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적고 환금성 높다고?

앞으로 수년간 예상되는 공급 감소와 분양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초기 비용이 높거나 내 집 마련 시기를 늦추더라도 신축에 살겠다는 의미의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올해 들어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수도권 입주 1〜5년차 아파트 단지 가격 상승률이 10년 초과 단지보다 3배 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문제와 분담금 이슈 등으로 구축 아파트 재건축 움직임이 더뎌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는 신축 아파트로 실수요자들이 눈을 돌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아파트 
선호 현상

분양시장서도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서울 등 수도권 핵심지 아파트에만 청약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특히 같은 서울 지역서도 신축과 구축의 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집값 급등기 때만 해도 구축이 신축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에 갭투자는 물론 낡은 집에 살며 버티는 ‘몸테크’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한때 몸테크 열풍을 불렀던 서울 구축 아파트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속도전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고금리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원가가 급등하면서, 집값만큼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는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가치가 급감했다.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이 크게 오르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도 흔했다.

요즘 같은 분위기서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대신 수요는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10년 이내 준신축으로 쏠리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인기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서 나오는데, 지금은 대폭 사라졌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새집에 살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신축과 구축의 가격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브랜드 신축 단지 각광

보통 단지 세대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관리비는 적고 가격 프리미엄 확보에도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K-apt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발생한 전국 아파트의 세대 수 별 공용관리비는 150~299세대 1465원/㎡, 300~499세대 1312원, 500~999세대 1245원, 1000세대 이상 1220원으로, 단지 세대 규모가 클수록 관리비가 저렴했다.

이에 더해 단지 규모는 아파트 평균 가격에도 영향을 끼쳤다. 부동산R랩스 자료에 따르면, 단지 규모별 전국 아파트 평균 평(3.3㎡)당 매매가는 300세대 미만 1829만원, 300~499세대 1835만원, 500~699세대 1828만원, 700~999세대 1878만원, 1000~1499세대 2060만원, 1500세대 이상 2695만원으로 집계됐다.

단지 규모가 클수록 평균 매매가는 비싸졌으며, 1500세대 이상 대단지의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았다. 대규모 단지에 브랜드까지 갖춘 단지들은 최근 청약시장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월 충남 아산서 분양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는 1140세대 규모로 포스코이앤씨서 시공한 브랜드 아파트다. 1순위 청약 경쟁률 52.58대 1이라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동탄레이크파크 자연&e편한세상’(국민 101.32대 1, 민영 376.99대 1)도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을 합해 1227세대 규모다. DL이앤씨를 필두로 한 컨소시엄 사업지다.


대단지는 환금성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수성범어두산위브더제니스’는 1494가구 규모로, 수성구 대표 대단지다. 이곳의 전용면적 240㎡(54층)는 지난 2015년 20억8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는데, 지난해 8월 54억원에 거래됐다. 10년 새 33억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신축·구축
가격 격차?

인근에 위치한 1340가구 규모의 대단지 ‘수성범어W’(2023년 12월 입주)의 전용면적 84㎡(21층)는 올해 3월 11억9000만에 거래됐다. 반면 입지와 입주 시기가 비슷한 범어동 ‘S’단지(200여 가구 규모)의 전용면적 84㎡(30층)는 지난해 12월 7억8742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시장서 1000세대가 넘어가는 규모의 대단지는 기본적으로 보기 드물고, 이에 지역 내 상징성을 가져 일대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며 “대단지 아파트는 공용관리비가 저렴하고 평균 매매가는 높으며 향후 소규모 단지 대비 시세 상승력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급 중인 대단지·브랜드 아파트.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경기도 군포시 군포 벌터·마벨지구 B-1블럭에 들어서는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이 미분양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45층, 8개 동, 총 1072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59~95㎡로 조성되며, 세대당 주차대수는 1.33대다. 계약조건은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며, 계약금 5%만 납부하면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단지는 4Bay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GX클럽, 골프클럽, 그리너리 카페, 독서실, 시니어클럽,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안양IT단지와 평촌 스마트스퀘어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양국제유통단지 등이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다.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과 군포 첨단 R&D 클러스터 조성 사업, 약 2.7㎞ 구간의 안양천 정비 사업도 추진 중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반경 1㎞ 이내에 홈플러스 안양점과 AK플라자 금정점이 위치하고 있다. 안양시청, 롯데백화점, 이마트, 한림대학병원 등이 있는 평촌중심상업지구 이용도 용이하다. 평촌 학원가도 10분 거리이며, 안양천 수변공원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2028년 예정인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이 2028년 개통 예정이며, 호계역도 예정돼있다.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광명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5동 일원 광명 9R구역 주택재개발을 통해 짓는 아파트로 지하 2층, 지상 최고 29층 15개 동 아파트 총 1509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39~59㎡ 총 533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입주는 2027년 10월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보기 드물어

전용면적별 일반분양 가구수는 39㎡ 90가구, 49㎡ 138가구, 59㎡A 197가구, 59㎡B 56가구, 59㎡C 52가구다. 지역 내 수요가 많은 1~3인 가구 수요에 부합하는 중소형 타입으로 구성됐다.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적용해 수분양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낮췄다.


전용면적 39·49㎡ 타입의 경우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이 적용돼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을 크게 덜었다. 

단지는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판상형 위주의 설계를 통해 채광과 통풍 효율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평지 위주의 아파트로 설계돼 단지 산책 및 보행하기에 편하고,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한 만큼 주거 편의성도 높다.

특히 전용면적 59㎡ 타입의 경우 대부분 맞통풍 판상형으로 설계돼 일조 및 채광이 우수하다.

광명뉴타운(광명재정비촉진지구)은 광명시 광명동 및 철산동 일원 대지면적 약 230만㎡ 부지에 11개 단지 총 2만5000여가구가 들어서는 미니 신도시급 재개발사업이다. 현재 아파트 입주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향후 수도권 서남부를 대표하는 매머드급 주거타운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 한양이 경기도 김포시 북변4구역 재개발을 통해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를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9개 동, 총 3058세대 대단지로 조성된다. 이 가운데 전용 50~103㎡, 2116세대가 일반분양된다. 일반분양 물량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50㎡ 65세대 ▲59㎡ 1150세대 ▲76㎡ 435세대 ▲84㎡ 316세대 ▲90㎡ 24세대 ▲103㎡ 126세대다.

실내체육관과 대규모 피트니스, 클라이밍, 프라이빗 시네마, 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키즈카페 등 단지 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커뮤니티시설이 마련될 전망이다.


한양은 한강 수자인 오브센트를 1만4000여세대가 거주하게 될 김포시 신흥 주거타운인 북변·걸포 지역을 넘어 한강 서남부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단지 바로 앞에 김포골드라인 걸포북변역이 있어 서울로 접근성이 우수한데다가 향후 걸포북변역에는 인천2호선 고양 연장선 신설도 예정돼있다.

만족도 높은 10년 이내 준신축
세대 많으면 많을수록 프리미엄

북변공원으로 이어지는 단지 내 도로를 조성해 숲세권 단지의 강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주거쾌적성을 한층 높인다. 단지 인근에 김포초등학교가 있어 자녀 안심 통학이 가능하고, 반경 1㎞ 내에 홈플러스와 CGV, 김포우리병원 등 다양한 문화, 생활, 편의 인프라가 형성돼있다.

▲해링턴스퀘어 신흥역= 성남시 공급 단지 ‘해링턴 스퀘어 신흥역’도 분양에 나선다.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아파트 15개동 1972세대, 오피스텔 2개동 240실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아파트 전용면적 59~84㎡ 1311세대, 오피스텔 전용면적 26~36㎡ 138실이 일반 분양한다.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와 4Bay 평면, 2.4m 천장고, 팬트리, 알파룸 등 면적과 타입에 따른 다양한 특화설계도 적용할 예정이다.

단지는 신흥역 인근서 가장 높이 건립되는 ‘랜드마크’ 기대 단지기도 하다. 성남 구도심서 흔치 않은 평지 대단지로 건립되기 때문이다.

초역세권 입지를 갖춘 점도 매력이다. 서울지하철 8호선 신흥역이 단지와 바로 연결(1단지 선큰광장 연결)되는 직통 역세권 입지를 갖춘 단지다. 8호선을 통해 두 정거장이면 분당선 모란역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분당선으로의 환승도 쉽다. 이를 통해 서울 강남까지 30분대로 이동 가능하다. 단지 인근 경충대로, 여수대로를 통해 분당·수서간도시고속화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의 진입이 수월하다.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 경기 용인 처인구 남동 은화삼지구에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가 공급된다. 총 3724가구 대단지로 조성 계획. 이 중 1단지(A1블록)에는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동, 총 1681가구가 공급된다. 입주는 2027년 8월 예정이다.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타입별로 4베이 구조, 안방 드레스룸, 알파룸 등을 선보여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욕실 바닥 난방(샤워부스 내부 제외)도 도입된다. 입주민 커뮤니티시설로는 입주민 전용 영화관, 스크린골프장 및 대형 사우나를 갖췄다. 푸르지오만의 복합문화 공간인 그리너리 스튜디오와 그리너리 카페, 어린이집,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다.

단지가 위치한 이동·남사읍 일대에는 삼성전자가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총 6기 팹(반도체 생산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단지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으로 이어지는 45번국도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으로 이어지는 국지도 57호선과 연결돼있다. 단지 조경은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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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