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박근혜 탄핵, 그후…‘끝나지 않은’ 재판 풀스토리

요란했던 빈 수레 결말은 용두사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2017년은 헌정사의 유례없는 일로 가득 찬 해였다.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고 그 결과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끌어내려졌다.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를 단죄하는 수사팀이 꾸려졌고 재판이 진행됐다. 그로부터 7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사건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3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대심판정서 울린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주문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헌법재판관 8명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순간이었다.

대통령 낙마
초유의 사건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소추 사유 관련 일련의 언행을 보면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탄핵 인용 배경을 밝혔다. 

이어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면서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결정적 사유로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이 꼽힌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을 공유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이나 최씨 개인 소유·운영 법인을 통한 이권 추구를 도운 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는 게 골자다.


실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을 때 국민이 가장 분노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알려진 사건의 정식 명칭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이하 국정 농단 사건)이다. 당시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박영수 특별검사가 임명됐고 윤석열 수사팀장이 합류했다.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은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하면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국정 농단 사건의 또 다른 시작으로 작용했다. 일반인 신분으로 격하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정 농단 사건은 비선 실세 의혹이 발단이 되면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검팀, 서울중앙지검이 세 단계로 수사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씨,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주요 인사 58명이 기소됐고 재판서 48명이 유죄를 확정받았다. 

국정 농단 사건 재판 마무리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 확정

박 전 대통령 재판은 국정 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나뉘어 진행됐다. 국정 농단 사건 1심 재판부는 최씨와 공모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비 중 일부를 뇌물로 인정,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삼성 영재센터 후원금이 뇌물로 추가돼 징역 25년, 벌금 200억원으로 형량이 늘었다. 


국정원장들로부터 35억원을 받았다는 특활비 상납사건은 1심서 징역 2년, 항소심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원심 판결을 깨고 파기환송했고 이후 사건이 합쳐져 심리됐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강요죄 등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혔다. 두 사건에 대한 최종 형량은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개입 혐의로 2년의 확정 판결을 더해 총 22년형으로 최종 결정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21년 12월3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2017년 3월31일 구속된 이후 4년9개월 만이었다. 또 다른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인 최씨는 아직 수감 중이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는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여원의 원심이 확정됐다.

딸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도 징역 3년형을 받아 도합 21년의 실형이 결정됐다.  

최근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끌어온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파기환송심까지 간 끝에 결론이 난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시절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를 차별․배제했다는 내용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출범 직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구속했다. 

정권교체
시발점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은 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조 전 수석에게는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됐다. 박영수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돼 사임하면서 재판 기간이 7년여까지 늘어졌다.

실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기타 양형상 참작 사유’로 재판 지연을 들기도 했다.

국정 농단 사건서 파생된 재판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정 농단 사건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법 농단 사건에 관심이 집중됐다. 사법 농단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정 운영 관련 재판을 거래하고 재판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서 법원행정에 비판적인 법관을 사찰하고 불이익을 행사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나란히 기소됐다. 두 사람은 사법 농단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와 실무자로 지목됐다.

지난달 26일과 지난 5일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무죄, 임 전 차장은 징역형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4년11개월이나 걸렸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50개에 가까운 혐의 모두를 무죄로 봤다. 

1심 선고에
4~5년 걸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 취임 이후 6년 임기 동안 임 전 차장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한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 기소됐다. 사법 농단 사건의 정점으로 여겨진 것이다. 재판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재 견제,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 혐의가 따라붙었다. 

특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사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에 관심이 집중됐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등 하급자들의 직권남용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고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지시, 가담 등 공범 관계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임 전 차장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는 등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이익 도모 ▲대·내외 비판 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비자금 조성 등 4가지 범주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법 농단 사건의 ‘실무자’로 여겨졌다.

1심 재판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준 혐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홍일표 전 의원의 형사재판 전략을 대신 세워준 혐의,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 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그러면서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건네받아 감수해준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파생 사건 1심 선고 속속
양승태·이재용 무죄 받아

국정 농단 사건서 비롯된 이른바 ‘이재용 재판’도 1심 판결이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가석방된 뒤 사면되는 등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 역시 국정 농단 사건서 촉발된 것이다. 

당시 박영수 특검팀은 삼성이 이 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을 뇌물로 건넨 것으로 봤다. 또 엘리엇 등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반대하자 삼성물산 지분 11.9%를 가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청와대가 힘써주기를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에 이어 수사를 시작한 서울중앙지검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을 파고들었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이 회장 등이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회장 등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 공시·분식회계 혐의도 무죄로 봤다. 

불법승계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판결은 검찰에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법원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이 모두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검찰 입장에서는 증거능력에 대한 지적이 뼈아팠다.

당시 수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내 숨겨진 회사 공용 서버와 직원들의 노트북을 대거 확보했다고 한 바 있다. 법원은 이 과정서 압수수색 절차를 지키지 않은 위법 증거는 재판에 사용할 수 없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완벽한 패배
검찰로 불똥?

심지어 이 사건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 등이 지휘했다. 기소 후 3년5개월 동안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지만 검찰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완패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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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