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대통령실 있는 용산구

4년 만에 다시 맞붙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 용산구는 대통령실이 위치한 곳이다. 다가올 총선서 ‘리턴매치’가 벌어지는 격전지기도 하다. 여당 심판론이 우세할지 야당 심판론이 작용할지는 붙어 봐야 안다. 복수와 수성을 두고 맞붙는 두 후보의 대결을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시 용산구는 지금껏 보수 계열과 진보 계열이 양분해 완벽히 어느 진영의 텃밭이라고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대통령실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여야의 총력전도 불가피하다. 용산구는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심장 격이다. 청와대서 용산으로 옮겨와 신정치 1번지로도 불리는 곳이다.

신정치 1번지

용산은 선거전을 거듭할수록 접전이 많이 펼쳐졌다. 2000년대부터 국민의힘 계열은 4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계열은 2번 승리했다. 17대 총선 당시에는 용산서 4선을 지낸 진영 전 의원이 당선돼왔으나, 물러난 뒤인 20대 총선엔 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민주당 강태웅 후보를 0.66%p(890표) 차이로 간신히 따돌렸다. 당시 가장 적은 표 차이로 승리한 사례로 기록될 정도였다. 그런 만큼 여야는 용산 승리를 위해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구는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56.44%를 득표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약 14%p 차이로 이겼다. 지난 지방선거서도 국민의힘 소속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 구청장은 총 60.6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김철식 후보를 23.34%p 차이로 여유롭게 따돌렸다.


2010년부터 구청장 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해 왔는데, 이를 뒤집은 이례적인 결과였다.

권 의원, 윤정부·서울시장·구청장 지원
인물론 승부…정권 리스크 극복 필요

용산구 역시 해결해야 할 다수의 현안들이 쌓여있는 지역구다. 용산구청이 지난 1월 업무보고회를 개최하면서 발표한 ▲국제업무단지 개발(용산전자상가 등) ▲용산공원 조성 ▲도로 열선 설치 ▲스마트경고판 확대 ▲주차공간 확보 ▲용산공원 스포츠필드 활용도 제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가장 뜨거운 이슈는 용산 철도 지하화 추진이다. 권 의원과 강 후보 모두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세워 선거전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권 의원은 공약으로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 주거환경 개선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철도 지하화로 단절된 용산 연결 ▲국제업무지구 개발을 통한 미래산업 거점 개발을 앞세웠다. 

대부분 용산구청과 궤를 함께하는 공약이라고 여겨진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막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오 시장은 지난 1월 용산역 바로 뒤 부지에 51조원을 투자하는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전자상가 재개발, 한남 3구역 아파트 건설 등 용산 경제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도전자인 강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철도 지하화로 용산 교통 허브 시대 개막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 조성에 따른 국제업무지구 추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용산공원 완성 등을 앞세웠다. 여기에 용산 대통령실 재이전도 공약으로 내놨다. 

여야의 후보가 내세운 공약뿐 아니라 지역상권의 회복 역시 구민들이 눈여겨보는 지점이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상권이 무너졌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에 관한 지역 여론을 극복하는 게 권 의원의 과제다. 지난해 권 의원은 이태원 참사 사과 요구에 “대단히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선거국면을 맞이하면서 유가족의 피해 회복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시나브로 기조가 바뀌었다. 

강 후보, 심판론 들고 다시 도전
중도층 얼마나 더 포섭하나 변수

이런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은 한강 벨트에 포함된 용산 수성을 위해 용산 공천을 비교적 일찍 결정했다. 권 의원은 20대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윤정부 탄생 이후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내서도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로 불린다. 강점으로는 윤정부와 소통의 원활함, 다선 의원의 안정감 등이 거론된다.

강 후보는 서울시 기회조정실장, 행정1부시장을 거쳐 정치에 입문하면서 용산구 지역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21대 총선 출마 당시 민주당에 영입됐던 인물이다. 

현재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1대 총선서 용산은 한강 벨트 중 유일하게 민주당이 지역구 의원이 당선되지 못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표까지 직접 나서 지원 사격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승리가 절실하다. 용산서 다시 당선된다면 표밭을 잘 일궈왔다는 증거다. 더욱이 현 정부의 상징적인 곳인 만큼 민주당에 내줄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의석수 1개 이상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권 의원은 인물론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패배의 아픔을 설욕하겠다는 강 후보도 죽기 살기로 탈환을 위해 노력 중이다.

용산구는 지역별로 지지율 편차가 큰 편인데, 이른바 부촌으로 불리는 지역은 보수세가 강하다. 반면 비교적 낙후된 지역에 포함된 곳은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라 민심이 엇갈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또 숙명여대가 있는 청파동과 남영동에는 20대 여성 거주 비율이 높다. 이번 총선서 이들의 표심을 잡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턴매치 주목

변수도 여럿 존재한다. 최근 윤정부의 용산 리스크가 극대화될 경우, 총선 자체의 판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용산구는 악영향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권 의원과 강 후보 모두 중도층 민심을 어떻게 포섭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최근 여야의 선거전은 중도층보다는 집토끼 사수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짙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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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