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갑과 을로 분구된 지역구다. 친이·친윤·친명이 한판승부를 펼치는 격전지기도 하다. 서로를 향한 심판론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동대문갑·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 동대문갑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의 원도심이다.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을 품고 있어 젊은 유동층이 많으면서도 청량리동 토박이가 거주해 스윙보터 성향을 띤다. 서울 동대문을 또한 재건축 이후 외부인이 다수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성향이 뒤섞였다.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예측 불허한 상황서 양당 모두 심판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쟁탈전
동대문갑은 다양한 후보군이 엎치락뒤치락하던 곳이다. 동별로 정치성향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지만 이문1동과 제기동을 비롯한 청량리동은 보수성향이, 휘경1·2동은 진보성향이 강하게 평가된다.
지난 14·15대 총선서 신한국당 노승우 의원이 연거푸 승기를 잡은 데 이어 16·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18대에 들어서는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이, 19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3선을 달성했다.
안 의원은 새천년민주당 조직국장, 김대중 선거대책본부 조직국장 등을 거친 우직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총선서 동대문갑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 진보당·자유통일당·무소속이 각 1명씩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안 의원과 새정치국민회의 이천시지구당 위원장을 지낸 전상현 예비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는 안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 사실을 SNS에 올리며 “궤도에 오른 동대문 발전의 기세를 더욱 힘차게 이어 가야 한다”며 지역별 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제기·용신·청량리는 ▲바이오·의료산업 ▲한방산업 ▲봉제산업 등을 지원해 동대문 성장동력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기·휘경·이문은 명품주거교육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선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19대 총선부터 22대 총선까지 동대문갑에만 4번 도전한 허용범 전 동대문갑 당협위원장 이외에도 경기 포천시·가평군서 3선을 지낸 중진 김영우 전 의원과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여명 전 서울시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12년 집권’ 동대문갑 탈환 작전
“아성 깨트리겠다” 경고하는 국민의힘
경선 결과 김 전 의원이 안 의원의 맞수로 결정됐다. 김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하던 시절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서 정책국장으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이 시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비서실에 합류하는 등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다.
김 전 의원은 “동대문갑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변화의 바람은 승리의 바람이다. 이번 총선서 12년 민주당 아성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깨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10년 넘게 지역구에 깃발을 꽂았음에도 크게 성장하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대문갑은 인구 밀도가 높은 데 비해 철도·주거 등이 비교적 낙후했다. 과거에는 청량리역이 서울 곳곳을 잇는 역할을 했지만, 중심지가 발달하면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동대문갑 주민들은 교통 인프라를 해결하고 대학가 상권을 살릴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동대문을은 동대문갑보다 심판론 프레임이 강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명계가 후보로 격돌하면서 양당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을은 지난 16대 총선서 1위와 2위의 득표율 차이가 0.01%p일 정도로 민심이 비등하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허인회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5.06%(3만4796표), 45.05%(3만4785)로 집계됐다.
11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허 후보는 17대 총선에 재도전했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 밀렸다. 홍 의원은 이곳에서 연달아 승기를 잡으면서 3선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19대 총선서 민주당 민병두 의원에게 패배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동대문을은 민주당 우세 지역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재선을 노렸던 민 의원은 21대 총선서 컷오프되면서 크게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장경태 후보가 경선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후 민 의원은 사퇴, 장 후보를 지지하면서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를 10.73%p 차이로 꺾고 올라섰다. 공천 파동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두 자릿수로 상대방을 따돌린 것이다.
동대문을 재선 도전 ‘찐명’ 장경태
맞수로는 검사 출신 ‘찐윤’ 김경진
이번 총선서 민주당은 장경태 최고위원을 단수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인 김경진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을 후보로 올렸다.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로서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친명계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사진이 콘셉트라는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실이 장 최고위원을 고발하고 소환조사를 했는데 그는 오히려 ‘검찰 독재 청산’ 프레임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의 맞수인 김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2021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로 근무한 친윤계 인사다. 2022년에는 동대문구을 당협위원장 내정자였던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을 제치고 자리에 올랐다.
2년 동안 지역구서 입지를 다져 온 김 위원장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에게 있어 험지로 꼽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격려 전화를 걸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힘을 실어주는 등 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 위원장과 장 최고위원의 대결이 ‘검찰독재’ 대 ‘야당 심판’ 프레임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장 최고위원은 의정활동 계획서를 통해 “무능한 윤석열정부에 맞서 민생과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민생우선 유능한 민주당의 모습으로 정권교체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교통 혁신 완성 ▲미래 혁신 1번지 도약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 등 세부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마을버스 주요 전철역 연계 ▲분당선 확장 ▲전통시장 재개발과 같은 지역 맞춤 공약을 내걸었다.
동대문은 서울약령시장과 경동시장, 청량리 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한 곳이다. 이와 대비되는 지점으로는 전농 답십리동의 뉴타운 조성으로 인한 아파트 단지를 꼽을 수 있다. 해당 권역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이슈가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날의 검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총선의 성격으로 내세웠지만 거듭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서 동대문구를 둘러싼 친이·친윤 대 친명과의 싸움이 예고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이슈에 맞물려 스윙보터가 유입되면서 선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 진영의 끝단서 서로를 향한 심판론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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