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구원투수’ 조태용 청문회 관전 포인트

파벌 싸움, 어땠길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후임이 내정됐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다. 한 차례 외부 인사로 불거진 국정원 내홍에도 대통령실은 외부 인사를 다시금 기용한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가 국정원 내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윤석열정부의 안보 라인 2기 출범이 눈앞이다. 2023년 12월19일 대통령실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김규현 전 국정원장의 사표를 수리한 뒤 3주 만이다. 국정원은 내부 인사를 둘러싼 내부 알력 다툼이 불거지며 수뇌부가 모두 경질됐다. 현재는 신임 홍장원 1차장이 원장 대행을 맡고 있다.

내홍

정부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무게감과 내홍으로 곤욕을 겪은 국정원의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조태용 후보자를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 방첩 기능 강화를 통해 국정원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고질적인 내부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인사 문제로 연일 시끄러웠다. 2022년 10월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사실상 국정원 2인자인 조상준 전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조 전 실장 사퇴 이전에 국정원 1급 간부 20여명이 퇴직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2차 인사 파동이 일었다. 10여명의 인사 대상자 중 A 전 방첩센터장 및 그의 국정원 동기 3명, 주미대사관공사, 주일대사관공사, 해외분석국장 등과 인사 책임자인 국정원 인사처장까지 ‘대기발령’ 조처됐다. 당시 김규현 전 국정원장이 제청하고 윤 대통령이 재가한 1급 간부 5명의 인사가 번복됐다.

최고위급에 대한 인사 번복은 6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차 인사 파동의 원인으로 외교관 출신인 김 전 원장과 내부서 꾸준하게 승진을 이어온 권춘택 전 1차장이 해당 인사로 알력 다툼을 벌였다는 설이 제기됐다. 또 외부 인사와 문재인정부 당시 중용됐던 인사들의 다툼이라는 설도 나왔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김 전 원장의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윤 대통령은 그를 다시 한번 신임했다. 그러나 국정원 내부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인사 내홍’ 사태로 수뇌부 전격 교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내세워 정리 작업

오히려 국정원 내부 알력 다툼은 더욱 격화됐다. 한쪽은 인사 정횡을 했다고 지목됐던 A씨와 가까운 사람들이 또 인사 개입에 연루됐다고 주장했으며 다른 한쪽에선 인사 청탁 의혹 등으로 감찰을 받게 된 이들이 김 전 원장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3차 인사 파동은 국정원 수뇌부 모두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칼을 빼들고 정권 초기부터 이어진 인사 파동과 관련된 국정원장, 1·2차장을 모두 경질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공사를 임명해 당분간 원장 직무대행을 맡겼다.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조 후보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특히 미국통으로 평가된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박근혜정부 외교부 제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21대 총선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주미한국대사를 맡은 뒤 2023년 3월 말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 후임에 임명돼 9개월간 안보실장으로 일했다.

안보 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서 국정원 수장으로 옮기는 것은 그만큼 국정원의 상황이 안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고조되는 상황서 내부 잡음을 확실히 잡을 카드로 조 후보자를 선택했다. 특히 조 후보자가 윤정부서 국가안보실장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조직 장악력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람 좋은 미소에 숨겨진 진가가 따로 있다”며 “업무 능력을 앞세워 조직을 빠르게 장악하는 능력이 출중하다”고 말했다.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임해 어수선하던 안보실의 분위기를 신속하게 추스르면서 윤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도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조 후보자에 대해 “후보자는 외교 1차관, 안보실 1차장 및 주미국대사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외교안보 분야 전략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대미 관계와 대북 안보 문제에 모두 정통하고 경륜이 풍부하다. 후보자가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구축하는 등 큰 성과를 보여준 만큼 국정원장으로서도 대한민국의 안보와 정보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 ‘미국통’
내부 잡음 확실히 잡을 카드?

조 후보자는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우리 외교의 입지와 전략적 공간, 활동 영역을 늘려 안보와 번영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데 헌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와 국정원은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전 원장에 이어 정통 외교관 출신이 국정원 수장에 연거푸 발탁이 된 점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인사인 김 전 원장이 내부 장악에 실패하면서 국정원 내홍이 격화된 것이 지난 수뇌부 전격 교체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후 내부 인사 발탁에 무게가 실렸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 실장의 경우 이미 안보실을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안보사령탑서 국정원장으로의 수평 인사도 주목된다. 당초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 등 수평적 인사가 아닌 수직적 인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외교안보의 특성상 인재풀이 넓지 않은 상황서 믿을 수 있는 참모에게 ‘국정원 정상화’라는 중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정부의 협소한 인재풀도 인사청문회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이 논란 속에 경질되고 이를 ‘돌려막기’ 인사로 채우는 일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앞서 이뤄진 7개 부처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후임 인선을 두고도 비판이 많았다. 총선 출마가 유력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직무 3개월 만에 후임이 발표됐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은 직무 5개월 만에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돼 ‘검찰 인맥 회전문’ 비판을 받았다.

연속성 있는 조직 운영 대신 ‘총선용’ ‘회전문’ 인선이 두드러지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2019년 10월 주유엔 대사를 마지막으로 현역서 떠났던 조 전 대사가 4년 만에 복귀한 것도 협소한 현 정부의 인재풀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법은?

한편 대통령실은 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안보실 3차장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차장은 외교, 2차장은 국방, 3차장은 경제안보를 담당한다”며 “외교와 경제의 경계가 무너지고 특히 과거 자유무역주의서 평온하던 국제 경제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서 공급망이 중요해 사령탑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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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