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투르크학 이해에 필요한 인문 분야의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고 집대성한 <투르크학 인문 대사전>(이하 <대사전>) 대표 저자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가 “한국은 투르크 벨트 국가들과 언어 및 문화 좌표상 그 어떤 민족집단보다 친연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나라들과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이를 정치·경제적 교류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면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최근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투르크 인문학은 학술적 가치 측면서도 중요하지만 지정학·지경학적 전략 마련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투르크 지역의 연구는 국가적 차원서 전략적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한국은 아직 일반 대중들이 투르크 관련 기본 지식 습득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투르크학은 유라시아 대륙을 근거지로 삼고 있는 투르크 민족들의 인문·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종합적인 학문으로 지역적으로 이른바 ‘투르크 벨트’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튀르키예를 비롯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연방 내 알타이·투바·하카스·사하·바슈키르·타타르 공화국과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광대한 투르크 언어 및 문화권은 과거 유라시아 초원의 유묙문화와 실크로드로 이어지는 지역으로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방대한 에너지 및 농업 자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제성장 중인 만큼 국제정치와 경제질서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원래 <대사전> 발간은 ‘투르크 인문 백과사전 DB(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서 시작됐다. “DB 구축 자체부터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오 교수는 “워낙 국내 관련 분야 연구자 풀이 부족하고, 그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국내 투르크학 연구자들을 총동원했고 외국 연구진의 도움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힘겹게 DB 구축을 끝내고 나니 결과물을 DB로만 두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투르크학 대중화를 위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사전으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고 사전 발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전이 무사히 발간됐고, 모든 내용이 네이버 지식백과서 검색이 가능해져 정보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하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한국인들의 (투르크학에 대한)시야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국가적 차원에선 향후 투르크 국가들과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공동의 미래를 밝혀주는 작은 등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에 따르면 <대사전>은 한국 최초인 동시에 세계 최초로 발간됐다.
그는 “한국의 투르크 인문학 연구가 빈약하고 인식이 낮긴 하지만, 이런 토양서도 발간될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인문학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인지 ‘번역기를 돌려서 꼼꼼히 읽어본 후 피드백을 주는 등’ 사전에 대한 외국 학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영어로 번역해달라는 주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투르크학 인문 대사전>이 그런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기적으로 보완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예산 및 기회가 확보되기를 바란다. 또 일정 보완작업을 거친 후 영어로 출간하는 구상도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지금은 꿈만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적의 발간 과정은 늘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는데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관계와 예산 부족이었다.
당초 “투르크학 사전을 발간하자”는 오 교수 제의에 주 저자 중의 한 명이었던 최선아 편집위원(박사)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극구 말렸다.
오 교수는 “날 것 상태의 DB 원고를 사전으로 만드는 과정은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었다. 21명의 저자들이 던져준 원고를 하나하나 교정 보고 중복되는 표제어들을 찾아내 합치고 관련 사진들을 찾고,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은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게다가 본격적인 사전작업은 프로젝트 종료 이후로 진행됐기에 재능기부로 일해야 했다.
연구 책임자였던 오 교수는 “저는 사명감에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편집위원인 최선아 박사와 장주영 박사의 재능기부가 저에겐 부담이 컸다. 작업랑은 과도했고 저자들의 온도 차이, 출판에 필요한 단계마다 벌어지는 다양한 사고와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통스런 과정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장 박사와 구잘 미흐라예바 연구원이 함께해줬고, 편집·교정·교열, 디자인 영역과 사진 에디팅 등 모든 영역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준 류수 박사님 덕분에 힘든 시간도 견딜 수 있었다”고 감사해했다.
동덕여대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는 2016년 2월 설립됐다. 지난 8년 동안 총 30여개의 국내 및 투르크 국가의 현지 연구기관들과 MOU를 체결한 후 투르크학 전공자를 초빙해서 투르크학 대중화를 위해 총 29회의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또 전문성과 현장실무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을 초빙해 총 13회 강연도 진행했다.
4차례의 국내 학술대회,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해외서 총 9회에 걸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1년에 2회 학술 저널(Journal of Eurasian Turkic Studies)을 발간했고, 튀르키예어와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대사전>은 투르크학(Turkology)의 이해에 필요한 인문 분야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고 집대성한 사전으로 동덕여대 유라시아투르크 연구소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간 추진했던 토대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DB를 사전으로 만든 것이다.
투르크 국가 관련 언어, 문학, 역사, 예술, 지리, 민속, 종교 영역서 2000여개의 표제어를 선정한 후 이에 대한 설명을 4000여페이지, 총 8권 분량에 담았다. 종이책은 도서관 소장용으로 극소량만 제작했으며, 현재 PDF 전자책 형식으로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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