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여전히 경찰 걱정하는 류삼영 전 총경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08 14:57:33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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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간 없던 문제가 터지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류삼영 전 총경을 만났다. 경찰복이 아닌 정장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경찰에 대한 우려뿐이었다. “경찰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냐. 경찰의 시선을 국민에게 돌려놔야 한다. 지금은 경찰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것이 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류 전 총경의 말이다.

경찰은 사회의 공공 안전과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과 목적을 지닌 기관이다. 경찰은 크게 사법경찰과 행정경찰로 나뉜다. 사법경찰은 이미 발생한 범죄를 수사하는 역할을 하고, 행정경찰은 범죄와 재해에 대한 예방, 대비 및 진압을 통해 공안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

경찰복 벗고   
첫 행보가…

기본적으로 경찰은 범죄의 예방과 재해 방지 등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해 ‘치안경찰’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찰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18일 제78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서 경찰들에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존재 이유임을 가슴 깊이 새겨 달라.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경찰 조직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 중심으로 재편하고 현장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말 그대로 모든 게 이뤄지면 한국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 실제로 그럴까? 이에 대해서 류삼영 전 총경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오히려 시민들로 하여금 치안이 안 좋아진다고 느끼게끔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류 전 총경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개최했다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어 올해 하반기 인사이동에서 총경보다 계급이 낮은 경정급 간부가 주로 맡아온 경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 팀장으로 전보됐다.

류 전 총경은 총경 8년 차인 자신을 112 상황 팀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사실상 강등에 가까운 보복인사”라고 반발해 지난 7월31일에 사표를 제출했고, 지난 8월11일에 의원면직됐다. 

그 과정 중에 류 전 총경이 했던 일은 바로 글쓰기다. 류 전 총경이 근 1년간 준비한 책 <나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가 오는 11일 출간되며, 오는 14일 오후 6시30분에는 부산시 부산진구에 위치한 영광서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이 책은 그간 류 전 총경이 겪은 일이 담겨있다. 이제 ‘류 시민’이자 ‘류 작가’가 된 류 전 총경이지만, 현재 경찰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정권에 들어서며 경찰 78년간 한 번도 없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일 부산시 문현동에 위치한 카페 메그네이트서 류 전 총경을 만나 현재 경찰의 문제점과 앞으로 류 전 총경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류 전 총경은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류 전 총경은 “지난 8월11일 류 시민이 됐다. 지금 책을 발간한다고 하니 정치후원금을 모으려는 출판기념회라고 오해한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쓴 지 이미 1년이나 됐다”고 전했다.

경찰국 신설 반대하다 정직 징계
112 팀장 전보…“보복인사” 사직

류 전 총경에게 책을 쓰라고 조언한 것은 임은정 부장검사다. 1년 전쯤 방송에 출연하려고 대기 중이었던 류 전 총경은 임 부장검사를 만났다. 류 전 총경의 다음 출연진이 임 부장검사였던 것이다.

이때 임 부장검사는 “여태까지 겪은 일을 꼭 기록해 놓고 책으로도 써 달라. 책을 쓰면 생각 정리가 되고 마음에 힐링이 일어나 좋은 게 많다”고 권했다. 그렇다고 바로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그 뒤 모임에서 다시 한번 임 부장검사를 만났다. 그때 다시 책 쓰는 것을 권유받아 시작한 것이다.

임 부장검사의 말이 맞았다. 대기 4개월, 정직 3개월, 치안지도관 5개월 중 1년 동안 글쓰기는 그에게 위로가 돼줬다. 마음의 고통을 글 쓰는 고통이 덮어버린 것이다. 류 전 총경은 그간 겪었던 일의 의도가 ‘경찰을 낮추고 죽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전 총경은 “경찰서장 따위가 무슨 회의를 하냐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라고 강조했었다”며 “본인들 머리에 쿠데타 생각이 있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친위 쿠데타다. 검찰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는데 검수완박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축소됐으니 이번 정권서 수사권을 회복하려고 대통령령으로 법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위 쿠데타란 이미 권력을 쥐고 있는 측이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스스로 벌이는 쿠데타다. 그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을 대통령령으로 개정하면 되니까. 친위 쿠데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왜 하필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쿠데타라고 하냐. 다른 식으로 지적해도 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들 머리에…
친위 쿠데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에 나온다. 전국 경찰서장 모임은 공무원이 정치적인 중립을 위해 휴일 사비를 들여 회의한 것. 이런 일을 겪고 현직 경찰관이 사직서를 내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류 전 총경은 “지금 검찰 공화국을 꿈꾸는 사람들이 단계를 밟고 실시하는 것이다. 이 장관이 경찰에 대해서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 미리 각본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이어갔다.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것 자체가 현 정부의 성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류 전 총경은 “이승만정권은 내무부에 경찰국을 넣었다. 내무부 장관이 경찰을 쥐고 흔들어 불법 선거, 고문 치사를 했다. 그러니 나중에 경찰이 정권과 한 몸이면 안 된다고 내무부서 삭제됐다. 그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다시 경찰을 내무부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태우정권서 경찰법을 만들어 경찰청이 성립돼 내무부서 완전히 독립됐다. 말 그대로 독재 정권은 경찰국을 만들고 민주 정권은 정부와 경찰을 분리한다. 현 정권이 경찰국을 만든다는 것이 어떤 성격을 내포하는 것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국은 경찰이 다시 시민 인권침해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과거로 다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현재 경찰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장 첫 번째는 전국 치안센터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치안센터는 995곳이다. 치안센터는 과거 파출소를 통합해 지구대로 개편하면서 쓰지 않게 된 파출소를 주민 편의 등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보통 치안센터는 퇴직을 앞뒀거나, 건강 문제로 병가를 낸 뒤 복직한 경찰관 1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주하면서 주민 민원을 상담해준다. 가령 보이스 피싱 전화를 물어보거나, 스팸 문자에 관해 물어보는 것 등이다.

정치 입문?
“신중히 고민”

그런데 시골을 중심으로 치안센터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 “효율적인 국유재산 관리 등을 위해 연내 일괄 감축을 추진했지만, 농촌 권역 주민의 치안 불안감 등을 고려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우선 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인천 등 7개 광역시와 대도시권 지역 치안센터 202곳을 올해 안에 감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류 전 총경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치안센터 목적은 기본적으로 지역 치안 강화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류 전 총경은 “시골에는 치안센터에 불이 켜져 있는 것 자체가 믿음이고 든든한 것이다. 보통 사람이 파출소에 몇 번 가느냐? 치안센터가 있어서 안전감이 있는 것”이라며 “경찰이 치안센터를 없애고 112 신고 로테이션을 빨리 돌리겠다는 것은 결국 경찰만 편하게 일하겠다는 것이다. 치안센터를 거의 다 없앤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안센터를 없애면 어떻게 될까? 현재 치안센터가 있는 땅은 경찰청 소유가 아니다. 일부는 경찰청 땅이나, 나머지는 각 시나 국가 소속 땅이다.. 이 땅을 경찰이 각 지역의 치안 목적을 위해 빌려서 쓰고 있다. 치안센터를 폐지하게 되면, 경찰청 땅은 팔고 나머지는 각 소유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시골 치안이 무너진 뒤에 다시 치안센터를 만들겠다고 해도 치안센터를 지을 땅이 없는 것이다.

류 전 총경은 “치안센터를 없애고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치안 약자와 서민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뒤에 다시 치안센터를 지으려고 하면 지을 수 없다. 이게 문제다. 다음 경찰청장이 왔을 때 복구할 수 없는 정도가 문제인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그렇다면 치안센터를 없애는 이유는 무엇일까? 류 전 총경은 이에 대해 경찰 인력에 쓰이는 재정이 바닥났기 때문이라고 봤다. 

“경찰국은 민간인 사찰도 가능”
“돈 없다고 전국 치안센터 줄여?”

경찰은 묻지마식 범죄 예방을 위해 지하철역과 백화점 인근 등 다중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경찰, 형사, 기동대, 경찰특공대까지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투입했다. 심지어 해외서 테러가 발생할 때 사용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도심 한가운데 배치했다.

결국 경찰청의 대응으로 인력 예산이 소진된 것이다. 류 전 총경은 “치안센터를 없애서 그 돈으로 경찰관 훈련소를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고 훈련소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강당서 계속하면 된다. 경찰 역사상 78년간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경찰은 추가 근무를 하지 않고 ‘칼퇴’를 종용받고 있다. 추가 근무 시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 업무 특성상 신고가 들어오면 퇴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류 전 총경은 이 상황에 대해 “일을 균형 있게 하고 앞뒤를 재가면서 해야 한다. 그런데 경험 없는 정권과 경험 없는 청장은 한쪽으로 쏠려서 일한다. 1년 계획을 무시하고 시간, 사람, 돈을 한쪽으로 다 쓰고 나중에 모자라니 이렇게 채운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개했다.

류 전 총경은 자신의 SNS에 “박정훈 대령에게 술 한 잔 사고 싶다. 내가 겪은 일과 너무 겹친다”고 적은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박정훈 대령과 내가 받는 재판 날짜와 시간이 12월7일 오전 10시로 같다. 박 대령은 군사법원, 나는 행정법원이다. 우연의 일치지만 운명적으로 느낀다. 박 대령은 너무 훌륭하다. 군은 상관의 명령을 100% 따라야 하니까”라고 넌지시 말했다.

그간의 일을 겪으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까? 

류 전 총경은 오히려 별 것 아니었다는 의미로 “옛날 같았으면 능지처참당하고 3대를 멸했을 거다. 진짜로 죽였으니까. 지금은 공무원 못하는 정도지 않느냐? 옳은 일을 할 때는 이익을 따지면 안 된다. 오래 사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며 “가족이 내 선택을 믿어줬다. 무슨 일을 해도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건 너무 중요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경찰의 시선
시민 향하길”

<일요시사>는 류 전 총경에게 “정치에 입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류 전 총경은 “고민 중이다. 여러 방면으로 조언을 듣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패가망신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경찰 고위직 중에서는 나한테 ‘경찰의 목소리가 돼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방법은 여러 가진데, 신중하게 결정하려 한다. 유튜버하고 계속 글을 쓸 수도 있지 않겠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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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