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넘사벽 매력쟁이 덱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2 10:16:19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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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대세 블루칩 ‘남자다잉∼’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본명 김진영, 예명 덱스. 덱스는 현역으로 훈련 종료를 의미하는 엔덱스(ENDEX, END Exercise)서 엔을 뺀 이름이다. 덱스는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솔로지옥> 등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덱스가 가진 치명적 매력 포인트는 이 시대가 선호하는 남성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이 시대가 선호하는 가장 트렌디한, 안전하면서 또 ‘러블리’하게 다듬어진 남성성이 의인화된 인물이 있다.”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를 설명한 글이다. 덱스의 인기가 날로 급상승 중이다. 덱스는 2016년 대한민국 해군 부사관 251기로 임관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62-2기를 수료한 예비역 하사다. 

러블리
상남자

현역 시절 대테러부대인 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대서 4년간 복무했으며, 2018년 대한민국 국군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3진 해상작전대로 아랍에미리트(UEA) 해외파병도 8개월간 다녀왔다.

이름을 알린 것은 전역 후인 2020년부터다. 이때 덱스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밀리터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에 출연했다. 2021년 MBC의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게 됐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리얼리티 예능 <솔로지옥2>로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의 고정 출연자로 방송가 및 대중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유명 유튜버들 사이서도 메이저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는다.


<솔로지옥> 김재원 PD는 “덱스는 올해 가장 잘 산 주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PD는 지난 4일, 서울 용산동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넷플릭스 <솔로지옥3> 제작발표회서 “올해 산 주식 중 가장 잘 산 주식은 덱스다. 시즌2로 굉장히 잘됐는데, 생각보다 일찍 MC 제안을 했다. 저평가 우량주”라며 “그 후 미친 듯이 상한가를 치면서 올라가더니 지금은 올해 가장 핫한 주식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덱스가 MC로 돌아왔다. 세상서 가장 핫한 남자 아니냐.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덱스는 “MC 가운데 내가 감회가 가장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시즌2에서는 출연자였다면 시즌3에서는 MC 입장서 출연자를 보는 입장이 됐다. MC의 위치에 있다 보니 출연진의 세세한 포인트가 훨씬 잘 보인다. 나도 저렇게 티가 많이 났나 싶더라.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솔로지옥2>서 출연자로 나왔던 덱스가 시즌 3에선 MC로 바뀌었다. 역대 시즌 출연자들 중 MC 역할을 맡은 것은 덱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솔로지옥2> 방영 당시 보였던 덱스의 모습 덕분이다.

<솔로지옥2>서 덱스의 별명은 ‘메기남’이다. 메기남이란 막강한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로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의 신조어다.

미꾸라지나 정어리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투입하면 안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메기 덕분에 미꾸라지 혹은 정어리가 생존하기 위해 꾸준히 움직여 결국 살아있게 된다는 원리서 온 말이다.


<솔로지옥>에는 기본적으로 외모와 매력이 강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이 말은 덱스가 메기남이 된 것 자체가, 기존 출연자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없는 상한가 <솔로지옥> 출연서 MC로
<피의게임2> 신인 남자예능상 수상도

덱스는 메기남으로 <솔로지옥2> 프로그램 중간에 섭외됐다. UDT 특전사 출신답게 남성 출연진과 육탄전을 벌일 때는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발휘했고,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할 땐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해주는 매너남으로 기분을 맞춰주려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면, 덱스는 완전히 결이 다른 담백한 리액션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세가 없고 담백한 진솔한 면모가 특히 돋보였다. 데이트 식사 도중 파스타 면을 가위로 자르는 덱스를 보고 여성 출연진이 “파스타를 가위로 자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으며 말하자, “이런 데를 자주 못 와봐서 잘 모른다”고 쑥스러워하며 상대방에게 솔직한 사과를 했다.

스페셜 데이트 자리서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말하는 여성 출연자 앞에서는 “그럼 자신도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담백하게 말을 되받아치는 식이다.

화려한 언사 없이 툭툭 던지는 리액션인데, 여성 출연자들은 기존 남성 출연자들에게 허세를 느껴 덱스의 리액션에 마음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덱스의 인기를 올린 요소 중 하나가 ‘덱스표 플러팅’이다. <솔로지옥>뿐 아니라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잘 띄워주는 것으로 명성이 났다. 화려하고 달달한 언변이 아닌, 툭 치듯 들어오는 칭찬이 꽤 직설적인데 신기하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덱스는 조세호 MC에게 “손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런 덱스의 말에, 조 MC는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세심한 칭찬”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리액션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만한 포인트가 있었다. 덱스의 플러팅은 뻔한 표현이나 영혼 없는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좋은 점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 솔직한 표현의 근원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기울여서 얻어낸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덱스는 <유퀴즈 온 더 블록>서 자신을 ‘플러팅의 달인’이라 표현하는 세간의 평가에, “현재 이 사회가 서로에 대한 칭찬에 너무 야박한 것 같다. 나는 상대에게 그냥 그대로의 칭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덱스표
플러팅

이어 “저는 솔직히 <솔로지옥2>에 나가기 싫었다. 여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예능 중에 최정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까지 찍으면 나 안 불러줄 거 같은 거다. ‘지금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기옥을 잔뜩 모았다가 나가야 되는데. 시기상조가 아닌가’ 했다”며 “주위서 그러더라. ‘이때 아니면 못 나간다. 불러줄 때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조 MC가 <솔로지옥2>에 대해 “실제로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메기남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포지셔닝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냐”라며 궁금해하자 덱스는 “저는 ‘크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자’ 그게 신조인 것 같다. 하나는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거기 몰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여자친구를 정말 만들 생각으로 ‘여기서 내 여자친구를 만들고 나가겠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고백했다.

덱스는 “제 자신감과 패기는 군 생활 시절 다 만들어진 거 같다. 일 자체도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와서 이런 일을 할 때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해서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MC 유재석의 질문엔 “완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하겠다. ‘내가 이 사람한테 표현하면 실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관심을 표현했을 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생각하다 보니 항상 기다리는 편 같다”고 귀띔했다.

덱스는 JTBC 예능프로그램 <짠당포>서 플러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 “(표현은)정형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듯 말에 무게를 싣지 않지만, (상대의 장점에 대한)포인트와 팩트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암흑기 지나
방송계 점령

덱스는 유명세를 타기 전, 취업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군 입대 전이었다. 해군 특수전전단 UDT에 입대하기 전 덱스는 수영 강사였는데, 군 입대 전까지 사연이 복잡하다. 원래는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해상) UDU에 먼저 입대했는데, 그곳에서 5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주간인 지옥주를 마친 후 회복주 기간에 자진 퇴교했다.

그 이후 수영 강사로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수영장서 강사로 일했으나, 그곳은 이미 직원의 임금이 몇 달 치가 밀려있었고 대부분 그만두기 직전인 망해가는 곳이었다. 그나마 거기서 알게 된 UDT 출신의 수영 강사 소개로 다른 수영장에 취직하게 됐으나, 이미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라 수영센터 지하의 보일러실 구석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거기서 몇 달을 기거하며 낮에는 수영 강사로 일했는데, 밤에는 기계 소음에 사실상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소주 2병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때가 덱스의 인생서 최대 암흑기였고, 결국 다시 UDT에 입대했다. 

당시 덱스는 ‘여기서 또 퇴교하면 다시 보일러실서 잠을 자는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간절함 덕분에 UDT를 수료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비전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UDT였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군 전역 후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생방송을 시작했으나 처음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어 12시간 동안 혼잣말하며 방송하기도 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을 거쳐 덱스는 지난 7월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개최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서 예능·교양 부문 신인 남자예능인상을 받았다. 이날 상은 <피의 게임> 출연진으로 받았다.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은 <SNL 코리아 시즌3> 남현우, <러브캐처 인 발리> 김요한, <제로섬게임> 이이경, <환승연애2> 뱀뱀이었다.

“솔직하고 화려하지 않은 언변 매력”
일본 애니 추천으로 구설 올라 곤욕

덱스는 시상식서 “비연예인인 저를 포함시켜 시상해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저와 같이 <피의 게임2>를 찍으며 너무 고생하신 플레이어 분들 너무 고생하셨다”며 “무엇보다 항상 무뚝뚝한 아들을 둬서 불편함 많으신 부모님. 사실 그동안 부끄러워 말씀 안 드렸는데 이 방송은 처음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스트리밍 시리즈를 대상으로 열린 시상식이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쿠팡플레이, 티빙이 제작하거나 투자한 국내 드라마와 예능·교양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덱스도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추천한 영상 때문이다. 덱스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니박사 김덱스의 애니학개론’이라는 제목의 영상서 여러 내이메이션 작품들을 추천했다.

누리꾼의 지적을 받은 건 일본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다. 덱스는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반전이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굉장히 기괴하고 끔찍하고 잔인함이 담겨있다. 주인공이 또 여자인데 굉장히 끔찍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되게 밝다가 점점 딥해진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고 굉장히 잔인하다. 엄청 어리고 이쁜 애 얼굴이 갑자기 기괴해지기도 한다”고 해당 작품을 추천했다.

<메이드 인 어비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츠쿠시 아키히토의 작품이다. 일본의 다크 판타지 만화로, 다양한 유물이 숨겨져 있는 큰 웅덩이로 많은 사람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신비로운 세계관, 귀여운 그림체와 반대되는 잔혹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19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에 미성년자의 신체가 그대로 노출된다거나, 성적 페티시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내용이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잔인함의 수위도 높아 일각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다.

덱스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앞서 <메이드 인 어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던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덱스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의 제작발표회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제 중심을 잘 잡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중요한 건 그 전 조금 더 앞으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했을 때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로 경험한 인생 등이 모두 다르니까 관점 차이서 오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 잘 잡아가겠다. 걱정하고 우려하는 팬분들께 심려 끼치지 않게 조율해서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중심 잡고 
잘 살아왔다”

한편, 지난달 27일 덱스 소속사 킥더허들 스튜디오는 법적 대응과 관련한 공지를 재게시했다. 이날 덱스 측은 “익명성을 악용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소속 크리에이터 김진영(덱스), 소속사 사칭 및 주변인들과 관련된 악의적인 비방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인신공격성 게시물, 명예 훼손, 악성 댓글 사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영 및 주변 분들을 모욕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인 비방, 성희롱 등의 게재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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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