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초대석> 국민의힘을 말하다 유준상 상임고문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 상황은 시간 단위로 변화 중이다. 수장이 바뀐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3지대까지 정계 시계는 ‘제로(0)’ 상태다. 길잡이가 필요한 시기다. <일요시사>가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을 만나 한국 정치가 가야할 길을 물었다.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의 말을 증명하듯 불과 열흘 새 정치권 상황이 급변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을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제보와 관련해 내전이 일어났다. 

양당 실망
정치 불신

집권여당과 거대 야당을 떠난 일부 의원이 제3지대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잘나가는 듯 보이는 국가 경제에 반해 국민의 체감 경기는 얼어붙은 상태다. 출산율은 사상 최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청년층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다.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앞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 상임고문은 “정당의 리더뿐만 아니라 국가에 원로가 없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GDP(국내총생산) 10~12위를 오가는 선진국이다. K-컬처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 상황서 오로지 여의도 정치판만 엉망”이라고 한탄했다. 

당초 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의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그는 “정치권에 있을 무렵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며 “그래서 현재 정치 상황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할 자격이 있는지 깊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입을 열어야 할 상황이라면 부족하지만 꼭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 22대 왕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에 나오는 ‘미가이언이언자 기죄소(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 가이언이불언자 기죄대(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즉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12월15일, 같은 달 26일 한국정보기술연구원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정국이 혼란스럽습니다.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입니다. 야당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 전체가 나섰고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은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또 어떻습니까? 당원의 뜻에 따라 뽑은 대표를 몰아내지 않았습니까? 서로 단합해도 모자랄 상황에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정국 혼란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명감, 애국심 같은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고 당을 사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복합적으로 위기를 불러 왔습니다. 내부 갈등도 문제지만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 대통령선거 당시 각 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주춤거리면서 발을 빼고 있는 형국입니다.

총선 앞두고
내부 총질

-4·10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윤석열정부의 향후 3년이 달려 있습니다. 승리하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을 것이고 패배하면 조기 레임덕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와 동시에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 보여집니다. 

혼란의 국민의힘·리스크 민주당
이준석 안고 제3지대 헤쳐 모여?

-국민심판이라고 하시면?

▲정치는 버려야 얻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은 어떻습니까? 누구도 손 안에 쥔 권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자리를 내려놓고 불출마 선언을 하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에게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결단의 시기 또한 때를 놓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기를 놓쳤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나가기 전에 나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 직후에 사퇴, 불출마 선언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요구했을 때 받아들였다면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 진정성 있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이 상승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이나마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국민의힘 지도부에 말씀하셨다고.

▲제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정진석, 주호영 두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전 대표 등 당 대표에게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영남권의 다선 중진이 경험과 경륜, 지명도를 바탕으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또 좋은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두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마이동풍입니다. 듣질 않습니다. 

-이번 선거의 화두가 될 이슈로 뭘 꼽을 수 있을까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공천과 정책이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망사’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당이 공천 과정서 잡음 없이 공정하게 참신한 인물을 데려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저출산이 가장 큰 화두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저출산이라는 화두에 청년층의 취업·주거·양육 문제가 모두 포함돼있습니다. 15년 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 사용한 돈이 283조원에 이릅니다. 17년으로 넓히면 300조원이 넘습니다. 2022년만 따져도 50조원을 썼는데 신생아 수는 25만명에 그쳤습니다.

한 사람 당 2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고도 출산율을 잡지 못한 것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못 쓰니 벌어진 일입니다. 결국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2월15일 인터뷰 이후 열흘 동안 정치권의 상황이 요동쳤다. 추가 인터뷰를 위해 12월26일 유 상임고문을 한 차례 더 만났다. 유 상임고문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과 ‘비대위원회 설치 안건’을 의결하는 전국위원회 ARS 투표를 진행 중이었다.

결과는 재적 824명 가운데 65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627표로 안건이 가결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공식 취임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공선을 추구하고 어떤 개인에게도 맹종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언론을 통해 지켜봤을 때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기 등판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지만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등판
성공할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만큼 이제부터는 사람을 잘 둬야 합니다.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경륜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문제 있는 인물은  선수에 관계없이  공천과정에서 과감하게 배제해야 합니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천을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시민들의 바람을 실천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인사가 필요합니다. 이번달 말까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의 힘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서 비대위원장 변신
“부족한 정치 경험 사람 중요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멀리 바라보는 통찰력과 더 큰 그림을 그려 새로운 길로 가려는 참신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집권당이 되는 데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행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민주당이 혁신할 수밖에 없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이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전에 이뤄졌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타격이 상당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그 파급력을 상쇄했다고 보입니다. 강이 흘러서 바다서 만나듯 이준석 전 대표와는 총선 이후에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제3지대론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금태섭·양향자·류호정 의원, 그리고 이준석 전 대표 등이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합을 구성한다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3지대의 크기는 양당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당이 개혁에 성공하면 제3지대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실패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4월10일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될 텐데요.

▲과거 초선 의원은 ‘정풍 운동’을 주도하면서 당내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정인을 몰아내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줄을 서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헌법기관입니다. 그 격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합니다.

-정치인의 덕목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직하고 겸손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읽고 이를 위해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에는 완승이라는 게 없습니다. 타협하고 조율하면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정치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지도자를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의 모습서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제가 생기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인권·민주·평화·번영을 위해 힘쓰고 IT 정보화에 눈을 돌리는 등 탁월한 안목을 지닌 지도자였습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고 민주정부를 완성 시키는 데 낭만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치인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젊은 지도자
3김 배워야

-대한민국 정치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1987년 정치 체제는 이제 낡았습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비상할 수 없습니다.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제도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와 함께 윤석열정부서 가장 화두가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40~50대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70~80대의 노회한 정치인이 또 총선에 나서려 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다시 정치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노회한 정치인은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 리더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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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