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넘사벽 매력쟁이 덱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2 10:16:19
  • 호수 14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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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대세 블루칩 ‘남자다잉∼’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본명 김진영, 예명 덱스. 덱스는 현역으로 훈련 종료를 의미하는 엔덱스(ENDEX, END Exercise)서 엔을 뺀 이름이다. 덱스는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솔로지옥> 등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덱스가 가진 치명적 매력 포인트는 이 시대가 선호하는 남성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이 시대가 선호하는 가장 트렌디한, 안전하면서 또 ‘러블리’하게 다듬어진 남성성이 의인화된 인물이 있다.”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를 설명한 글이다. 덱스의 인기가 날로 급상승 중이다. 덱스는 2016년 대한민국 해군 부사관 251기로 임관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62-2기를 수료한 예비역 하사다. 

러블리
상남자

현역 시절 대테러부대인 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대서 4년간 복무했으며, 2018년 대한민국 국군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3진 해상작전대로 아랍에미리트(UEA) 해외파병도 8개월간 다녀왔다.

이름을 알린 것은 전역 후인 2020년부터다. 이때 덱스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밀리터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에 출연했다. 2021년 MBC의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게 됐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리얼리티 예능 <솔로지옥2>로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의 고정 출연자로 방송가 및 대중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유명 유튜버들 사이서도 메이저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는다.


<솔로지옥> 김재원 PD는 “덱스는 올해 가장 잘 산 주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PD는 지난 4일, 서울 용산동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넷플릭스 <솔로지옥3> 제작발표회서 “올해 산 주식 중 가장 잘 산 주식은 덱스다. 시즌2로 굉장히 잘됐는데, 생각보다 일찍 MC 제안을 했다. 저평가 우량주”라며 “그 후 미친 듯이 상한가를 치면서 올라가더니 지금은 올해 가장 핫한 주식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덱스가 MC로 돌아왔다. 세상서 가장 핫한 남자 아니냐.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덱스는 “MC 가운데 내가 감회가 가장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시즌2에서는 출연자였다면 시즌3에서는 MC 입장서 출연자를 보는 입장이 됐다. MC의 위치에 있다 보니 출연진의 세세한 포인트가 훨씬 잘 보인다. 나도 저렇게 티가 많이 났나 싶더라.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솔로지옥2>서 출연자로 나왔던 덱스가 시즌 3에선 MC로 바뀌었다. 역대 시즌 출연자들 중 MC 역할을 맡은 것은 덱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솔로지옥2> 방영 당시 보였던 덱스의 모습 덕분이다.

<솔로지옥2>서 덱스의 별명은 ‘메기남’이다. 메기남이란 막강한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로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의 신조어다.

미꾸라지나 정어리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투입하면 안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메기 덕분에 미꾸라지 혹은 정어리가 생존하기 위해 꾸준히 움직여 결국 살아있게 된다는 원리서 온 말이다.


<솔로지옥>에는 기본적으로 외모와 매력이 강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이 말은 덱스가 메기남이 된 것 자체가, 기존 출연자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없는 상한가 <솔로지옥> 출연서 MC로
<피의게임2> 신인 남자예능상 수상도

덱스는 메기남으로 <솔로지옥2> 프로그램 중간에 섭외됐다. UDT 특전사 출신답게 남성 출연진과 육탄전을 벌일 때는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발휘했고,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할 땐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해주는 매너남으로 기분을 맞춰주려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면, 덱스는 완전히 결이 다른 담백한 리액션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세가 없고 담백한 진솔한 면모가 특히 돋보였다. 데이트 식사 도중 파스타 면을 가위로 자르는 덱스를 보고 여성 출연진이 “파스타를 가위로 자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으며 말하자, “이런 데를 자주 못 와봐서 잘 모른다”고 쑥스러워하며 상대방에게 솔직한 사과를 했다.

스페셜 데이트 자리서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말하는 여성 출연자 앞에서는 “그럼 자신도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담백하게 말을 되받아치는 식이다.

화려한 언사 없이 툭툭 던지는 리액션인데, 여성 출연자들은 기존 남성 출연자들에게 허세를 느껴 덱스의 리액션에 마음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덱스의 인기를 올린 요소 중 하나가 ‘덱스표 플러팅’이다. <솔로지옥>뿐 아니라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잘 띄워주는 것으로 명성이 났다. 화려하고 달달한 언변이 아닌, 툭 치듯 들어오는 칭찬이 꽤 직설적인데 신기하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덱스는 조세호 MC에게 “손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런 덱스의 말에, 조 MC는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세심한 칭찬”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리액션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만한 포인트가 있었다. 덱스의 플러팅은 뻔한 표현이나 영혼 없는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좋은 점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 솔직한 표현의 근원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기울여서 얻어낸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덱스는 <유퀴즈 온 더 블록>서 자신을 ‘플러팅의 달인’이라 표현하는 세간의 평가에, “현재 이 사회가 서로에 대한 칭찬에 너무 야박한 것 같다. 나는 상대에게 그냥 그대로의 칭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덱스표
플러팅

이어 “저는 솔직히 <솔로지옥2>에 나가기 싫었다. 여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예능 중에 최정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까지 찍으면 나 안 불러줄 거 같은 거다. ‘지금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기옥을 잔뜩 모았다가 나가야 되는데. 시기상조가 아닌가’ 했다”며 “주위서 그러더라. ‘이때 아니면 못 나간다. 불러줄 때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조 MC가 <솔로지옥2>에 대해 “실제로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메기남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포지셔닝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냐”라며 궁금해하자 덱스는 “저는 ‘크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자’ 그게 신조인 것 같다. 하나는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거기 몰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여자친구를 정말 만들 생각으로 ‘여기서 내 여자친구를 만들고 나가겠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고백했다.

덱스는 “제 자신감과 패기는 군 생활 시절 다 만들어진 거 같다. 일 자체도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와서 이런 일을 할 때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해서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MC 유재석의 질문엔 “완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하겠다. ‘내가 이 사람한테 표현하면 실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관심을 표현했을 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생각하다 보니 항상 기다리는 편 같다”고 귀띔했다.

덱스는 JTBC 예능프로그램 <짠당포>서 플러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 “(표현은)정형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듯 말에 무게를 싣지 않지만, (상대의 장점에 대한)포인트와 팩트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암흑기 지나
방송계 점령

덱스는 유명세를 타기 전, 취업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군 입대 전이었다. 해군 특수전전단 UDT에 입대하기 전 덱스는 수영 강사였는데, 군 입대 전까지 사연이 복잡하다. 원래는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해상) UDU에 먼저 입대했는데, 그곳에서 5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주간인 지옥주를 마친 후 회복주 기간에 자진 퇴교했다.

그 이후 수영 강사로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수영장서 강사로 일했으나, 그곳은 이미 직원의 임금이 몇 달 치가 밀려있었고 대부분 그만두기 직전인 망해가는 곳이었다. 그나마 거기서 알게 된 UDT 출신의 수영 강사 소개로 다른 수영장에 취직하게 됐으나, 이미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라 수영센터 지하의 보일러실 구석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거기서 몇 달을 기거하며 낮에는 수영 강사로 일했는데, 밤에는 기계 소음에 사실상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소주 2병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때가 덱스의 인생서 최대 암흑기였고, 결국 다시 UDT에 입대했다. 

당시 덱스는 ‘여기서 또 퇴교하면 다시 보일러실서 잠을 자는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간절함 덕분에 UDT를 수료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비전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UDT였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군 전역 후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생방송을 시작했으나 처음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어 12시간 동안 혼잣말하며 방송하기도 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을 거쳐 덱스는 지난 7월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개최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서 예능·교양 부문 신인 남자예능인상을 받았다. 이날 상은 <피의 게임> 출연진으로 받았다.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은 <SNL 코리아 시즌3> 남현우, <러브캐처 인 발리> 김요한, <제로섬게임> 이이경, <환승연애2> 뱀뱀이었다.

“솔직하고 화려하지 않은 언변 매력”
일본 애니 추천으로 구설 올라 곤욕

덱스는 시상식서 “비연예인인 저를 포함시켜 시상해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저와 같이 <피의 게임2>를 찍으며 너무 고생하신 플레이어 분들 너무 고생하셨다”며 “무엇보다 항상 무뚝뚝한 아들을 둬서 불편함 많으신 부모님. 사실 그동안 부끄러워 말씀 안 드렸는데 이 방송은 처음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스트리밍 시리즈를 대상으로 열린 시상식이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쿠팡플레이, 티빙이 제작하거나 투자한 국내 드라마와 예능·교양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덱스도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추천한 영상 때문이다. 덱스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니박사 김덱스의 애니학개론’이라는 제목의 영상서 여러 내이메이션 작품들을 추천했다.

누리꾼의 지적을 받은 건 일본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다. 덱스는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반전이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굉장히 기괴하고 끔찍하고 잔인함이 담겨있다. 주인공이 또 여자인데 굉장히 끔찍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되게 밝다가 점점 딥해진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고 굉장히 잔인하다. 엄청 어리고 이쁜 애 얼굴이 갑자기 기괴해지기도 한다”고 해당 작품을 추천했다.

<메이드 인 어비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츠쿠시 아키히토의 작품이다. 일본의 다크 판타지 만화로, 다양한 유물이 숨겨져 있는 큰 웅덩이로 많은 사람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신비로운 세계관, 귀여운 그림체와 반대되는 잔혹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19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에 미성년자의 신체가 그대로 노출된다거나, 성적 페티시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내용이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잔인함의 수위도 높아 일각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다.

덱스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앞서 <메이드 인 어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던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덱스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의 제작발표회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제 중심을 잘 잡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중요한 건 그 전 조금 더 앞으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했을 때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로 경험한 인생 등이 모두 다르니까 관점 차이서 오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 잘 잡아가겠다. 걱정하고 우려하는 팬분들께 심려 끼치지 않게 조율해서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중심 잡고 
잘 살아왔다”

한편, 지난달 27일 덱스 소속사 킥더허들 스튜디오는 법적 대응과 관련한 공지를 재게시했다. 이날 덱스 측은 “익명성을 악용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소속 크리에이터 김진영(덱스), 소속사 사칭 및 주변인들과 관련된 악의적인 비방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인신공격성 게시물, 명예 훼손, 악성 댓글 사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영 및 주변 분들을 모욕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인 비방, 성희롱 등의 게재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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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