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초대석> 국민의힘을 말하다 유준상 상임고문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 상황은 시간 단위로 변화 중이다. 수장이 바뀐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3지대까지 정계 시계는 ‘제로(0)’ 상태다. 길잡이가 필요한 시기다. <일요시사>가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을 만나 한국 정치가 가야할 길을 물었다.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의 말을 증명하듯 불과 열흘 새 정치권 상황이 급변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을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제보와 관련해 내전이 일어났다. 

양당 실망
정치 불신

집권여당과 거대 야당을 떠난 일부 의원이 제3지대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잘나가는 듯 보이는 국가 경제에 반해 국민의 체감 경기는 얼어붙은 상태다. 출산율은 사상 최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청년층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다.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앞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 상임고문은 “정당의 리더뿐만 아니라 국가에 원로가 없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GDP(국내총생산) 10~12위를 오가는 선진국이다. K-컬처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 상황서 오로지 여의도 정치판만 엉망”이라고 한탄했다. 

당초 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의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그는 “정치권에 있을 무렵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며 “그래서 현재 정치 상황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할 자격이 있는지 깊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입을 열어야 할 상황이라면 부족하지만 꼭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 22대 왕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에 나오는 ‘미가이언이언자 기죄소(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 가이언이불언자 기죄대(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즉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12월15일, 같은 달 26일 한국정보기술연구원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정국이 혼란스럽습니다.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입니다. 야당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 전체가 나섰고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은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또 어떻습니까? 당원의 뜻에 따라 뽑은 대표를 몰아내지 않았습니까? 서로 단합해도 모자랄 상황에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정국 혼란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명감, 애국심 같은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고 당을 사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복합적으로 위기를 불러 왔습니다. 내부 갈등도 문제지만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 대통령선거 당시 각 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주춤거리면서 발을 빼고 있는 형국입니다.

총선 앞두고
내부 총질

-4·10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윤석열정부의 향후 3년이 달려 있습니다. 승리하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을 것이고 패배하면 조기 레임덕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와 동시에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 보여집니다. 

혼란의 국민의힘·리스크 민주당
이준석 안고 제3지대 헤쳐 모여?

-국민심판이라고 하시면?

▲정치는 버려야 얻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은 어떻습니까? 누구도 손 안에 쥔 권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자리를 내려놓고 불출마 선언을 하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에게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결단의 시기 또한 때를 놓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기를 놓쳤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나가기 전에 나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 직후에 사퇴, 불출마 선언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요구했을 때 받아들였다면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 진정성 있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이 상승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이나마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국민의힘 지도부에 말씀하셨다고.

▲제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정진석, 주호영 두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전 대표 등 당 대표에게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영남권의 다선 중진이 경험과 경륜, 지명도를 바탕으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또 좋은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두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마이동풍입니다. 듣질 않습니다. 

-이번 선거의 화두가 될 이슈로 뭘 꼽을 수 있을까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공천과 정책이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망사’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당이 공천 과정서 잡음 없이 공정하게 참신한 인물을 데려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저출산이 가장 큰 화두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저출산이라는 화두에 청년층의 취업·주거·양육 문제가 모두 포함돼있습니다. 15년 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 사용한 돈이 283조원에 이릅니다. 17년으로 넓히면 300조원이 넘습니다. 2022년만 따져도 50조원을 썼는데 신생아 수는 25만명에 그쳤습니다.

한 사람 당 2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고도 출산율을 잡지 못한 것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못 쓰니 벌어진 일입니다. 결국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2월15일 인터뷰 이후 열흘 동안 정치권의 상황이 요동쳤다. 추가 인터뷰를 위해 12월26일 유 상임고문을 한 차례 더 만났다. 유 상임고문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과 ‘비대위원회 설치 안건’을 의결하는 전국위원회 ARS 투표를 진행 중이었다.

결과는 재적 824명 가운데 65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627표로 안건이 가결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공식 취임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공선을 추구하고 어떤 개인에게도 맹종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언론을 통해 지켜봤을 때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기 등판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지만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등판
성공할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만큼 이제부터는 사람을 잘 둬야 합니다.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경륜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문제 있는 인물은  선수에 관계없이  공천과정에서 과감하게 배제해야 합니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천을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시민들의 바람을 실천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인사가 필요합니다. 이번달 말까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의 힘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서 비대위원장 변신
“부족한 정치 경험 사람 중요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멀리 바라보는 통찰력과 더 큰 그림을 그려 새로운 길로 가려는 참신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집권당이 되는 데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행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민주당이 혁신할 수밖에 없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이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전에 이뤄졌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타격이 상당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그 파급력을 상쇄했다고 보입니다. 강이 흘러서 바다서 만나듯 이준석 전 대표와는 총선 이후에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제3지대론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금태섭·양향자·류호정 의원, 그리고 이준석 전 대표 등이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합을 구성한다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3지대의 크기는 양당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당이 개혁에 성공하면 제3지대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실패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4월10일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될 텐데요.

▲과거 초선 의원은 ‘정풍 운동’을 주도하면서 당내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정인을 몰아내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줄을 서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헌법기관입니다. 그 격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합니다.

-정치인의 덕목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직하고 겸손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읽고 이를 위해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에는 완승이라는 게 없습니다. 타협하고 조율하면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정치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지도자를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의 모습서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제가 생기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인권·민주·평화·번영을 위해 힘쓰고 IT 정보화에 눈을 돌리는 등 탁월한 안목을 지닌 지도자였습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고 민주정부를 완성 시키는 데 낭만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치인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젊은 지도자
3김 배워야

-대한민국 정치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1987년 정치 체제는 이제 낡았습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비상할 수 없습니다.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제도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와 함께 윤석열정부서 가장 화두가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40~50대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70~80대의 노회한 정치인이 또 총선에 나서려 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다시 정치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노회한 정치인은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 리더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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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