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BIFF특별취재팀=박대웅 기자] 올해로 열일곱번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4일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영화제로 우뚝 솟을 야망을 품은 BIFF는 올해 75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작 132편을 포함해 304편의 영화가 초청돼 10월 4일부터 13일까지 제2의 도시 부산을 영화의 향연으로 수 놓는다. 특히 올해 BIFF는 아시아지역 신인 연기자를 발굴해 합숙과 해외 연수 등의 교육과정을 거쳐 세계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아시아연기자아카데미(AAA)', 아시아필름마켓을 통해 출판산업과 영화산업을 연계하는 '북투필름'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4대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개·폐막작이 모두 아시아 영화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1996년 탈레반 정권 수립 후 핍박받았던 아프가니스칸 영화 특별전과 북한 최초의 서양과의 합작영화인 북한판 <빌리 엘리어트> 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와 냉전시대 동구권을 대표했던 폴란드 영화를 재조명하는 자리 등은 이채롭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일요시사>가 '5W1H N'을 통해 알아봤다.
Why
왜 이 영화인가
개·폐막작 <콜드 워> <텔레비전>
개막작: <콜드 워>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작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최초'라는 단어가 딱일 듯 하다. 먼저 개막작은 홍콩영화로서는 최초로 렁록만-써니 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양가위와 곽부성이 주연한 <콜드 워>가 차지했다. <콜드 워>는 국내팬은 물론이고 할리우드에서 <디파티드>로 리메이크 된 영화 <무간도>와 경찰조직 내에 범죄조직과 내통자가 있다는 설정 등에서 닮아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무간도>와 같은 듯 다른 매력이 있어 개막작으로 선정하게 됐다"는 말처럼 분명 <무간도>와 다른 차이점이 있다. 영화는 홍콩에서 경찰 5명이 피랍되는 사건에서부터 출발한다. 경무처장이 해외 출장 중인 가운데 두 명의 부처장 션 라우와 M.B 리는 사건 해결에 나선다.
차기 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대리 중인 두 사람은 자신에 대한 과신과 오만 권력욕 그리고 서로에 대한 불신 등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그 결과 두 사람은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관인 염정공서(ICAC)의 조사까지 받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사건은 해결되지만 미완의 해결에 그친다. 경찰 내부의 범죄는 계속되고 두 사람의 대립과 갈등은 극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홍콩시민의 안녕'이라는 공동의 사명이 있고 이를 통해 영화는 개인의 욕망과 양심의 싸움을 화려한 액션과 함께 치밀한 구성을 통해 관객 앞에 구현한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경찰 내부의 부조리가 아닌 홍콩의 법체계와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해 질문한다. 한 마디로 영화는 범죄영화의 탈을 쓴 탁월한 심리영화다.
폐막작: 텔레비전
이어 BIFF 폐막작 <텔레비전> 역시 최초의 방글라데시식 풍자영화의 등장을 알리는 영화로 종교관과 세대 간의 간극, 전통과 현대의 갈등, 가족의 사랑 등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통렬한 비판의식으로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영화의 배경이 된 방글라데시의 조그만 마을 마티누푸르는 마을의 종교지도자 이맘(아민)에 의해 일체의 이미지가 금지된다.
극단적 이슬람주의인 아민의 영향력 아래 놓인 이 마을에 어느 날 초등학교 교사인 쿠마르가 TV를 사오고, 이후 마을 사람들은 쿠마르의 집에 몰려든다. 아민은 힌두교도인 쿠마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TV를 없애 버린다. 하지만 이미 TV의 매력에 빠진 마을 사람은 이에 반기를 든다.
절망한 아민은 유일한 소망인 하지(메카순례)를 떠나려고 하지만 어려움이 닥치고 역설적이게도 TV에 의해 구원 받는다. 이 과정에서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은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인 아민의 완고함으로 인해 겪는 극단적 신앙의 폐해를 파헤치기 보다는 그 역시 가족을 사랑하는 나약한 한 노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그의 행동을 한편의 부조리극으로 매우 독특한 형태의 풍자영화를 완성한다. 깊어가는 가을 밤, 이국에서 온 독특한 스타일의 풍자 한편으로 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