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꼬인 외교를 풀다’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

“공식적으로 접근하면 공식적인 답변밖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세계 정세가 혼탁하다. 전쟁은 세계를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가고 경제 지표는 바닥을 향하는 중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외교력이 필요한 시기다. 출범 2년째를 맞고 있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에는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중국과 동아시아, 중동 국가서 활동하고 있는 민간외교 전문가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에게 물었다.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은 “내년에도 세계적인 환경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전쟁이 두 건이나 일어났고 그 여파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새해에도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은 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 여파
직간접 영향

윤 회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란과의 상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다시 동결됐기 때문이다. 60억달러에 이르는 대금은 과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돈이었다.

그동안 대이란 제재 때문에 한국에 묶여 있다가 지난 9월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과 미국에 억류된 이란인을 서로 맞교환한다는 조건으로 동결을 해제한 바 있다. 

대금은 미국과 합의해 한국서 스위스은행을 거쳐 카타르의 은행으로 이체됐고 미국은 이란이 미국의 승인을 거쳐 식량과 의약품 구매 등 인도주의 용도로만 쓰도록 했다. 문제는 이란이 오랫동안 지원해온 하마스가 지난 10월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자금을 다시 동결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은 ‘대이란 테러 자금 차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카타르와 협의 하에 당분간 이란이 그 돈을 인출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사실상의 재동결 조치다. 한국은 2021년 동결자금 반환 문제로 한국국적상선 ‘한국케미호’가 나포되기도 했다.

윤 회장은 이란 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시간 물밑서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서 8년여간 공들인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은 옛 친구
중국은 새 친구

윤 회장은 “세상의 모든 일은 갑과 을이 문제가 돼서 일어나는 일인데, 이번 일은 갑과 을은 합의가 됐는데 병과 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그런 면에서 정말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는 한‧중‧일 세 나라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 진행하는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지원하는 단체다. 윤 회장이 회장으로 활동한 아태경제문화연구소와 통합해 탄생했다. 윤 회장은 세 나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민간 주도로 조율하는 이른바 ‘민간외교 전문가’로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내 가장 정통한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윤 회장은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인 한·미·일 동맹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중 관계에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밀착하면서 중국이 배제되는 모양새가 취해졌고 그 결과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 회장은 “현재 한중 관계는 경직을 넘어서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윤 회장과의 일문일답.


-윤석열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국이라는 나라는 미국 없이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정부서 강조하는 한미동맹은 외교의 기본이 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배제’하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윤정부 외교정책의 아쉬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면?

▲지난 8월 한·미·일 3국 정상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서 만나 북한 관련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이 과정서 중국은 완전히 배제된 상태였습니다. 중국에 모든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대만 문제 등 중국과 관련돼있는 부분은 이해당사국인 중국에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은 이런 점에서 소외감과 서운함, 섭섭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국 배제
소외·섭섭

-윤석열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지난 10월 주한중국대사관서 한중 우의를 위한 친선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깊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미동맹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배려를 보여달라’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국은 북핵 문제, 탈북자 북송 문제 등 한국의 가장 큰 외교 현안과 밀접하게 연관돼있습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은 당사자나 다름없습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가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난 자리서 탈북자 북송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결국 중국의 협조 없이는 이런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한미 동맹 기반으로 
한중 관계 개선해야

-북한 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말씀해주신다면?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무기로 전쟁 억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핵우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개입하는 시기가 전쟁이 발발한 이후라는 점입니다. 서울에 핵이 떨어지면 국민 1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의 역할은 이미 피해가 발생한 후에 생깁니다. 


반면 중국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북한을 사전에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석유 공급을 위해 북한과 연결돼있는 파이프라인은 중국의 결정에 따라 개폐가 가능합니다. 중국이 파이프라인을 잠그게 되면 북한은 전쟁 자체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전쟁에 대한 현실적인 억제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전쟁을 해서 이기는 것보다 전쟁 자체가 벌어지지 않게 하는 억제력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어떤가요?

▲2016~2017년 한국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26~27%에 이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로부터 그 정도의 경제적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닙니다만, 역으로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그만큼 깊은 관계라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19%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일본과 유사한 비율로 한중 양국에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정부 대중 외교의 아쉬운 점을 지적해 주신다면?

▲대중 외교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정책은 사건이 일어날 때만 움직인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번 부산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요소수 수입 문제 같이 ‘그때 그때’ 사안에만 대응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서 관계가 멀어지면 핫라인조차 유지하지 않습니다.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 핫라인을 회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는데도 또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정치 특성을 모르고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북핵 문제
탈북자 북송


-중국의 정치 특성을 설명해주신다면?

▲중국은 특정 현안에 대해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서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앞서 문재인정부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을 때 중국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탈북자 북송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 외교부 부장을 만나고, 한덕수 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났지만 언급이 없었습니다.

관 주도 외교 방식 아쉬워
민간 채널 적극 활용 필요

-그렇다면 한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서 많이 대화하면 많은 협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20대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문제에만 집중한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한중 수교 초기부터 저와도 가까운 30년 지기입니다. 북핵 문제, 탈북자 북송 문제 등 한국의 대중 외교 현안과 관련해서는 싱하이밍 대사에게 가서 자문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시진핑 주석이나 왕이 부장에게 말하면 그들 역시 대사이기 전에 한반도 전문가인 싱하이밍 대사에게 중국의 외교 프로세스를 따라서 의견을 묻습니다.

-윤석열정부는 왜 싱하이밍 대사를 만나지 않을까요?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싱하이밍 대사에게 이 같은 자문을 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의 외교부 장관이나 국가주석이 있는데 굳이 주한중국대사를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 시스템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른데 한국식 정치적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윤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정책은 모두 ‘관’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민과 관이 협력하는 외교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관 주도의 외교정책이라 하시면?

▲모든 문제에 공식적으로 접근하면 공식적인 답변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공문으로 하는 외교는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의 배경도 관 주도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정부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지만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 부분이 굉장히 아쉽습니다. 국가간 경쟁일수록 민간 채널이 정말 중요한 작용을 하는데 그 부분을 활용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를 말씀해주신다면?

▲미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미국은 우리의 옛 친구입니다. 중국은 우리와 1991년 수교를 맺은 새 친구입니다. 옛 친구에 대한 배려만큼 새 친구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합니다. 외교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배려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동시에 지속성을 놓치면 안 됩니다. 외교는 단숨에 이뤄지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신경 써야 정말 중요한 순간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배려 기본
지속성 중요

-한국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국격에 맞는 외교정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국가간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가간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지킬 수 없을 때는 상대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관계를 맺다보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상대 국가의 행보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상황에 따라 발 빠르게 외교적 대응을 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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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