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꿀 수 있는 ‘까칠한’ 유권자의 힘

둘로 쫙 쪼개져 ‘죽기 살기’

선거와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비유가 있지만 총칼을 들지 않는다고 걱정이 없을까? 작금의 한국 정치는 정확하게 둘로 나누어져 죽기 살기로 정쟁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두 진영으로 나뉜 정당과 정치인은 ‘잘하기 경쟁’이 아닌, 상대가 못 하도록 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목표는 오로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상대편 헐뜯기고 끝도 상대편 망가뜨리기다.

악마화
흑백논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여의도식 정치 문법이 존재할 정도로, 증오와 배제의 정치가 일상화돼있다. 경쟁 상대를 악마화하고 흑백논리로 자신은 천사로 분장한다. 정치란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거꾸로 정치가 갈등과 분열을 생산한다.

서로 다른 이해를 대변하면서 그것을 조정해 공동선을 형성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여의도에서는 그런 기본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민주주의, 의회주의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군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한국 민주주의는 억압의 이완(Decompression), 자유화(Liberalization), 민주화(Democratization)를 거쳐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 정치는 깊은 늪 속에 빠진 형국이다.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펼치는 이 상황은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의 중대한 결손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고 있고 이를 통해 대의기구가 구성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의 민주적 대의 체제는 명백한 결함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다양한 국민의 이익과 요구, 가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두 진영을 대표하는 거대 양당에선 기회만 있으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서도 이구동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다.

두 개의 진영, 대의민주주의의 결손
상대편 헐뜯기에 증오·배제 일상화

그러나 현실은 매번 배제, 증오, 대결이었다. 협력, 상생, 통합의 가치는 연목구어(‘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도저히 안 되는 일을 고집스럽게 하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각 정치 세력, 혹은 정치인의 교양과 자질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행위자의 품격과 교양의 문제기보다는 본질적으로는 역사 구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상생과 협력의 정치가 잘 안 되는 이유를 개별 정치인의 인성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더라도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정치의 역사적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식민지 지배 시기에 친일 부역과 반일 독립, 해방 후 분단과 전쟁 시기에 용공과 반공, 지역주의 분열의 시기에 영·호남의 대결은 한결같은 흑백 갈등을 낳은 역사 구조적 요인이었다.

여기에 결정적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소선거구제라는 구조적 요인이다. 단순히 다수의 승자가 결과를 독식하는 소선거구 선거제도는 앞서 지적한 역사 구조적 요인을 증폭시키면서 두 개의 진영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영호남 대결

이런 두 개의 진영 정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큰 걸림돌이다. 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후퇴할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두 개의 진영 정치에서는 정당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은 남을 헐뜯기에 몰두할 뿐 국민의 생활에는 오불관언(어떤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이다. 이런 상황서 정책이 개발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내부 민주주의도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두 개의 진영 정치는 기후위기, 불평등, 세대균열, 저출생, 성평등 등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대전환 시대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취약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영을 넘어 ‘숙의’와 ‘사려’가 필요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로 돼있는 과제는 두 개의 진영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진영 사이의 노선투쟁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듯 두 개의 진영 정치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제부턴가 국민의 가치와 선호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두 개의 진영에 따라 국민도 두 개로 묶여있었는데 점차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각 진영을 지지하는 국민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모든 걸 일관성 있게 지지하고, 충성했다.

민주주의
큰 걸림돌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각 진영의 모두를 지지하지 않고, 좋은 점만 골라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국민이 늘어났다.

예를 들면 안보정책은 A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경제정책은 B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표도 어떤 때는 A당을 찍었다가 다음번에는 B당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이들을 가리켜 ‘스윙보터’라고도 한다.

이들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세상의 시사평론가들과 전략가들에게는 기회주의자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정치에 대한 소신도 없고 정보도 없으며 판단 능력도 없이 선동에 따라 이리저리 지지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며 정당에 동원되는 존재라고 평가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에 관한 평가가 바뀌었다.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까다로운’ 유권자다. 이들은 정치에 분명한 소신이 있고 정보도 많으며 나름 분석과 판단의 능력이 있어 자기 주도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정치도 정당도 이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유권자들을 몰아가는 선동이 아니라 사안별로 차근차근 설득하고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는 설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한 세대가 지나면서 탈냉전, 탈물질주의, 다원주의적 경향이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분법 시대 이제 끝내야”
국민들의 가치·선호 다양화


이렇듯 국민의 가치와 선호는 다양화하고 있다. 두 개의 진영이 담아낼 수 없는 변화하는 국민의 생각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진보-보수 이분법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진영 정치를 이끄는 거대 양당도 이 같은 변화에 부응해 다양한 국민의 가치와 선호, 요구를 담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힌 지는 오래됐다.

정당들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진영을 넘어, 혐오와 배제, 증오와 대결 정치를 넘어서겠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또 매번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선거 막판에 ‘윤석열-안철수 합의’와 ‘이재명-김동연 합의’ 성명서에는 진영을 넘어서는 상생, 협력의 정치가 핵심에 놓였었다.

그러나 전부 공수표가 돼버렸고,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더욱 노골적인 진영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를 저주하는 각 진영의 말과 행동은 더 거칠어지고 더 독해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진영이 해결할 의사도, 능력조차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가 기댈 곳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의 힘으로 다양성, 비례성, 대표성이 실현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통해 진영 정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지금 선거제도의 불투명한 방향을 뛰어넘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가 작동하면 진영을 넘어 다양한 국민의 가치, 선호, 요구를 담아내는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항상 말로만
상생과 협력

나머지 하나는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이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지키는 일도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고,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넘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실현하는 궁극적 힘도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특히 다가오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펼치고 확인하는 대국민적 축제다. 저주와 음해, 그리고 폭력까지 난무하는 이 황폐한 정치의 장을 바꾸고 가꿀 힘은 오롯이 시민의 신중한 선택에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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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