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꿀 수 있는 ‘까칠한’ 유권자의 힘

둘로 쫙 쪼개져 ‘죽기 살기’

선거와 정치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비유가 있지만 총칼을 들지 않는다고 걱정이 없을까? 작금의 한국 정치는 정확하게 둘로 나누어져 죽기 살기로 정쟁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두 진영으로 나뉜 정당과 정치인은 ‘잘하기 경쟁’이 아닌, 상대가 못 하도록 하는 싸움을 하고 있다. 목표는 오로지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은 상대편 헐뜯기고 끝도 상대편 망가뜨리기다.

악마화
흑백논리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여의도식 정치 문법이 존재할 정도로, 증오와 배제의 정치가 일상화돼있다. 경쟁 상대를 악마화하고 흑백논리로 자신은 천사로 분장한다. 정치란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거꾸로 정치가 갈등과 분열을 생산한다.

서로 다른 이해를 대변하면서 그것을 조정해 공동선을 형성하는 게 정치의 본령인데 여의도에서는 그런 기본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민주주의, 의회주의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군부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한국 민주주의는 억압의 이완(Decompression), 자유화(Liberalization), 민주화(Democratization)를 거쳐 민주주의의 공고화(Consolidation)로 접어들었다고 하는데 지금 한국 정치는 깊은 늪 속에 빠진 형국이다.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 극한 대결을 펼치는 이 상황은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의 중대한 결손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고 있고 이를 통해 대의기구가 구성되고 있으나 현재 우리의 민주적 대의 체제는 명백한 결함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다양한 국민의 이익과 요구, 가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두 진영을 대표하는 거대 양당에선 기회만 있으면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서도 이구동성으로 국민통합을 외쳤다.

두 개의 진영, 대의민주주의의 결손
상대편 헐뜯기에 증오·배제 일상화

그러나 현실은 매번 배제, 증오, 대결이었다. 협력, 상생, 통합의 가치는 연목구어(‘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도저히 안 되는 일을 고집스럽게 하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각 정치 세력, 혹은 정치인의 교양과 자질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분석도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원인은 행위자의 품격과 교양의 문제기보다는 본질적으로는 역사 구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상생과 협력의 정치가 잘 안 되는 이유를 개별 정치인의 인성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더라도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분법적 정치의 역사적 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식민지 지배 시기에 친일 부역과 반일 독립, 해방 후 분단과 전쟁 시기에 용공과 반공, 지역주의 분열의 시기에 영·호남의 대결은 한결같은 흑백 갈등을 낳은 역사 구조적 요인이었다.

여기에 결정적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소선거구제라는 구조적 요인이다. 단순히 다수의 승자가 결과를 독식하는 소선거구 선거제도는 앞서 지적한 역사 구조적 요인을 증폭시키면서 두 개의 진영 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끝나지 않는
영호남 대결

이런 두 개의 진영 정치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큰 걸림돌이다. 이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더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후퇴할 수도 있다. 구조적으로 두 개의 진영 정치에서는 정당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은 남을 헐뜯기에 몰두할 뿐 국민의 생활에는 오불관언(어떤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이다. 이런 상황서 정책이 개발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내부 민주주의도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두 개의 진영 정치는 기후위기, 불평등, 세대균열, 저출생, 성평등 등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대전환 시대의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취약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진영을 넘어 ‘숙의’와 ‘사려’가 필요하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로 돼있는 과제는 두 개의 진영 정치가 개입하는 순간, 진영 사이의 노선투쟁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듯 두 개의 진영 정치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제부턴가 국민의 가치와 선호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두 개의 진영에 따라 국민도 두 개로 묶여있었는데 점차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각 진영을 지지하는 국민은 자신이 속한 진영의 모든 걸 일관성 있게 지지하고, 충성했다.

민주주의
큰 걸림돌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각 진영의 모두를 지지하지 않고, 좋은 점만 골라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국민이 늘어났다.

예를 들면 안보정책은 A당의 정책을 지지하고 경제정책은 B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투표도 어떤 때는 A당을 찍었다가 다음번에는 B당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이들을 가리켜 ‘스윙보터’라고도 한다.

이들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세상의 시사평론가들과 전략가들에게는 기회주의자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정치에 대한 소신도 없고 정보도 없으며 판단 능력도 없이 선동에 따라 이리저리 지지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며 정당에 동원되는 존재라고 평가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에 관한 평가가 바뀌었다.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까다로운’ 유권자다. 이들은 정치에 분명한 소신이 있고 정보도 많으며 나름 분석과 판단의 능력이 있어 자기 주도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정치도 정당도 이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유권자들을 몰아가는 선동이 아니라 사안별로 차근차근 설득하고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는 설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한 세대가 지나면서 탈냉전, 탈물질주의, 다원주의적 경향이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분법 시대 이제 끝내야”
국민들의 가치·선호 다양화


이렇듯 국민의 가치와 선호는 다양화하고 있다. 두 개의 진영이 담아낼 수 없는 변화하는 국민의 생각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진보-보수 이분법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진영 정치를 이끄는 거대 양당도 이 같은 변화에 부응해 다양한 국민의 가치와 선호, 요구를 담아내겠다는 각오를 밝힌 지는 오래됐다.

정당들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진영을 넘어, 혐오와 배제, 증오와 대결 정치를 넘어서겠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했다. 또 매번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선거 막판에 ‘윤석열-안철수 합의’와 ‘이재명-김동연 합의’ 성명서에는 진영을 넘어서는 상생, 협력의 정치가 핵심에 놓였었다.

그러나 전부 공수표가 돼버렸고,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더욱 노골적인 진영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를 저주하는 각 진영의 말과 행동은 더 거칠어지고 더 독해지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진영이 해결할 의사도, 능력조차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가 기댈 곳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제도의 힘으로 다양성, 비례성, 대표성이 실현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통해 진영 정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지금 선거제도의 불투명한 방향을 뛰어넘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가 작동하면 진영을 넘어 다양한 국민의 가치, 선호, 요구를 담아내는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항상 말로만
상생과 협력

나머지 하나는 깨어있는 시민의 행동이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지키는 일도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고,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넘어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실현하는 궁극적 힘도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다. 특히 다가오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을 펼치고 확인하는 대국민적 축제다. 저주와 음해, 그리고 폭력까지 난무하는 이 황폐한 정치의 장을 바꾸고 가꿀 힘은 오롯이 시민의 신중한 선택에 있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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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 시나리오

‘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 소리 없이 물밑으로 사라졌다. 대통령 부부만 때리던 더불어민주당의 손이 갈 곳을 잃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는커녕 공천 파열음만 커지는 형국이다. 총선 전 ‘민주당 비대위설’에 또다시 연기가 오르는 이유다. 총선 레이스 초반부터 정부·여당에는 악재만 몰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부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까지 호재가 이어졌다. 안일했던 탓일까? 총선을 한달 반 앞두고 국민의힘이 각종 승부수를 띄우며 주도권을 당기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반격에 나섰지만, 여의도 담벼락을 넘는 요란한 집안싸움이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되든 말든 일단 고! 지난 6일,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밝혔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고령인구와 상승하는 의료수요에 비춰볼 때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필수 의료공백의 원인은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분별하게 의대 정원을 늘린 정부를 규탄하며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정부에 따르면 전공의 대부분이 근무하는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8816명으로 추산된다. 수술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이 빚어지면서 의료 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환자를 돌볼 의무를 저버린 의사’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부’ 프레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난 3주 동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소폭 상승시킨 데 기여했다는 평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집어 든 ‘사형 집행 논의’ 카드도 주목을 받는다. 어디까지 논의가 이뤄질지 미지수지만 민감한 주제를 탁자에 올려놨다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한 비대위원장의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깊게 논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일 ‘시민이 안전한 대한민국’ 국민택배 공약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사형제가 있고, 제가 (법무부)장관을 하는 동안 사형시설을 점검했고 사형이 가능한 곳으로 재배치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안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그 부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책임 있는 사람들이 진지하고 과감한 논의를 해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하다가 그만뒀다. 법에 따르는 집행도 충분히 고려할 때가 됐고, 그게 우리 사회를 더 안전히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천으로 두 쪽 난 당심…리더십도 ‘휘청’ ‘영장 기각’ ‘미니 총선’ 기세는 어디로? 민주당은 의대 정원을 콕 집어 ‘정치쇼’라고 지적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총선 전 이목을 끌기 위해 성급하게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민생 국정 문제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권력의 사유화”라고 꼬집었다.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슈적인 측면서 민주당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윤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총선을 준비했지만 판세가 뒤집히면서 불리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시작으로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민주당이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기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담은 ‘쌍특검’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명품백 수수 논란’까지 터지면서 점차 심판론에 무게가 쏠렸다. 기세를 이어가던 중 공천 문제가 뇌관으로 번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19일 하위 20% 명단이 발표됐고,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을 배제한 지역구 여론조사가 시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천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것이다. 첫 번째 타자는 민주당서 4선을 지낸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다. 김 부의장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민주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공천룰에 따르면 하위 10% 의원은 경선 시 득표율의 30%를, 하위 20% 의원은 20%를 감산하는 페널티를 받는다. 김 부의장은 “지난 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시민단체, 언론으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아 왔다”며 “모멸감을 느낀다.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도 지난 22일 기준 하위권 통보 사실을 밝힌 의원은 김 부의장을 포함해 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6명이다. 이들은 평가 결과를 향해 ‘비명계 공천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터져 버린 공천 화약고 민주당 임혁백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모든 공천 심사는 저의 책임 하에 이뤄지고 있다”며 “제가 아는 한은 비명계 공천 학살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파장을 일으켰던 ‘윤석열정부 탄생 책임론’ 발언에 대해선 “책임 있는 분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했지,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다”며 “일반적인 이야기고 문재인정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원로인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공천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 전 총리는 “지금처럼 공천 과정서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의 신뢰를 잃으면 국민의 마음도 잃게 된다”며 “국민의 마음을 잃으면, 입법부까지 넘겨주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여러 번 강조했던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일부 지역구서 의도가 불분명한 여론조사 실행된 것도 당내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 여론조사가 현역 의원을 제외한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공관위는 여론조사를 돌린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경선을 앞두고 공관위조차 모르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두고도 양측이 격돌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에서는 홍 의원을 제외한 이동주 비례의원과 영입 인재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노웅래(서울 마포갑), 송갑석(광주 서갑), 이인영(서울 구로갑) 의원의 이름이 빠진 여론조사가 한차례 지역구를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동작을 출마를 준비하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의원은 “경쟁력도 없는 사람을 자꾸 (여론조사에 넣어)돌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흔드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해당 지역구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오히려 갈등만 빚어진 셈이다. 멀고 험한 총선 승리 결국 이 의원은 “이 대표를 도운 것을 후회한다”며 “왜 후회하는지 이유는 곧 밝혀질 것”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등 폭로성 발언을 남기고 사퇴했다. 후폭풍이 불어닥치자 민주당은 지난 21일 국회서 비공개 긴급 의견총회를 열고 논의에 착수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의총에 참여하지 않았다. 의원들 사이서 ‘공천과 관련한 반발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자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왜 참석을 안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의총 도중 고성이 오가면서 한때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진화에 나선 홍익표 원내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경우 공관위원장이 어떻게 평가가 진행됐는지 직접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며 “신뢰성·투명성이 납득될 수 있게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만 세 차례 이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이른 시일 안에 그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총선을 치를 것이란 예상도 비일비재했다. 그때마다 이 대표는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며 봉합에 나섰다. 일부 비명계가 ‘원칙과상식’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집단 탈당했지만 당시 민주당에는 큰 타격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천이라는 예민한 주제를 놓고 내홍이 커진다면 이 대표의 거취를 장담할 수 없다. 공천을 계기로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단순한 친·비명간의 계파 다툼이 아닌 조기 선대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지금 상황대로라면 이 대표가 총선 전 물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판도를 봤을 때 자기네(민주당)가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이 대표는)뒤로 빠지고 친문(친 문재인)계 비대위원장을 내세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분오열 안으로 굽어버린 칼날 “툭하면 사퇴” 뼈 있는 한마디 이 관계자는 현재 공천 파동의 핵심인 ‘친명 민주당’이 꾸려지는 이유 역시 비대위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차기 비대위원장 등 ‘포스트 이재명’을 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승리가 불확실한 상황서 1열에 나섰다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몽땅 뒤집어쓴다면 추후 정치 생명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파도처럼 밀려올 사퇴 요구를 얼마나 빠르게 수습하는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도부를 향한 불신과 공정성 시비가 매우 크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은 채 이 대표가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후폭풍은 불가피하고, 또 국민이 봤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당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것은 곧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총선 패배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의 원로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 역시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사표가 아닌 불출마 요구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제시된다. 당 대표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으로서는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내년 대선을 노리는 만큼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논란의 당사자인 이 대표는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툭하면 사퇴하라 소리 하는 분들 계신 모양”이라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365일 대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라서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고 있는 중”이라며 “환골탈태 과정서 생기는 진통이라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쌍특검 이번엔? 공천 논란을 잠재울만한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쌍특검 재표결을 띄우면서 여론 형성에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쌍특검 재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김건희 리스크를 끌어 올려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리겠다는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권 행사는 자신과 가족의 죄를 숨기는 데 권력을 남용한 것”이라며 “국회서 꼭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후퇴’ 원희룡 반응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와 관련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입장을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서 이 대표와의 매치가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대표의 2선 후퇴설에 관해 “불출마를 전제로 여론을 떠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이런 간 보기에 계양은 없다는 것”이라며 “임기 내내 아무것도 안 해도, 또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되는 곳이 계양인가”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원희룡은 다들 어렵다는 계양을 스스로 찾아왔다”며 “계양의 변화에 대한 믿음과 각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