단지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도 분양에 나선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아파트 15개동 1972세대, 오피스텔 2개동 240실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아파트 전용면적 59~84㎡ 1311세대, 오피스텔 전용면적 26~36㎡ 138실이 일반 분양한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4Bay 평면, 2.4m 천장고, 팬트리, 알파룸 등 면적과 타입에 따른 다양한 특화설계도 적용할 예정이다.

단지는 신흥역 인근서 가장 높이 건립되는 ‘랜드마크’ 기대 단지기도 하다. 성남 구도심서 흔치 않은 평지 대단지로 건립되기 때문이다.

초역세권 입지를 갖춘 점도 매력이다. 서울지하철 8호선 신흥역이 단지와 바로 연결(1단지 선큰광장 연결)되는 직통 역세권 입지를 갖춘 단지다. 8호선을 통해 두 정거장이면 분당선 모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분당선으로의 환승도 쉽다. 이를 통해 서울 강남까지 30분대로 이동 가능하다. 단지 인근 경충대로, 여수대로를 통해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의 진입이 수월하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 경기 용인 처인구 남동 은화삼지구에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가 공급된다. 총 3724가구 대단지로 조성 계획. 이 중 1단지(A1블록)에는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동, 총 1681가구가 공급된다. 입주는 2027년 8월 예정이다.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타입별로 4베이 구조, 안방 드레스룸, 알파룸 등을 선보여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욕실 바닥 난방(샤워부스 내부 제외)도 도입된다. 입주민 커뮤니티시설로는 입주민 전용 영화관, 스크린골프장 및 대형 사우나를 갖췄다. 푸르지오만의 복합문화 공간인 그리너리 스튜디오와 그리너리 카페, 어린이집,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다.

단지가 위치한 이동·남사읍 일대에는 삼성전자가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총 6기 팹(반도체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단지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으로 이어지는 45번국도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으로 이어지는 국지도 57호선과 연결돼있다. 단지 조경은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손을 잡았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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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