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정신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시청으로 전화했더니 통화 연결이 안되네요. 다들 전화하시나봐요. 또 한 번 김포시 무능력을 인정하게 되네요.” “시청은 당직실로 전화하셔야 해요.” “당직실이 계속 통화 중이에요. 다른 민원 통화로 연결이 안 된다네요. 화나요!”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지역 카페엔 이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날, 김포 소재의 도로서 진행됐던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가 진행되면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이를 항의하는 글에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지난 1일, 한 회원은 “11시30분에 시청민원실에 통화할 땐 공사중단하고 정체 풀 거라고 하더니 저 시간에 통과하면서 중단은커녕, 계속 공사하고 있길래 다시 시청에 전화했다”며 “그랬더니 시공사에서 계속 공사하겠다고 했다고 말을 계속 바꿨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니 담당 공무원은 어디 쳐박혀 있고 시청 당직실은 거짓 응대하느냐? 시민 불편은 생각지도 않고 시공사 결정이 우선이냐? 정신나간 공무원들은 책임져야 한다”며 “자정이 넘도록 원인 해결도 못하는 공무원과 그 수장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공사가 어떤 회사길래 이렇게 막 하느냐? 공무원은 현장지도도 하지 않고 이 무슨 재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건지…민원 폭탄을 넣어야 정신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너무 열받아서 민원 통화기록도 남긴다. 시청 민원 녹음하죠? 녹음한 내용 기반으로 감사 요청하고 싶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고 시공사에 휘둘리는지…”라고 덧붙였다.
글 작성자는 김포시 민원콜센터 전화번호와 함께 전화했던 통화 내역을 캡처해 공개했다.
다른 회원들도 게시판에 포트홀 공사를 승인했던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까지 공개했다. 게시글을 접한 회원들은 항의성 민원 전화를 수차례 걸어 A씨에게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은 “A 주무관이 승인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무관은 퇴근했다고 한다” “아,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다” 등 A씨에 대한 비난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이후 해당 포트홀 공사 승인과 관련해 항의 민원에 계속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엿새 만에 사달이 났다. A씨가 지난 5일, 김포시 서구서 주차 상태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김포시 및 인천서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유족의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 A씨를 발견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카페 운영진은 “(A씨에 대한)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게시물이나 댓글에 관해 잘 살펴보겠다”며 사과문을 공지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A씨가 소속돼있던 부서는 원래 항의 민원이 많은 부서로 그는 3일 연휴 동안에도 항의 전화 응대에 시달렸다.
김포시는 온라인 카페 회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는 등 시 차원서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 혐의를 검토하고 관련 증거 자료도 취합 중이다.
김포시청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개인 신상 좌표 찍기, 악성 댓글과 화풀이 민원에 생을 마감한 지금의 상황이 참담하다”며 “노조는 유족의 의견을 존중하며 법적 대응 등 유족의 결정에 따라 시와 힘을 합쳐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 내부서 극단적 선택의 흔적이 발견된 점, 사인이 명확하다는 점을 이유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지역 카페 글은 삭제된 상태됐으며,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포지역의 부동산 카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상을 공개했던 누리꾼들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거세다.
누리꾼들은 “항의 민원 전화 등으로 괴롭혔던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했으면 좋겠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여 여론을 형성했고 그 여론으로 타깃이 된 한 사람이 압박에 못 이겨 생을 마감했다. 카페서 여론몰이 한 사람들이 신상 정보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비방해 죽음으로 몰고 갔는데 전부 직·간접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들” 등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그럼 포트홀 공사는 언제 하는 거냐? 긴급한 거야 바로 하겠지만 그 외엔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로 하는 게 상식 아니냐?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모르면서 주동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최소 당사자가 사과문이라도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직격했다.
다른 누리꾼도 “저 수도권 도로 포장만 15년째다. 밤에 해서 길 밀리면 왜 낮에 안하고 밤에 하느냐고 욕하고 낮에 해서 길 막히면 왜 밤에 안하고 낮에 하느냐며 욕한다”며 “수도권 도로는 98% 이상이 야간에 포장 공사하는데 주변에 민가가 많다 보니 야간에 잠 못자고 시끄럽다며 공사 못하게 하고 발전기금 내고 공사하라는 등 난리도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A씨의 소속 부서 및 연락처 등 신상을 공개했던 누리꾼의 SNS는 현재 접근이 불가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고인에 대한 신상 공개 및 김포시의 법적 대응 방침 등 논란이 일자 민원을 넣었다는 한 누리꾼은 지난 6일 “죄송하다, 그저 모두에게 죄송하다. 어떤 말을 하겠느냐? 사람이 돌아가셔서 일단 무서워서 글을 지우고 있다”고 사죄했다.
그는 “이번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돌아가신 공무원과 그 가족분들게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글 작성으로 담당 공무원께 심적 부담을 끼치게 해 죄송하다”며 “더 드릴 말씀이 없다. 그저 사과들디고 자중하며 살겠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명을 달리하신 공무원 분과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저에 대한 비판은 감수하겠다. 다만, 가족에게까지는 누가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