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민주당 공천 관전 포인트 셋

친명발 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공천을 둘러싼 정치권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총선 지역구 후보자 공모 접수를 마쳤다. 예비후보 발표를 마친 민주당은 설 전까지 컷오프 대상자를 발표하겠단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이번 한 주가 예비후보의 당락을 판가름지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공천룰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1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 도입한 공천 과정을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서 국민참여 경선제도가 도입됐지만 무늬만 국민경선”이라며 “22대 총선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민참여공천’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공천룰
손대기

앞서 민주당은 약 50만명의 의견을 수렴해 공천의 세부 기준을 정하는 ‘국민참여공천제’를 발표했다. 당헌·당규에 제시된 공천 기준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세부 평가지표를 정량화하는 게 특징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여론조사(40%) ▲정체성(15%) ▲도덕성(15%) ▲기여도(10%) ▲의정활동(10%) ▲면접(10%) 등으로 심사지표가 규정돼있다. 이 중 면접을 제외한 5개 지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거쳐 세부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박희정 공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은 “2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홈페이지를 통한 의견 수렴, 언론에 비친 여론 분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인식과의 편차를 극복하는 합리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략선거구도 확정됐다. 공관위는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의 지역구인 7개 선거구와 탈당한 지역 10개 선거구 등 총 17개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발표했다.

현역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지역구는 ▲서울 중구·성동구갑 ▲서대문구갑 ▲대전 서구갑 ▲세종 세종특별자치시갑 ▲경기 수원시무 ▲경기 의정부시갑 ▲경기 용인시정이다. 현역의원이 탈당한 ▲인천 남동구을 ▲부평구갑 ▲광주 서구을 ▲대전 유성구을 ▲경기 안산시단원구을 ▲남양주갑 ▲화성시을 ▲충남 천안시을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전북 전주시을도 전략공천지로 정해졌다.

예비후보 면접을 마친 민주당은 설 연휴 전후로 컷오프를 통한 경선 후보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한 주 동안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가오는 심판의 날 ‘칼 빼들다’
“국민의 공천룰” 취지는 좋으나…

첫 번째로 국민참여공천제의 공정성이다. 강성 지지층의 의견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논란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공관위는 지난 16일부터 당 홈페이지에 국민참여공천 배너를 띄우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심사 항목은 ▲국회의원의 정체성 평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국회의원의 기여도 평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능력 평가 ▲국회의원의 도덕성 평가에 순위를 매기는 객관식과 ‘이 밖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등 주관식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공천룰이 특정 세력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을 비롯한 SNS에서는 국민참여공천 홈페이지가 개설되는 동시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정치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는 “내부 총질을 하지 않는지”라고 작성한 이들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모(母)집단이 커지면 관여층이라든가 강성 지지자들이 기준을 세우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율이 그만큼 적어진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강성 지지자는 극히 소수며 이들이 공천룰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자의 정치 참여도가 높은 만큼 적극적으로 응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성 지지자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시되는 부분이다.

험악한
분위기

두 번째는 ‘전략공천’을 빙자한 ‘자객 공천’ 논란이다.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이 줄탈당하면서 주인을 잃은 지역구가 늘어났고, 이곳에 깃발을 꽂기 위한 현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비명계가 자리 잡은 곳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할 조짐도 보인다.

친명계로 꼽히는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마 선언과 동시에 양이 의원은 양 의원과 강한 대립각을 세웠다.

양이 의원은 “국민의힘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민주당답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조롱이 여기저기에서 들린다”며 “이 대한민국을 침몰시키는 윤석열정부를 탄생시킨 그 책임 있는 이들이 우리 당과 여기 광명의 담장 너머서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다”고 맹폭했다.

민주당 비례대표인 이수진 의원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배신과 분열의 상처를 주면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겠다는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이재명과 함께 이수진은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로 전날 그는 서울 서대문갑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윤 의원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 의원은 “성남 중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가 선거 80여일도 남지 않은 지금, 갑자기 지역을 바꿔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런 명분도 없는 선사후사일 뿐”이라며 “좀 더 솔직해지시길 바란다”고 반격했다.

당내 분위기가 격앙되자 임 위원장은 중재에 나섰다. 그는 “우리 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 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비방보다 공정하고 발전적인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며 공관위에게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부했다.


친문·비명
밀어내기

갈등을 봉합하려는 이 같은 지도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잡음이 커지는 형국이다. 친명·비명간의 계파 다툼에 이어 친문(친 문재인)계까지 포함한 대립구도가 형성되면서 당의 내홍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설 전까지 갈등을 진화시킬 수 있는 당 대표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은 문재인정부 인사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출마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윤 부국장은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인영 의원을 콕 집으며 용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제22대 총선은 ‘윤석열정부 심판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전 정부 인사가 출마한다면 총선의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밖에도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LH 투기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김남근 변호사가 민주당 인재로 영입됐다.

‘친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탈당한 이언주 전 의원이 복당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열명 남짓한 비명 세력이 당을 떠났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잔류한 비명·친문을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이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은 지난 21일, 임 위원장과의 기자간담회서 ‘친문 세력 불출마 요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임 위원장은 “문정부 인사에 대한 일괄적 배제는 일고의 여지도, 가치도 없다. 당과 공관위서도 배제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문정부서 지금의 검찰정권의 탄생에 본의 아니게 기여한 분들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느껴야 하지 않겠나”고 사견을 덧붙였다.

두 의견이 다소 상반되는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비명 숙청’에 이어 ‘친문 숙청’ 기류가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총선 채비 ‘개딸’ 영향력은?
다시 시험대 오르는 이 리더십

공천 부적격 판정 기준 또한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공관위는 공천 심사에 적용할 5대 범죄 기준을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폭력 ▲증오 발언으로 규정했다.

기준이 공개되자 곧바로 정당성 논란이 일었다.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현역의원들이 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1심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적격’으로 분류됐다. 노웅래 의원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역시나 적격 판정을 받았다. 주 2~3회 법정에 출석하는 이 대표도 적격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해 5월, 공천 관련 특별당규를 일부 개정하면서 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부적격 대상을 ‘뇌물, 성범죄 등 형사범 중 하급심서 유죄판결을 받고 현재 재판을 계속 받는 자와 음주 운전, 병역기피 등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서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수정했다.

‘1심 유죄 시 공천 배제한다’는 당헌·당규도 삭제했다.

민주당은 무죄추정 원칙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5대 혐오범죄 규정에 대해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다”며 “정확하게 이 대표만 거기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만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총선 초반부터 공천 정당성에 시비가 붙은 만큼 국민의힘은 물론 당내서도 적잖은 반발감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줄곧 강조해왔다. 공천 결과가 모두를 이해시킬 수 없겠지만 이 이상 도덕성 부분서 흠집이 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논란에 오른 예비후보 중 몇 명이 경선까지 오를지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총선까지
첩첩산중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예비후보를 둘러싸고 많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의힘보다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비후보 심사 면접이 끝나고 컷오프 대상자가 정해지면 또다시 당이 한바탕 시끄러워질 텐데 지도부가 이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봉합하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싸우는 건 국민이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