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분양시장은?

설 명절 이후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은 서울 초고가 아파트들이 청약통장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는 반면, 지방 분양단지는 여전히 냉랭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법안 통과와 스트레스 DSR 시행을 이달 앞두고 옥석 가리기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1순위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 자이’는 이틀간 4만6000여명이 몰리면서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81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는 3만582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42.3대1을 나타냈다.

서울은 경쟁↑
지방은 미달↑

앞서 65가구(기관 추천분 제외)를 모집하는 특별공급엔 9957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53.18대1을 보였다. 전용 59㎡ 면적이 17억원을 넘지만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 대비 최대 10억원가량 저렴하다는 판단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광진구 ‘포제스 한강’도 평당 평균 1억1500만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를 책정했지만, 1~2 순위 청약 106가구 모집에 1062명이 몰리며 평균 10대1의 경쟁률로 전 타입 마감됐다. 이 단지는 신축, 미래 가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영향을 미치며 특별공급서부터 젊은 층의 관심이 크게 몰렸다.

반면 경기, 부산, 광주, 전남 등 지역의 분양 물량은 대부분 1순위 마감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테넌바움294 Ⅰ’은 189가구 모집에 36개, ‘테넌바움294 Ⅱ’는 99가구 모집에 16개의 통장이 각각 접수됐다. ‘장성 남양휴튼 리버파크’는 175가구 모집에 42개, ‘평택 브레인시티 5BL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은 1070가구 모집에 507개, ‘힐스테이트 중외공원’은 2블록(738가구 모집·854개 접수)과 3블록(655가구 모집·710개 접수) 모두 1순위 미달했다.

고금리 기조와 분양가 상승 등으로 분양시장에 양극화가 뚜렷해진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은 설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오는 26일부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에 대응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에 나서는 만큼 입주자 모집공고가 나오는 단지들부터 대출금의 축소가 예상된다. 

수요자들은 높아진 분양시장 허들에 선별 청약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설 이후 분상제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실거주 외에 투자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강남권 분상제 단지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가 아파트 청약통장 대거 흡수
지방 분양단지 여전히 찬바람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시장은 수요자가 제한적인 상황인데, 분양시장의 경우 입지·가격 등 여러 요건을 전체적으로 보고 이에 부합하는 쪽만 청약을 넣는 분위기”라며 “분양가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서 (분양)물량 감소가 예정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양극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월은 봄 분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만큼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전국 36개단지, 3만645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수도권 분양 예정 물량은 총 1만6645가구로 2000년 이래 동월 기준 가장 많은 물량이 예고됐다.

권역별로 보면 ▲경기 8700가구 ▲서울 4485가구 ▲인천 3460가구 순이다. 지난달(1만7255가구)보다는 감소했으나 지난해 동기(5435가구)보다 3배 늘어난 물량이다. 지방은 ▲광주 4045가구 ▲충북 2330가구 ▲전북 19 14가구 등 총 1만4000가구가 분양한다.


대출금
줄어들면?

한 부동산 전문가는 “봄 분양 성수기에 청약홈 개편과 총선 등이 예정돼 건설사들의 분양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자금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상제 적용 단지가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고분양가 부담은 여전하겠지만 지방에 비해 미분양 우려가 덜하고 서울 강남권역과 부도심, 수도권 원도심과 택지지구 일대를 중심으로 양호한 입지의 청약 대기 수요는 따라올 것“이라며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의 적정성을 잘 살피고 지역 호재나 역세권·건설업체 브랜드에 따라 차별화되는 청약수요의 양극화에 주목해 현명한 청약통장 사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알짜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도 설 이후 공략 대상으로 꼽힌다. 공급자에게 어려운 시장이지만 수요자에겐 좋은 기회로,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며 원하는 가격대에 골라 살 수 있어서다. 

갈수록 높아지는 분양가와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한 번 높아진 분양가를 다시 낮추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분양단지 보다는 알짜 잔여 물량을 노려볼만하다고 조언한다.  

이렇다 보니 신규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미분양 단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신규 분양 단지 중 입지와 상품이 우수해도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미분양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분양 단지는 신규 분양 단지이지만 청약통장이 필요 없어 향후 새로운 분양 단지에 청약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계약자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동이나 층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익명의 업계 전문가는 “무턱대고 미분양을 선택하기보다는 주변 입지와 시세를 보고 선택해야 하며 교통 호재가 있거나 도시개발이 예정된 지역은 향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 이런 점도 눈여겨보면 좋다”고 전했다. 다음은 수도권 미분양 단지.

▲트리우스 광명= 경기도 광명시 광명뉴타운 2구역 ‘트리우스 광명’이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로 거듭난다. 고분양가 논란을 딛고 잔여 세대가 분양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명제2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은 지난 2일, 경기도광명교육지원청으로부터 광명1초등학교 신설 관련 일조 기준 만족 결과를 수신했다.

지난해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교육환경보호원의 사전컨설팅을 받은 결과다.

조합은 “우리 구역 내 초등(학교) 신설 관련 작년 7월부터 여러 차례 광명교육지원청과 함께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사전 컨설팅을 받았다”며 “기존 일조 기준 불만족으로 학교 설립이 어려웠던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하부에는 복합문화시설을, 상부에는 학교를 설립하는 계획으로 학교의 일조 기준을 만족한다는 공문을 수신했다”고 밝혔다.

저렴한 
분양가


이어 “현재 조합서 제출한 교육환경평가 사후 변경계획서를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며 “1차 심사 이후 타당성 조사 및 재정투자심사 등 앞으로 남은 행정절차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도 추진된다. 조합은 “최근 조합서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 및 운영의 찬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고 대부분 찬성했다”며 “입주 기간에 맞춰 국공립 어린이집이 설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광명시 광명1동 12-2번지 일원 광명 2R 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전용면적 36~102㎡ 총 3344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들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단지별로 다양한 콘셉트의 휴식 공간과 테마 공간을 조성해 입주민들이 다채로운 공간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단지 내 조경 공간에는 파노라마 석가산, 티하우스(복층형), 특화 물놀이터, 특화 테마놀이터, 헬스트랙을 비롯해 시니어 가든, 커뮤니티 가든, 생태 연못과 외곽 산책로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들이 조성된다.

시장 양극화 지속 전망
주목할 알짜 미분양은?

여기에 일반적인 타단지 계약금 10~20%에 비해 5%의 혜택을 제공해 수분양자의 초기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또 인근 타 단지 중도금 대출금리(1월 기준)가 4.9%~5.5%에 달하는 것과 달리 4.1~4.2%대 대출금리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도 덜 수 있다.


▲고촌 센트럴 자이=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신곡6지구에 공급되는 ‘고촌 센트럴 자이’가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16층 17개 동 규모로, 아파트 전용 63~105㎡ 총 1297가구 및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기존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와 중도금 전액 무이자에 더해 후분양 단지로서 주택 수요자들의 짧은 잔금 마련 기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입주 시까지 계약금 5%와 20% 잔금 유예(84㎡, 105㎡) 혜택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 변경을 실시했다.

또 입주예정자들의 이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통상 2~3개월씩 적용되던 입주 지정기간을 5개월까지 연장했다. 

풍성한
혜택들

일반적으로 후분양 단지는 선분양에 비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입주예정일이 빨라 입주예정자들이 계약과 동시에 이사 계획을 서둘러 잡아야 하는 부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부담을 고려해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입주예정일의 지정기간을 5개월로 연장했다. 

당초 입주예정자들은 본격적인 여름 이사철에 접어드는 6월부터 휴가 기간까지 겹쳐 이삿짐센터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입주 지정기간이 늘어나면서 이사 계획 수립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재당첨 제한 및 실거주 의무가 없고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 적용되는 등 입주 전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 현대건설은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일원서 ‘힐스테이트 금오 더퍼스트’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32층, 11개동, 전용면적 36~84㎡ 총 832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이중 408세대를 일반 분양한다.

전용면적별로 보면 36㎡ 68세대, 59㎡A 126세대, 59㎡B 17세대, 59㎡C 117세대, 75㎡ 24세대, 84㎡ 56세대 등이다. 최근 선호도가 가장 높은 59㎡가 공급세대의 63.73%를 차지한다.

계약금 5%,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주어진다. 단지는 금오생활권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진행, 토지 매입비용 부담이 비교적 적다. 따라서 인근 타 분양 단지 대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분양가로 책정돼 지역 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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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