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의정 갈등…어디까지?

대란 넘어 파국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란을 넘어 파국으로 가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서 시작된 파급효과가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22대 총선 이후 봉합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상황이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3개월째에 접어 들었다. 의사 수 확대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첫 언급이 나온 지난해 10월로 따지면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윤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은 평행선을 그렸다. 정부의 2000명 증원과 의료계의 원점 재논의서 양쪽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환자만

팽팽하던 기류는 4·10 총선을 전후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의료계서 협의체를 구성하면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계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의료계서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의사단체의 입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협의체 구성 가능성이 제기됐다. 

총선 패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3개월 넘게 고수하던 2000명 증원 입장서 한 발 물러나 의료계의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 앞서 의대를 운영 중인 6개 지역 거점 국립대 총장들은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내고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서 증원된 의대 정원의 50~100% 범위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하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윤정부는 지난 19일 ‘2025학년도 이후부턴 원래 계획을 유지한다’는 조건을 달면서도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의료 공백이다. 여기에 2025학년도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예비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 의대 학사일정 정상화가 매우 시급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모집인원을 이달 말까지 결정하면 된다.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정부는 해당 안에서 더 이상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서 “(의대 신입생 자율 모집이)실질적으로 (마지막으로 제시할 수 있는 안이라는)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정부로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23일에는 “의료계는 집단행동을 멈추고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꼭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료개혁특위)를 출범해 의료개혁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기로 했다.  

위원장으로는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이 결정됐다. 

의료개혁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는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들은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으로는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 단체 추천 10명, 수요자 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한다. 

정부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의사단체의 의료개혁특위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내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40%인 98개가 응급의료 취약지역이고 경남의 경우 18개 시군 중 10개 군 지역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영월의료원을 거론하면서 8차례 전문의 채용공고를 냈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공의·의대생 이어 교수도…
비대위 “대통령이 결정해야”

문제는 의료계의 반응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전공의협회의회(이하 대전협) 등은 의료개혁특위 불참을 선언했고 다른 의사단체의 참여도 불투명한 상태다. 의사단체는 오로지 ‘의대 정원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의 입장에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의사단체는 대화의 조건으로도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의료현장이 마비를 넘어 파국 상태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현장은 지난 3월부터 전공의의 집단이탈로 의료대란을 겪고 있다.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119 구급차서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는 등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다.

여기에 그동안 큰 움직임이 없던 의대교수들이 사직과 휴직을 예고하면서 의료 현장은 마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30일 하루 응급·중증·입원 환자를 제외한 분야의 진료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3월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개별 교수의 제출일로부터 30일이 지난 시점부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달 1일, 수뇌부 4명이 사직한다고 예고했다.

여기에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대형 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휴진에 동참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 결정과 일부 교수들이 예정대로 사직을 진행한다고 표명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박 차관은 “‘나는 사표를 냈으니 내일부터 출근 안 한다’고 할 무책임한 교수님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에 고래등이 터지는 것은 결국 환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정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서 교수의 사직, 휴직 등으로 의료 공백이 커질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환자들은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현재 두 달 넘게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대 교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이미 암환자와 그 가족들은 탈진 상태로 무력감에 지쳐 있다”며 의대 교수의 진료 중단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이미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중환자들의 고통과 희생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환자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이 의료대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죽어난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5월이 되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하루는 다른 나라의 열흘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며칠이 문제 해결의 시간이 되기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대하겠다. 결정은 대통령께서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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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