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조국혁신당 암초 셋

망망대해 휘젓다 수면 아래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10 총선은 그야말로 ‘조국 열풍’이었다. 제3지대 중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창당 한 달 만에 비례 12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원내 제3당의 비운일까? 22대 국회를 완주하기 위한 여의도 생존 전략은 무디기만 하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제시하고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3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윤석열 탄핵’을 가감 없이 외치고 용산 리스크를 전면으로 들이받으며 존재감을 키워갔다.

한계 고착?

창당부터 지금까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총선 때 보여줬던 조국 열풍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따라붙는다. 총선 열기와 더불어 컨벤션 효과가 사그라든 만큼 당연한 결과라지만 이대로는 비례정당의 한계에 고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혁신당은 총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원내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이 다소 미약하다는 평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수사와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크게 차별점을 두지 못해 ‘민주당 2중대’라는 수식어도 여전하다.

혁신당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달리 발언이나 행동적인 측면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강점을 가졌다. 혁신당 일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을 보란 듯이 거절했다.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한민국서 오르지 않는 건 ‘내 월급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술 마시며 유튜브만 보지 마시기를 바란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혁신당 특유의 시원한 화법은 강성 지지층에게 곧잘 먹히는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목표인 ‘윤정부 조기종식’도 좋지만 검찰개혁에만 과하게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을 산다는 것이다.

민생 정책과 검찰개혁 비율을 분배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게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단순히 윤정부 조기종식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 공공 이익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난 11일 혁신당은 창당 100일 기념 기자회견서 외연 확장 가능성을 밝혔다. 혁신당의 비전인 검찰개혁은 물론 정책적으로도 중도층을 아우르며 ‘사회권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조 대표는 중도층의 진보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통계 조사에 따르면)우리나라서 자기를 중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보화돼있다”며 “싸움을 거칠게 하지 않고 품격 있게 할 것이고 그게 정치공학적으로 중도층도 원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용산 리스크’ 한 놈만 노렸더니…
외연 확장·교섭 단체 여전히 난항

이날 조 대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국 조직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중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당의 뜻을 국민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혁신당서도 이 같은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창당 전후로는 검찰개혁을 향한 목소리를 크게 냈지만 민생 법안을 소홀히 하는 건 결코 아니다”라며 “얼마 전에는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노동권리 보장법을 혁신당 민생 법안 1호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동훈 특검법 등 비교적 주목도가 높은 메시지가 다방면으로 나온 탓에 해당 법안이 다소 묻힌 듯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혁신당이 만들어진 이유는 윤정부 조기종식이라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당연히 22대 국회 내내 한 가지만 외칠 수 없다. 조 대표도 각종 민생 정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어 당 차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비교섭단체가 갖는 한계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은 국회를 운영하거나 각종 상임위원회 논의서 배제되는 등 활동 반경이 제한된다. 아무리 혁신당이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섭단체인 상태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붙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혁신당은 교섭단체 문제를 두고 민주당을 향해 여러 차례 서운한 입장을 밝혀왔다.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교섭단체 조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먼저 제시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논의가 흐지부지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에 대한 열쇠를 쥔 건 민주당이다. 조 대표의 대법원 판결 이후 당의 동력이 빠르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른 시일 내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교섭단체 문제를 놓고 민주당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새다. 혁신당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는 건 정부여당 대항마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는 동시에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혁신당은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만큼 이슈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더 멀리 내다봤을 때 2026년 지방선거서 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혁신당이 지난 총선서 호남표를 예상치보다 많이 흡수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직 조국 위한 사당?
다가오는 전대 주목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회 비교섭단체 6당이 뭉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혁신당 12석에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기본소득당 1석 ▲사회민주당 1석을 더하면 총 21석으로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충족한다.

이는 민주당과의 논의 없이 6당이 합의를 보면 되는 방법인 만큼 혁신당 입장서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각자의 당이 조금씩 이견이 있는 만큼 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마지막은 ‘조국 1인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은 조 대표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조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혁신당의 해체 가능성에 “당이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척의 쇄빙선이 아닌 각각 다른 열두척의 쇄빙선으로 폭넓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2명의 비례의원이 각자의 분야서 이슈 파이팅으로 정치권의 시선을 조 대표로부터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이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는 것과 차별점을 둬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장 조 대표 외에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혁신당은 의원 수가 적을뿐더러 대다수가 법조인 출신인 만큼 서로 관심사가 겹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혁신당 2인자로 황운하 원내대표와 신장식 의원이 자칭타칭 물망에 오르지만 조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가 걸린 탓에 여러모로 신중을 가하는 모양새다.

두 번째 기회

내달 20일 예정인 혁신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장이 열릴지 이목이 쏠린다.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등 당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환기해 다시 한번 컨벤션 효과를 누릴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본격적으로 22대 국회가 가동되면 중요 안건에 대한 캐스팅보터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조국 열풍을 불렀던 혁신당이 원내 제3당으로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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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