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억’ 파두 사태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07 15:22:24
  • 호수 14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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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려도 너무 불린 ‘뻥튀기 상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조800억원 가치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파두(FADU)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기대와 달리 미미한 실적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파두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주가가 반토막 나자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언급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라는 날개를 달았던 파두의 추락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시작은 호재였다. 파두는 2015년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이지효 대표와 SK텔레콤 융합기술원서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했던 남이현 대표가 세운 스타트업이다.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서 데이터 처리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전송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SSD(Solid State Drive·데이터 저장 장치)컨트롤러다. 

날개 달고

지난 2월 120억원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이뤄냈다. 스타트업 펀딩 냉각 속에서 명확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SSD 컨트롤러는 SSD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를 의미한다. SSD 내에서 읽기, 쓰기, 수명 관리 등을 처리한다. 주요 고객사로는 SK하이닉스와 페이스북 지주사 메타가 있다. SK하이닉스에는 ‘Gen 3 SSD’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있으며, 메타에는 ‘Gen 4 SSD’ 완제품 형태로 납품했다.

이밖에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 구동시스템 반도체(DDIC), 메모리 하드디스크(HDD, 컴퓨터 대용량 저장장치) 설계 등이다. 국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말고는 독자 설계가 불가능한 기술인 만큼 기대감을 키웠다. 파두 연구원들은 서울대 반도체 연구실서 박사 시절부터 십수년을 갈고닦은 재야의 고수들로 평가받는다.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매출은 564억원으로 당시 Gen 3 SSD 컨트롤러 매출은 439억원, Gen 4 SSD 완제품 매출은 123억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인텔, 마이크론, 도시바 정도가 낸드와 SSD를 이해하고 컨트롤러를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그렇기에 파두의 도전은 의미가 있었다.

기대와 달리 상장 직후부터 불안감을 안겼다. 이지효 파두 대표는 지난 7월24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서 “PMIC, 네트워크 반도체, CXL 관련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상장을 통해 확보된 자금은 내년부터 양산을 위한 운용자금으로 사용하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파두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IPO서 총 625만주를 공모했다. 주당 공모 희망가액은 2만6000~3만10000원으로 상장 후 예상 기준시가 총액은 약 1조2495억~1조4897억원으로 측정됐다.

이 대표의 포부와 달리 지난 8월7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5.2% 하락한 2만6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초반 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하기도 했으나 결국 공모가보다 11% 낮은 2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조3263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44위에 머물렀다.

파두는 상장 전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서 참여 기관 84.4%가 희망공모가격(2만6000원~3만1000원)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며 공모가를 3만1000원으로 확정한 바 있다.

국내 유일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장밋빛 기대…까보니 매출 5900만원


하지만 수요 예측 경쟁률은 362.9대 1로 지난 7월 수요 예측을 실시한 곳 가운데 파로스아이바이오(303대 1),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192대 1)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79대 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푼 기대감이 흥행에 독이 됐다고 풀이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8월7일)파두의 주가는 회사의 기업가치 대비 공모가가 11% 비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파두는 상장 3개월이 지나서도 사상 최저가를 나타냈다. 지난 9일 파두 주가는 전날보다 1만400원(29.97%) 내린 2만4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파두 종가는 상장 첫날 기록했던 역대 최저가(2만7600원)를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날 급락으로 파두 시가총액은 전날 1조6890억원대서 1조1830억원대로 하루 만에 5000억원 규모가 증발했다.

10월까지만해도 파두 주가는 4만원선서 거래되며 기대감을 안겼다. 그러나 계속된 주가 부진에 이어 하한가를 맞이하면서 투자자들은 회사명에 빗대어 “파두 파두 끝이 없는 지하실”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코스닥서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파두가 유일하다.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은 이날 3분기 실적이 공시된 이후 불거졌다. 파두는 3분기 매출 3억2100만원, 영업손실 14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는 이보다 더한 5900만원에 그쳤다.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주가가 반토막 위기에 놓이자 이 대표는 실적자료를 통해 “메모리 산업은 지난 10년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볼 때 파두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큰 그림서 파두는 올해 강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악화된 실적에 겹쳐 최근 3개월 보호예수 물량(373만8044주)이 풀리면서 매도세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3억800만원, 83억4200만원 규모의 파두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33억9800만원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매출 공백으로 돌아선 투심은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의 주가는 2만850원으로 전일 대비 550원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실질적인 매출보다 고평가된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할 수 있었다.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성과 미래가치를 인정받은 파두는 비교적 진입장벽을 쉽게 넘었다는 것이다.

기술성장기업은 일정 시가총액, 매출, 매출 증가율,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가능했다. 실제 기업가치보다 부풀려지기 쉽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술특례상장’ 손질 나선 당국
업계선 SSD 시장 하락세 감지

파두 사태에 관해 상장주관사의 책임도 부각됐다. 파두 상장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은 상장 전 제시되지 않은 2분기 매출 공백에 대해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투자자들은 주관사가 모를 수 없다고 봤다. 최근 투자자들은 파두와 상장주관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례상장 기업들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공시 위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금융당국은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나섰다. 당장 예비 상장사들은 IPO(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시 제출 직전 월까지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잠정 포함)을 추가로 기재하고, 자본잠식 상태 기업들은 자본잠식 해소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주관사, 코스닥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상장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 제고를 위해 ▲상장 추진기업의 재무정보 투명성 제고 ▲상장 주관업무 내부통제 강화 ▲유관기관 협력 확대 등을 통해 상장 프로세스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날 김정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IPO 시장은 무엇보다도 투자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투자자를 기망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 역량을 총동원해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급추락

한편, 업계에선 이번 파두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두가 주력으로 개발하는 SSD 컨트롤러 시장이 위축될 전망은 이미 나온 얘기라는 것이다. 해당 업계에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주목을 받으면서 SSD보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부각될 것으로 점쳐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두의 매출 공백은 SK하이닉스 수주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파두가 주력하는 SSD 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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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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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