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청년이다. 거대 종합건설회사에 취직할 생각도, 그렇다고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도 딱히 없다. 유일하게 가고 싶은 곳은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선생의 건축 설계사무소뿐.
하지만 이미 일흔 남짓한 나이의 무라이 소장은 몇 해째 사사하고 싶다는 신입 및 경력 지원서에 한 번도 답을 주지 않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졸업작품을 동봉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어쩐지 채용이 결정된다.
소식을 전해주는 사무소의 선배도 입사가 결정된 ‘나’도 의아한 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국립현대도서관’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앞둔 준비의 일환이었다.
‘나’가 존경하는 무라이 선생은 현시적인 화려함을 표방하는 압도적인 건축물이 아닌, 소박하고 단아함을 표방하는 건축, 튀지 않고 주변에 녹아드는 공간, 늘 쓰는 사람이 한참 지나서야 알아챌 수 있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는 편안한 집을 추구한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신입 건축가 ‘나’가 이런 무라이 선생과 보낸 1년 남짓한 시간과 30년 뒤 ‘나’의 어느 날을 담고 있다. 삶과 맞닿은 건축을 꿈꾸는 사람들과 언제까지고 계속됐으면 했던 그 여름의 고아한 나날… 한없이 결곡한 문장으로 빚어낸 순도 높은 청춘의 서사시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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