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초대석> 국민의힘을 말하다 유준상 상임고문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 상황은 시간 단위로 변화 중이다. 수장이 바뀐 국민의힘,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3지대까지 정계 시계는 ‘제로(0)’ 상태다. 길잡이가 필요한 시기다. <일요시사>가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을 만나 한국 정치가 가야할 길을 물었다. 

“정치는 생물이다.” 국민의힘 유준상 상임고문의 말을 증명하듯 불과 열흘 새 정치권 상황이 급변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당을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더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제보와 관련해 내전이 일어났다. 

양당 실망
정치 불신

집권여당과 거대 야당을 떠난 일부 의원이 제3지대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잘나가는 듯 보이는 국가 경제에 반해 국민의 체감 경기는 얼어붙은 상태다. 출산율은 사상 최저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청년층은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지 않는다.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100일 앞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 상임고문은 “정당의 리더뿐만 아니라 국가에 원로가 없는 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GDP(국내총생산) 10~12위를 오가는 선진국이다. K-컬처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 상황서 오로지 여의도 정치판만 엉망”이라고 한탄했다. 

당초 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의 인터뷰 요청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그는 “정치권에 있을 무렵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치인이 아니었다”며 “그래서 현재 정치 상황과 관련한 인터뷰에 응할 자격이 있는지 깊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입을 열어야 할 상황이라면 부족하지만 꼭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선 22대 왕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에 나오는 ‘미가이언이언자 기죄소(未可以言而言者 其罪小), 가이언이불언자 기죄대(可以言而不言者 其罪大)’ 즉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12월15일, 같은 달 26일 한국정보기술연구원서 유 상임고문을 만났다. 다음은 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

-정국이 혼란스럽습니다.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입니다. 야당은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당 전체가 나섰고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은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또 어떻습니까? 당원의 뜻에 따라 뽑은 대표를 몰아내지 않았습니까? 서로 단합해도 모자랄 상황에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습니다.

-정국 혼란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사명감, 애국심 같은 국회의원이 가져야 할 덕목이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직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고 당을 사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복합적으로 위기를 불러 왔습니다. 내부 갈등도 문제지만 여당과 야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 대통령선거 당시 각 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이 주춤거리면서 발을 빼고 있는 형국입니다.

총선 앞두고
내부 총질


-4·10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윤석열정부의 향후 3년이 달려 있습니다. 승리하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을 것이고 패배하면 조기 레임덕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와 동시에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면서 여야 정치인에 대한 국민 심판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 보여집니다. 

혼란의 국민의힘·리스크 민주당
이준석 안고 제3지대 헤쳐 모여?

-국민심판이라고 하시면?

▲정치는 버려야 얻습니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들은 어떻습니까? 누구도 손 안에 쥔 권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 여론에 등 떠밀려 자리를 내려놓고 불출마 선언을 하는 식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민에게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결단의 시기 또한 때를 놓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시기를 놓쳤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와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나가기 전에 나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치는 타이밍입니다. 강서구청장 선거가 끝난 직후에 사퇴, 불출마 선언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요구했을 때 받아들였다면 국민에게 집권당으로서 진정성 있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지율이 상승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이나마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당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국민의힘 지도부에 말씀하셨다고.

▲제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서 정진석, 주호영 두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전 대표 등 당 대표에게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영남권의 다선 중진이 경험과 경륜, 지명도를 바탕으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또 좋은 후보를 영입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두 번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마이동풍입니다. 듣질 않습니다. 

-이번 선거의 화두가 될 이슈로 뭘 꼽을 수 있을까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공천과 정책이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망사’가 되고 있습니다. 어느 당이 공천 과정서 잡음 없이 공정하게 참신한 인물을 데려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지금으로선 저출산이 가장 큰 화두로 작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저출산이라는 화두에 청년층의 취업·주거·양육 문제가 모두 포함돼있습니다. 15년 동안 출산 장려를 위해 사용한 돈이 283조원에 이릅니다. 17년으로 넓히면 300조원이 넘습니다. 2022년만 따져도 50조원을 썼는데 신생아 수는 25만명에 그쳤습니다.

한 사람 당 2억원에 달하는 돈을 쓰고도 출산율을 잡지 못한 것입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세금을 제대로 못 쓰니 벌어진 일입니다. 결국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들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12월15일 인터뷰 이후 열흘 동안 정치권의 상황이 요동쳤다. 추가 인터뷰를 위해 12월26일 유 상임고문을 한 차례 더 만났다. 유 상임고문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과 ‘비대위원회 설치 안건’을 의결하는 전국위원회 ARS 투표를 진행 중이었다.

결과는 재적 824명 가운데 65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627표로 안건이 가결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공식 취임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공선을 추구하고 어떤 개인에게도 맹종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언론을 통해 지켜봤을 때 비대위원장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기 등판으로 인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웠지만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된 이상 흔들림 없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등판
성공할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인재를 영입하고 이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선거를 진두지휘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만큼 이제부터는 사람을 잘 둬야 합니다. 부족한 정치 경험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경륜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동훈 비대위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한동훈 비대위가 성공하기위해서는 선결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문제 있는 인물은  선수에 관계없이  공천과정에서 과감하게 배제해야 합니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공천을 진행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신하고 능력있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달라는 국민과 시민들의 바람을 실천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선진국형 인사가 필요합니다. 이번달 말까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국민의 힘을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서 비대위원장 변신
“부족한 정치 경험 사람 중요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멀리 바라보는 통찰력과 더 큰 그림을 그려 새로운 길로 가려는 참신함이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불출마 선언은 국민의힘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집권당이 되는 데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행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또 민주당이 혁신할 수밖에 없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이 한동훈 비대위 출범 전에 이뤄졌으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타격이 상당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그 파급력을 상쇄했다고 보입니다. 강이 흘러서 바다서 만나듯 이준석 전 대표와는 총선 이후에 다시 만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제3지대론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당을 만들겠다고 나선 금태섭·양향자·류호정 의원, 그리고 이준석 전 대표 등이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합을 구성한다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제3지대의 크기는 양당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당이 개혁에 성공하면 제3지대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실패하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얻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4월10일 새로운 인물들이 국회에 입성하게 될 텐데요.

▲과거 초선 의원은 ‘정풍 운동’을 주도하면서 당내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번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에게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정인을 몰아내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줄을 서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국회의원은 한 명, 한 명이 독립된 헌법기관입니다. 그 격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합니다.

-정치인의 덕목은 뭐라고 보십니까?

▲정직하고 겸손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책임감을 가지면서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읽고 이를 위해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치에는 완승이라는 게 없습니다. 타협하고 조율하면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지금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정치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지도자를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의 모습서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제가 생기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결단을 내렸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인권·민주·평화·번영을 위해 힘쓰고 IT 정보화에 눈을 돌리는 등 탁월한 안목을 지닌 지도자였습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문민정부를 탄생시키고 민주정부를 완성 시키는 데 낭만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치인에게서도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젊은 지도자
3김 배워야

-대한민국 정치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요?

▲1987년 정치 체제는 이제 낡았습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비상할 수 없습니다.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제도로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와 함께 윤석열정부서 가장 화두가 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처럼 40~50대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70~80대의 노회한 정치인이 또 총선에 나서려 한다는 말이 들립니다. 다시 정치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참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이 아니라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노회한 정치인은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젊은 리더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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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