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10 총선은 그야말로 ‘조국 열풍’이었다. 제3지대 중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창당 한 달 만에 비례 12석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원내 제3당의 비운일까? 22대 국회를 완주하기 위한 여의도 생존 전략은 무디기만 하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제시하고 ‘수사·기소 분리 검찰개혁 3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윤석열 탄핵’을 가감 없이 외치고 용산 리스크를 전면으로 들이받으며 존재감을 키워갔다.
한계 고착?
창당부터 지금까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였지만 총선 때 보여줬던 조국 열풍이 조금씩 꺼지고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도 따라붙는다. 총선 열기와 더불어 컨벤션 효과가 사그라든 만큼 당연한 결과라지만 이대로는 비례정당의 한계에 고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혁신당은 총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원내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이 다소 미약하다는 평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수사와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현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크게 차별점을 두지 못해 ‘민주당 2중대’라는 수식어도 여전하다.
혁신당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달리 발언이나 행동적인 측면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강점을 가졌다. 혁신당 일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을 보란 듯이 거절했다.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한민국서 오르지 않는 건 ‘내 월급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술 마시며 유튜브만 보지 마시기를 바란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혁신당 특유의 시원한 화법은 강성 지지층에게 곧잘 먹히는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목표인 ‘윤정부 조기종식’도 좋지만 검찰개혁에만 과하게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을 산다는 것이다.
민생 정책과 검찰개혁 비율을 분배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게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단순히 윤정부 조기종식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 공공 이익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정당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난 11일 혁신당은 창당 100일 기념 기자회견서 외연 확장 가능성을 밝혔다. 혁신당의 비전인 검찰개혁은 물론 정책적으로도 중도층을 아우르며 ‘사회권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날 조 대표는 중도층의 진보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통계 조사에 따르면)우리나라서 자기를 중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진보화돼있다”며 “싸움을 거칠게 하지 않고 품격 있게 할 것이고 그게 정치공학적으로 중도층도 원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용산 리스크’ 한 놈만 노렸더니…
외연 확장·교섭 단체 여전히 난항
이날 조 대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전국 조직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중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혁신당의 뜻을 국민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혁신당서도 이 같은 한계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 혁신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창당 전후로는 검찰개혁을 향한 목소리를 크게 냈지만 민생 법안을 소홀히 하는 건 결코 아니다”라며 “얼마 전에는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노동권리 보장법을 혁신당 민생 법안 1호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동훈 특검법 등 비교적 주목도가 높은 메시지가 다방면으로 나온 탓에 해당 법안이 다소 묻힌 듯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혁신당이 만들어진 이유는 윤정부 조기종식이라는 뚜렷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당연히 22대 국회 내내 한 가지만 외칠 수 없다. 조 대표도 각종 민생 정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어 당 차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비교섭단체가 갖는 한계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은 국회를 운영하거나 각종 상임위원회 논의서 배제되는 등 활동 반경이 제한된다. 아무리 혁신당이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교섭단체인 상태로는 여러 가지 제약이 붙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혁신당은 교섭단체 문제를 두고 민주당을 향해 여러 차례 서운한 입장을 밝혀왔다. 22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교섭단체 조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하는 것을 먼저 제시했지만 선거가 끝나자 논의가 흐지부지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에 대한 열쇠를 쥔 건 민주당이다. 조 대표의 대법원 판결 이후 당의 동력이 빠르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른 시일 내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교섭단체 문제를 놓고 민주당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새다. 혁신당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는 건 정부여당 대항마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는 동시에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혁신당은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만큼 이슈 주도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더 멀리 내다봤을 때 2026년 지방선거서 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혁신당이 지난 총선서 호남표를 예상치보다 많이 흡수한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직 조국 위한 사당?
다가오는 전대 주목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회 비교섭단체 6당이 뭉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혁신당 12석에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기본소득당 1석 ▲사회민주당 1석을 더하면 총 21석으로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충족한다.
이는 민주당과의 논의 없이 6당이 합의를 보면 되는 방법인 만큼 혁신당 입장서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각자의 당이 조금씩 이견이 있는 만큼 한 방향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마지막은 ‘조국 1인 정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은 조 대표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조 대표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로 인한 혁신당의 해체 가능성에 “당이 붕괴될 가능성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지만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척의 쇄빙선이 아닌 각각 다른 열두척의 쇄빙선으로 폭넓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2명의 비례의원이 각자의 분야서 이슈 파이팅으로 정치권의 시선을 조 대표로부터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이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지는 것과 차별점을 둬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장 조 대표 외에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혁신당은 의원 수가 적을뿐더러 대다수가 법조인 출신인 만큼 서로 관심사가 겹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혁신당 2인자로 황운하 원내대표와 신장식 의원이 자칭타칭 물망에 오르지만 조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가 걸린 탓에 여러모로 신중을 가하는 모양새다.
두 번째 기회
내달 20일 예정인 혁신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장이 열릴지 이목이 쏠린다.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등 당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환기해 다시 한번 컨벤션 효과를 누릴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본격적으로 22대 국회가 가동되면 중요 안건에 대한 캐스팅보터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조국 열풍을 불렀던 혁신당이 원내 제3당으로서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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