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민주당 공천 관전 포인트 셋

친명발 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총선 지역구 후보자 공모 접수를 마쳤다. 예비후보 발표를 마친 민주당은 설 전까지 컷오프 대상자를 발표하겠단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이번 한 주가 예비후보의 당락을 판가름지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룰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 도입한 공천 과정을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서 국민참여 경선제도가 도입됐지만 무늬만 국민경선”이라며 “22대 총선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민참여공천’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공천룰
손대기

앞서 민주당은 약 50만명의 의견을 수렴해 공천의 세부 기준을 정하는 ‘국민참여공천제’를 발표했다. 당헌·당규에 제시된 공천 기준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세부 평가지표를 정량화하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여론조사(40%) ▲정체성(15%) ▲도덕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10%) ▲면접(10%) 등으로 심사지표가 규정돼있다. 이 중 면접을 제외한 5개 지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거쳐 세부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박희정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은 “2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 언론에 비친 여론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인식과의 편차를 극복하는 합리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선거구도 확정됐다. 공관위는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의 지역구인 7개 선거구와 탈당한 지역 10개 선거구 등 총 17개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발표했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지역구는 ▲서울 중구·성동구갑 ▲서대문구갑 ▲대전 서구갑 ▲세종 세종특별자치시갑 ▲경기 수원시무 ▲경기 의정부시갑 ▲경기 용인시정이다. 현역의원이 탈당한 ▲인천 남동구을 ▲부평구갑 ▲광주 서구을 ▲대전 유성구을 ▲경기 안산시단원구을 ▲남양주갑 ▲화성시을 ▲충남 천안시을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전북 전주시을도 전략공천지로 정해졌다.

예비후보 면접을 마친 민주당은 설 연휴 전후로 컷오프를 통한 경선 후보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한 주 동안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가오는 심판의 날 ‘칼 빼들다’
“국민의 공천룰” 취지는 좋으나…

첫 번째로 국민참여공천제의 공정성이다. 강성 지지층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논란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공관위는 지난 16일부터 당 홈페이지에 국민참여공천 배너를 띄우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심사 항목은 ▲국회의원의 정체성 평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국회의원의 기여도 평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능력 평가 ▲국회의원의 도덕성 평가에 순위를 매기는 객관식과 ‘이 밖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등 주관식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공천룰이 특정 세력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SNS에서는 국민참여공천 홈페이지가 개설되는 동시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정치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내부 총질을 하지 않는지”라고 작성한 이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모(母)집단이 커지면 관여층이라든가 강성 지지자들이 기준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율이 그만큼 적어진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강성 지지자는 극히 소수며 이들이 공천룰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자의 정치 참여도가 높은 만큼 적극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시되는 부분이다.

험악한
분위기

두 번째는 ‘전략공천’을 빙자한 ‘자객 공천’ 논란이다.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이 줄탈당하면서 주인을 잃은 지역구가 늘어났고, 이곳에 깃발을 꽂기 위한 현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비명계가 자리 잡은 곳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친명계로 꼽히는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마 선언과 동시에 양이 의원은 양 의원과 강한 대립각을 세웠다.

양이 의원은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며 “이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는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킨 그 책임 있는 이들이 우리 당과 여기 광명의 담장 너머서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다”고 맹폭했다.

민주당 비례대표인 이수진 의원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이재명과 함께 이수진은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로 전날 그는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윤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의원은 “성남 중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가 선거 80여일도 남지 않은 지금, 갑자기 지역을 바꿔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선사후사일 뿐”이라며 “좀 더 솔직해지시길 바란다”고 반격했다.

당내 분위기가 격앙되자 임 위원장은 중재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보다 공정하고 발전적인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공관위에게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부했다.


친문·비명
밀어내기

갈등을 봉합하려는 이 같은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잡음이 커지는 형국이다. 친명·비명간의 계파 다툼에 이어 친문(친 문재인)계까지 포함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당의 내홍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설 전까지 갈등을 진화시킬 수 있는 당 대표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문재인정부 인사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출마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 부국장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인영 의원을 콕 집으며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제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심판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전 정부 인사가 출마한다면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밖에도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LH 투기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김남근 변호사가 민주당 인재로 영입됐다.

‘친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탈당한 이언주 전 의원이 복당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열명 남짓한 비명 세력이 당을 떠났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잔류한 비명·친문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 21일, 임 위원장과의 기자간담회서 ‘친문 세력 불출마 요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문정부 인사에 대한 일괄적 배제는 일고의 여지도, 가치도 없다. 당과 공관위서도 배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문정부서 지금의 검찰정권의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느껴야 하지 않겠나”고 사견을 덧붙였다.

두 의견이 다소 상반되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명 숙청’에 이어 ‘친문 숙청’ 기류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총선 채비 ‘개딸’ 영향력은?
다시 시험대 오르는 이 리더십

공천 부적격 판정 기준 또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공관위는 공천 심사에 적용할 5대 범죄 기준을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폭력 ▲증오 발언으로 규정했다.

기준이 공개되자 곧바로 정당성 논란이 일었다.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현역의원들이 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적격’으로 분류됐다. 노웅래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역시나 적격 판정을 받았다. 주 2~3회 법정에 출석하는 이 대표도 적격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해 5월, 공천 관련 특별당규를 일부 개정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부적격 대상을 ‘뇌물, 성범죄 등 형사범 중 하급심서 유죄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는 자와 음주 운전, 병역기피 등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수정했다.

‘1심 유죄 시 공천 배제한다’는 당헌·당규도 삭제했다.

민주당은 무죄추정 원칙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5대 혐오범죄 규정에 대해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다”며 “정확하게 이 대표만 거기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총선 초반부터 공천 정당성에 시비가 붙은 만큼 국민의힘은 물론 당내서도 적잖은 반발감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줄곧 강조해왔다. 공천 결과가 모두를 이해시킬 수 없겠지만 이 이상 도덕성 부분서 흠집이 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논란에 오른 예비후보 중 몇 명이 경선까지 오를지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총선까지
첩첩산중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예비후보를 둘러싸고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힘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비후보 심사 면접이 끝나고 컷오프 대상자가 정해지면 또다시 당이 한바탕 시끄러워질 텐데 지도부가 이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봉합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싸우는 건 국민이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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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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