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프레임 대결 ‘동대문 갑을’

예측불허 대격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갑과 을로 분구된 지역구다. 친이·친윤·친명이 한판승부를 펼치는 격전지기도 하다. 서로를 향한 심판론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동대문갑·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 동대문갑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의 원도심이다.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을 품고 있어 젊은 유동층이 많으면서도 청량리동 토박이가 거주해 스윙보터 성향을 띤다. 서울 동대문을 또한 재건축 이후 외부인이 다수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성향이 뒤섞였다.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예측 불허한 상황서 양당 모두 심판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쟁탈전

동대문갑은 다양한 후보군이 엎치락뒤치락하던 곳이다. 동별로 정치성향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지만 이문1동과 제기동을 비롯한 청량리동은 보수성향이, 휘경1·2동은 진보성향이 강하게 평가된다.

지난 14·15대 총선서 신한국당 노승우 의원이 연거푸 승기를 잡은 데 이어 16·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18대에 들어서는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이, 19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3선을 달성했다.

안 의원은 새천년민주당 조직국장, 김대중 선거대책본부 조직국장 등을 거친 우직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총선서 동대문갑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 진보당·자유통일당·무소속이 각 1명씩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안 의원과 새정치국민회의 이천시지구당 위원장을 지낸 전상현 예비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는 안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 사실을 SNS에 올리며 “궤도에 오른 동대문 발전의 기세를 더욱 힘차게 이어 가야 한다”며 지역별 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제기·용신·청량리는 ▲바이오·의료산업 ▲한방산업 ▲봉제산업 등을 지원해 동대문 성장동력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기·휘경·이문은 명품주거교육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선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19대 총선부터 22대 총선까지 동대문갑에만 4번 도전한 허용범 전 동대문갑 당협위원장 이외에도 경기 포천시·가평군서 3선을 지낸 중진 김영우 전 의원과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여명 전 서울시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12년 집권’ 동대문갑 탈환 작전
“아성 깨트리겠다” 경고하는 국민의힘

경선 결과 김 전 의원이 안 의원의 맞수로 결정됐다. 김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하던 시절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서 정책국장으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이 시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비서실에 합류하는 등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다.

김 전 의원은 “동대문갑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변화의 바람은 승리의 바람이다. 이번 총선서 12년 민주당 아성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깨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10년 넘게 지역구에 깃발을 꽂았음에도 크게 성장하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대문갑은 인구 밀도가 높은 데 비해 철도·주거 등이 비교적 낙후했다. 과거에는 청량리역이 서울 곳곳을 잇는 역할을 했지만, 중심지가 발달하면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동대문갑 주민들은 교통 인프라를 해결하고 대학가 상권을 살릴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동대문을은 동대문갑보다 심판론 프레임이 강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명계가 후보로 격돌하면서 양당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을은 지난 16대 총선서 1위와 2위의 득표율 차이가 0.01%p일 정도로 민심이 비등하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허인회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5.06%(3만4796표), 45.05%(3만4785)로 집계됐다.

11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허 후보는 17대 총선에 재도전했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 밀렸다. 홍 의원은 이곳에서 연달아 승기를 잡으면서 3선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19대 총선서 민주당 민병두 의원에게 패배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동대문을은 민주당 우세 지역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재선을 노렸던 민 의원은 21대 총선서 컷오프되면서 크게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장경태 후보가 경선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후 민 의원은 사퇴, 장 후보를 지지하면서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를 10.73%p 차이로 꺾고 올라섰다. 공천 파동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두 자릿수로 상대방을 따돌린 것이다.

동대문을 재선 도전 ‘찐명’ 장경태
맞수로는 검사 출신 ‘찐윤’ 김경진

이번 총선서 민주당은 장경태 최고위원을 단수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인 김경진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을 후보로 올렸다.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로서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친명계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사진이 콘셉트라는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실이 장 최고위원을 고발하고 소환조사를 했는데 그는 오히려 ‘검찰 독재 청산’ 프레임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의 맞수인 김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2021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로 근무한 친윤계 인사다. 2022년에는 동대문구을 당협위원장 내정자였던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을 제치고 자리에 올랐다.

2년 동안 지역구서 입지를 다져 온 김 위원장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에게 있어 험지로 꼽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격려 전화를 걸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힘을 실어주는 등 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 위원장과 장 최고위원의 대결이 ‘검찰독재’ 대 ‘야당 심판’ 프레임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장 최고위원은 의정활동 계획서를 통해 “무능한 윤석열정부에 맞서 민생과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민생우선 유능한 민주당의 모습으로 정권교체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교통 혁신 완성 ▲미래 혁신 1번지 도약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 등 세부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마을버스 주요 전철역 연계 ▲분당선 확장 ▲전통시장 재개발과 같은 지역 맞춤 공약을 내걸었다.

동대문은 서울약령시장과 경동시장, 청량리 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한 곳이다. 이와 대비되는 지점으로는 전농 답십리동의 뉴타운 조성으로 인한 아파트 단지를 꼽을 수 있다. 해당 권역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이슈가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날의 검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총선의 성격으로 내세웠지만 거듭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서 동대문구를 둘러싼 친이·친윤 대 친명과의 싸움이 예고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이슈에 맞물려 스윙보터가 유입되면서 선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 진영의 끝단서 서로를 향한 심판론의 결과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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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