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보수 새길 가는 이준석을 만나다

“한동훈? 꽝 확률 높은 복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내부 총질러, 배신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대변하는 수식어다. 그는 대선, 지선 2번의 선거서 이기고도 당에서 쫓겨났다. 그럼에도 기죽지 않고, 여전히 국민의힘을 향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낸다. 지금은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살핀다. 늘 가지고 다니는 낡은 가방과 함께다. ‘신당 창당’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전격 탈당을 결정했다. 새로운 미래를 그리는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꿈을 펼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설계에 한창이다. <일요시사>가 이 전 대표를 만나 국민의힘 현 상황, 신당 창당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이 전 대표와 일문일답. 

-2023년은 이준석에게 어떤 한 해였나?

▲2022년만 해도 강성했던 국민의힘이 2023년을 거치면서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며 역할을 고민하던 시기다. 국민의힘을 살릴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하던 게 2023년 전반기였고, 여름을 지나면서부터 거의 회생 불능의 상태에 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때부터 내가 했던 말이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경고음을 울리려고 했는데 당내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고문을 올렸더니 저주한다, 내부 총질을 한다는 말이 터져나왔다. 

-당이 무너져 내리는 걸 이미 경험했다. 


▲201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를 정치에 영입한 다음 ‘박근혜 키즈’ 소리를 들으면서 정치하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지점은 탄핵을 겪으며 당이 무너져 내리는 걸 본 것이다. 강성해보이던 박 전 대통령과 친박(친 박근혜)의 위세가 한 방에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다시는 저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면 진영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 사람의 노력과 어느 정도 운이 따라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여전히 힘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고생한 기억이 있다. 윤석열정부를 그 자체로 보기보다는 보수 정권의 하나로서 위기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사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돼 너무 답답하다. 소위 말하는 검찰 권력이라고 하는 사람이 보수를 장악하면서 보수가 예전과 아주 다른 방식으로 선거에 접근하고, 행정에 접근해 안타깝다.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몰락한 보수를 보면서 결국 더 세게 싸웠어야 한다는 후회밖에 없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많은 사람이 비겁했고, 비겁함 속에서 탄핵을 당했다. 진박(진짜 박근혜)을 외치고 다닐 때 아무도 제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 그때 외롭게 싸웠던 유승민 전 의원은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다.

결국에는 싸우지 않고, 아무도 제어하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열심히 더 잘 되돌리려고 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남아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승리에 기여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쇄신을 한다고 혁신위원회를 띄웠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를 가동했다. 한 비대위원장 등판이 국민의힘 총선에 도움이 될까? 한 비대위원장 개인에게는 큰 도전이다. 그걸 굳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어떤 관계인지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서 불안한 도전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패배의 원흉이 된다. 

항상 ‘긁어보지 않은 복권’이라고 얘기하는데 결과는 모른다. 복권의 기댓값은 계산해보면 내가 낸 돈 5000원이 있으면 기댓값은 보통 4000원서 3000원 정도로 잡아 놓는다. 아주 나쁜 확률은 아니다. 문제는 그걸 노릴 수 있는지의 여부다. 지금 상황서 더 안정적인 방법이 있을 텐데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안정적인 방법은?

▲우리가 윤 대통령에게 2021년경 갖고 있던 이미지는 투박하더라도 남자답고, 시원하다는 면이다. 이런 반응이 있었던 만큼 그때의 이미지를 되살려야 한다. 100% 회복하기는 어렵지만 전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선거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이런 윤핵관에게 제발 물러나 달라고 할지, 아니면 그들이 지금까지 한 잘못을 가지고 강하게 취조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윤핵관님들, 물러나주세요. 여러분께서 물러나 주시면 구국의 결단’이라고 포장하면서 아무 효과도 받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 영화를 보면 악을 무찌르는 이야기를 본다.

악을 설득하는 시나리오의 영화는 보지 않는다. 윤핵관을 절대 악이라고 표현해 좀 미안하지만, 윤핵관이 한 악행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한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 윤재옥 원내대표 및 당 대표 권한대한이 명분을 쌓은 이유는?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한두 문장을 올렸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길 거라는 국민적 기대치가 적고, 이미 6·29니 이런 것 때문에 기운이 다 빠졌는데, 이미 한 비대위원장은 기자와의 질답 과정서 약점이 노정됐다. 답 못하는 질문이 뭔지 간파당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한 비대위원장을 내세운 것을 보면 여전히 인물론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내가 당 대표가 됐을 때는 비주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근본이 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정치 신인으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신인 같은 인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고된 세자 책봉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파격적이지 않은 셈이다.

보수당 대표할만한 얼굴 현재는 없어
“윤 대통령 굴욕 견디고 변화해야 해”

그러니까 당 대표는 선거를 통해 획득한 권위가 있기 때문에 힘이 실린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부여되는 권위는 대통령이 내려주는 권위다. 한계성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확장성 측면서도 한계가 분명하다.


한 비대위원장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기 위해서는 일반적이어야 한다. 특검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한 비대위원장이 혹시라도 이에 대해 전향적인 행보를 보이면 다음에는 명품백에 관해 물어볼 텐데, 거기서 입장이 바뀌면 바로 끝이다. 

-입장이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지?

▲상당한 각오를 갖고 해야 한다. 전향적인 행보를 위해 한 번 앞이 뚫리면 끝까지 가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 그 의지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윤 대통령 처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 물고 늘어지면 몇 가지를 잘했더라도 말짱 도루묵이 되는 시나리오다. 본인이 할 자신이 없으면 안 된다. 

-총선 이후 협상하자는 식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법은 미리 통과시키되 활동기한을 총선 뒤로 하자는 식으로 제안할 텐데, 민주당이 받을 이유가 없다. 협상이라는 건 상대가 얻는 게 있고, 내가 얻는 게 있어야 협상이 성립한다. 당의 전술 또는 용산의 전술이 매일 그런 식이다. 자기들 입장서 이랬으면 좋겠다. 안 받아도 죽고, 받아도 죽을 것 같으니 받는 척을 하면서 실제로 다른 대안을 찾고 싶은데, 그런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너무 안일하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타개책이 있다면?


▲실제 상황을 더 면밀하게 파악해야 대안을 낼 수 있다.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는 매일 실시간으로 갖고 있는 정보의 한계선 속에서 어떤 전략을 구상해왔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수도권에 출마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은 어려운 외곽 지역으로 갈수록 출퇴근 인구가 많다.

새벽에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유권자의 표심은 전국 평균으로 간다. 수도권 서구에 거주하는 주민은 통근 거리가 길다. 매일 광역버스 타고 새벽 5시에 나가는 분들 표심을 잡으려면 고공전을 이겨야 한다. 

-윤 대통령은 보수 대통령이 맞다고 보나?

▲윤 대통령은 당이 지금까지 구축해온 가치나 지향점을 다 무시했다. 전당대회서 선출된 당 대표가 그리던 방향성을 무시하고, 본인의 방향성으로 덮어씌우려고 나는 쫓아냈다. 당에 소속된 인사인지 당을 지배하는 인사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대통령을 1호 당원, 또는 으뜸당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대통령이 당연히 당원이고, 당의 가치를 따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정강 정책이라는 걸 보면 윤 대통령의 정책과 거리가 너무 멀다. 이런 걸 아예 수정하는 작업을 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정강 정책 1호는 기본소득에 대한 고민이다. 기본소득이라는 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야기하는 식의 기본소득도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야기하는 안심 소득 같은 것도 있다. 이런 논의에 있어 윤 대통령은 끼지 않는다.

관심사가 무엇인지 당의 정책을 어떻게 실현시킬지에 관한 행동이 안 보여 당과 관계없는 권력을 득하기 위해 당에 들어온 사람처럼 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이다. 헌법은 읽어봤겠지만, 당에도 당헌·당규와 기본 정책이 있다. 이런 부분을 숙지하고 정치를 해 나갔으면 좋겠다. 

-탈당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탈당선언문에 포함된 내용은?

▲2년 동안 빌런 만들기 정치 때문에 민주당 이 대표, 윤 대통령, 여기에 김건희 여사에 관한 국민적 평가는 끝났다. 그래서 두 세력이 서로 머리채 잡으려고 하는 상황은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놓고, 경쟁할 때가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탈당선언문 미래에 관한 이야기 담아
“새로운 도전 어려워, 그래서 하는 것”

탈당선언문에는 윤정부가 놓쳤던 것을 나열했다. 결국 윤정부 속에서 복지 그물망,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에 관해 약속한 게 다 실종됐다. 이런 게 안타깝다. 신당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밝힐 예정이다. 

-신당으로 성공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는지?

▲내가 당 대표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는데, 기존에 있던 덩어리에 큰 저항이 있었다. 공천 시험제 운영 때가 그랬다. 이런 것들을 가볍게 빌드업 하는 형태로 당을 운영해보고 싶다. 

-내부 총질러, 배신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이런 상황서 전국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TK(대구·경북)와 PK(부·울·경)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소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K 경우에는 대통령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그만큼 부끄러움도 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지만 보수는 이렇게 가다가는 완전히 망한다. 대선주자도 없고, 당 체계도 없고, 간신배만 남아 당이 이뤄지겠냐는 생각에 노아의 방주론의 필요성을 다수가 인식 중이다. 

-TK와 PK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결국 보수의 큰 인물 또는 큰 주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신다. 보수가 시대에 따라 지도자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많이 소멸해가는 중이다. TK를 대표하는 주자가 없는데, TK가 좋아할 수 있는 큰 인물이 되겠다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두 번째로는 TK 정치가 활력을 잃은 이유는 젊은 사람에게 공간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데, 이들에게 공간을 열어줄 생각이다.

-호남과 제주도도 많이 다녀왔는데

▲최근 호남은 자주 가지 못했는데, 호남에서는 5·18이나 과거 이야기를 하는 걸 지쳐하는 모습이다. 이런 부분을 넘어서야 한다. 제주도는 김포공항 이전 이슈로 활발하던 당원들이 상당히 의기소침해 있다. 윤 대통령의 4·3 추념사는 핵심을 피해갔다. 이런 점에서 보수 세력이 좀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나는 역사와의 대화 속에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려고 생각 중이다. 

-신당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인물은 얼마나 되나?

▲많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신인 위주의 시도일지, 수권 세력이 되기 위한 덩어리를 키우기는 방향으로 갈지를 구성원과 계속 고민 중이다. 

-신당이 생기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신당과 싸워야 할 처지인데?

▲한 비대위원장에 달려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누군가 만들어준 기회 속에서 활동해왔다. 지역을 넓혀 나가는 건 본인 몫이다. 영웅이라면 돌파해낼 것으로 본다. 

-한 비대위원장이 만남을 제안하면 응할 것인가?

▲결심한 시점서 한 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한 비대위원장이 이야기를 하자면 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결론을 정해놓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출마 지역은 정해졌나?

▲아직 확실하지 않다. 총선을 두 번 치르고, 보궐선거도 한 번 치러봤지만 예비후보 등록 기간인데도 등록을 하지 않은 게 처음이다. 2월까지 고민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분이 얘기해주시는 게 있다. 비판을 많이 해온 이준석에게 언젠가 기회가 온다는 말이다. 굳이 나가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느냐고 묻곤 한다. 나는 감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정치를 하고 싶지 않다. 소속된 당이 잘못됐을 때 생기는 기회를 기다리는 건 너무 모욕적이다.

정말 어렵다고 해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다는 게 요즘 내 생각이다. 국민의힘서 당 대표를 하면서 두 개의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으면 그건 박 전 대통령 이후 최대 성과다. 더 이상 기다리는 건 의미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금 더 전격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미국 케네디 전 대통령이 한 말이 있다. 도전하는 이유는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워서라고. 그 말에 동의한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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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