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 악전고투 속사정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7 09:34:27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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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밀려나고 멀어지는 IPO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운송 전문업체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업상장을 서둘러야 할 상황임에도 업계 3위로 밀려나면서 고전하는 분위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대 주주인 LLH(지분율 21.87%)의 풋옵션 행사 기한이 최대 1년밖에 남지 않아 지난 2021년부터 미뤄온 풋옵션 행사를 연기하기 어려운 상황.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서 강병구 대표의 책임론이 거론되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2014년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택배 부문으로 물류사업을 확장했다. 롯데쇼핑 등 그룹 계열사(35%)·오릭스PE(35%)·현대상선(30%) 출자금과 FI 인수금융 등을 보태 특수목적법인(SPC)인 이지스일호를 인수 주체로 세워 현대로지스틱스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풋옵션 연기

롯데그룹은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배력을 강화할 때도 FI를 끌어왔다. 롯데그룹은 2016년 이지스일호가 보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71%를 인수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지스일호에 남은 지분(17.8%)은 2017년 사모펀드 운용사 메디치인베스트 자금으로 조성한 LLH 유한회사가 취득했다.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500억원을 출자했다.

처음 LLH가 설정한 최장 투자 기한은 5(4+1)년이었다. 투자 기한을 넘긴 현재도 LLH는 롯데글로벌로지스 2대주주(21.87%)로 남아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최대주주인 롯데지주(46.04%), 특수관계자인 호텔롯데(10.87%)가 FI와 협의해 풋옵션 행사 기한을 세 차례 연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LLH는 내년 1월부터 1개월 동안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상대로 보유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매각하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1주당 행사 가격은 평균 취득단가에 연 복리 3%를 적용한 금액이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전략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IPO를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는 FI 풋옵션 행사 시기를 늦추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 IPO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 가격에 미달하면 차액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롯데그룹과 투자자 모두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가치 향상에 이견이 없었기에 성사된 거래였다.

차액 보상은 롯데그룹이 친 배수진이기도 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월 상장 주관사와 대표 주관 계약을 맺고 IPO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증시 입성을 노린다면 올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8859억원, 분기순이익은 55% 증가한 70억원이다.

기업공개 앞두고 부실한 실적 암초로
G마켓 물량 뺏기고 한진에 밀려 추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유통왕’ 롯데의 아픈 손가락이다. 최근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이 전방위 협력에 나서기로 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맡았던 신세계 계열 G마켓의 택배 물량을 CJ대한통운이 담당하게 됐다.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한진이 국내 택배업계 2위로 올라서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떨어지게 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향후 반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만년 3등으로 전락할 경우 내년 준비 중인 IPO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CJ가 이달 초 체결한 협업 양해각서(MOU)의 핵심은 국내 택배사업 등 물류 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G마켓의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CJ대한통운이 단독으로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해당 물량은 월 200만~250만건으로 알려졌다.

국내 택배시장서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액 9370억원으로 압도적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이번 물량 확보로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G마켓 스마일배송을 담당했던 택배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CJ대한통운에 G마켓 물량을 뺏기면서 매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기 기준 600만~750만건의 G마켓 물량을 잃게 돼 택배 한 건당 평균 단가를 20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분기 매출액이 120억~150억원가량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택배 매출액은 3482억원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 한진의 1분기 매출은 3413억원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와의 격차는 69억원에 불과하다. G마켓 물량이 7월부터 CJ대한통운으로 넘어가면 하반기 국내 택배시장 순위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3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치열하게 2위를 다투는 상황서 이번 G마켓 물량 상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악재”라며 “향후 다른 사업 입찰서 반전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만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국내 택배시장 3위로 추락할 경우, 상장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는 2025년 상반기 IPO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초 CJ대한통운서 강병구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자금 상황에 촉각을 세우는 가운데,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에 먹구름이 끼면 강 대표의 책임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1조대 기업공개 가능할까
강병구 대표 책임론 부상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향후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물량을 추가로 따내려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경쟁 입찰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물량 일부를 확보하면서 처음으로 중국 e커머스 택배 사업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중국 e커머스 업체 테무가 국내 택배 경쟁에 뛰어들 것을 예고하면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테무의 주 택배 사업자는 한진으로 새로 경쟁입찰을 하더라도 대다수 물량을 한진이 계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에도 지난 경쟁입찰서 기존 주사업자인 CJ대한통운이 대다수 물량을 유지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경쟁입찰 끝에 중국 물량을 확보해도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 상승세가 정체되면서 시장서의 기대감이 줄어든 탓이다.


데이터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지난 3월 887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4월에 859만명, 5월 830만명으로 연속 감속했다. 진출 초기 초저가를 앞세워 이용자를 모았지만 낮은 품질과 유해성 논란에 성장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또 치열한 경쟁 입찰 끝에 택배사가 물량을 확보하면 배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수익에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강 대표를 영입하면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서 글로벌사업 대표를 지내다가 올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물류업계 새로운 시장으로 낙점된 이커머스 사업을 바탕으로 해외 비중을 키우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전략이다.

실제 성과도 있다. 알리 물량 확보 외에도 글로벌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과 협약을 체결했다. 베트남 콜드체인 물류센터 건설 등에도 약 5000억원 투자를 계획 중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해외사업 확대는 IPO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재 IPO 추진 중으로 지난해 하반기 상장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1조원대 IPO를 성공시키는 건 쉽지 않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33억원과 70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26.8%, 54.9%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매출은 88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 줄었다. 업계에서는 IPO 성공을 위해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만약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까지 IPO를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2대 주주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 2대 주주는 LLH다. 만약 내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한다면 LLH는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이 경우 롯데 측은 약 3500억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업계에서는 외형 확장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 IPO 성과가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빨간불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IPO를 추진 중인 입장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관건”이라며 “최근 알리 경쟁입찰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테무 입찰서도 좋은 결과를 만든다면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내년 IPO에 결국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IPO와 관련해 “시장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시점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잘 진행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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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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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