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영수회담 시나리오

자존심 내세우다 날 새겠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화끈하게 결정을 내리는 게 없다. 상당히 불리한 형국임에도 여전한 기조다. 남은 임기 동안 평행선만 달리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좋을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러자 드디어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취임 2주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지 않았다. 옛날 방식이라고는 하나 여소야대가 임기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상황서 이제는 만날 필요성이 생겼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번번이 영수회담이 필요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제야 가능성을 열어놨다. 

협조 절실

영수회담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을 뜻한다. 과거에는 대통령과 야당 총재가 여러 번 만났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야당 대표 여러 명을 한 번에 만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10 총선 직후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총선 승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된 민주당은 현재 뭘 해도 유리한 구도다. 이런 탓에 과거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 만남의 필요성을 이번에 재차 언급한 것. 

현재까지 윤 대통령은 8차례 제의가 들어온 영수회담을 모두 거절해 왔다. 대통령실을 제외한 모두가 ‘협치’가 필수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렸다. 


지금껏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은 옛날 방식이고, 별 필요없다는 취지로 애써 무시했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단독으로 만나지 않은 횟수는 줄어왔다. 

직전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 역시 다자회담을 통해 여러 사안들을 논의해 왔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해졌다. 야당이 돕지 않을 경우,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탓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매번 거부권을 쓰기에도 부담스럽다. 

정가에선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다면 사실 굳이 영수회담 개최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오히려 만남서 돌발 상황으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정사상 최초로 5년 내내 여소야대 환경에 내몰린 윤 대통령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런 탓에 여권 내부서조차 빠른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원로 간담회서도 영수회담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상임고문단의 의견이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협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내 초선 의원들도 영수회담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태 당선인은 “야당과 대화하고 협치하는 것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재명·조국 동시에 압박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사안

민주당에 이어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역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조 대표는 “원내 제3당 대표인 나는 언제, 어떤 형식이든 윤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며 “공개 회동 자리서 예의를 갖추며 단호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조 대표는 상당히 불편한 관계다. 과거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향해 “이재명 패밀리는 상습적 배임 행위를 했다”고 타격한 바 있다. 이때부터 대립각을 세워왔고,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피의자이기 때문에 만나지 않았다. 

총선 승리를 진두지휘했던 이 대표가 사실상 민주당을 접수하면서 일각에선 이 대표의 연임설도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친명(친 이재명)계 및 일부 인사들은 “정권 심판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이 대표의 강한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연임론에 불을 지폈다. 

일단 상황은 이 대표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이 대표의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도 한층 더 강력해졌다. 그는 최근 국무회의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민생 발언에 대해 지난 17일 “윤석열정부는 이번 총선서 나타난 민생을 살리라는 국민의 절박한 외침에 말로만 민생, 민생, 민생 세 번을 외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말이 아니라 함께 실천하길 바란다. 많은 국민들이 벼랑 끝에 몰려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강경 발언은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전략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기조를 꺾어야 하는 셈인데, 상당히 곤란한 처지가 됐다. 

게다가 불편한 관계인 조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만나 달라며 메시지를 던졌다. 윤 대통령과 조 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각각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을 지내고 있었다. 당시 조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낙인이 찍혀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

언제까지 등 돌릴 텐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검찰총장 자리에 앉자마자, 조 대표를 비롯한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웅동학원 비리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인해 그의 정치적 앞날은 암울 그 자체였다. 

그러나 조 대표는 보란 듯이 이번 총선을 통해 생환에 성공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렇듯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 야권은 전방위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두 정당이 물리적으로 섞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윤정부에 대한 화력을 집중시키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19일, 이 대표에게 “다음 주 용산서 만나자”며 제의했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전화 통화서 “다음 주에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도 “마음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하면서 이번 정부 들어 최초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지난해부터 의료계와의 의대 정원 확대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서 총선 참패에 대한 부담감,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국정지지율 등을 고려할 때 칼을 빼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음 주 만남의 주제나 형식 등에 대해선 아직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어떤 대화가 오갈지에 대해 정치권에선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단 오케이

앞서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총선의 민심 결과는 윤 대통령, 이 대표가 공동 집권하게 된 결과로 협치하라는 뜻”이라며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곧 영수회담을 갖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ckd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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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