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 일 기자 = 11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롤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으며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시기에 서울과 부산의 공조직을 가동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얕은 생각을 제가 떨쳐버리지 못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또 ‘썩은 나무에는 조각할 수 없다’는 공자의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를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을 위기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며 “모든 것을 흑백의 양자택일로 몰아가는 양극 정치는 지금 전개되는 다양성의 시대를 대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시길 바란다”면서 “우선 민주당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의 국민의힘 탈당에 이어 이 전 대표도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이번 22대 총선서 제3지대 세력이 어느 정도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에는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 인사들로 구성된 ‘원칙과 상식’ 4인방 중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던 바 있다. 나머지 한 명이었던 윤영찬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직전에 “민주당에 남겠다”며 탈당 대열서 이탈했다.
앞서 이날,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 전 대표의 탈당 철회를 만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명분 없는 창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 정권교체를 위한 길이 어떤 쪽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해 “배신의 정치로 정치 노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당과 당원들에게 배신의 칼을 겨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갖은 미사여구로 탈당과 신당 창당 명분을 찾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올바른 명분을 찾기 어려운 치졸한 논리로 자신의 정치 노욕을 미화하는 궤변일 뿐”이라며 “그동안 무능하고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향한 비판보다는 줄곧 반이재명 만을 외치던 그에게서 민주진영의 분열을 책동하려는 ‘윤석열 2중대’의 느낌이 스며든다”고 힐난했다.
이어 “민심을 역행하는 신당 창당은 민주진영의 분열 책동과 다를 바 없고, 총체적으로 무능한 윤석열정권을 도우는 상식 밖의 일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창당 논의를 당장 멈추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자신이 줄곧 마시던 우물에 독을 뿌리고 도망가는 인간과 무엇이 다른가. 배은망덕”이라며 “상식을 저버린 무책임한 탈당과 신당 창당은 민심의 거센 질타와 역사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고, 신당 창당은 저급한 노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