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서울 벗어나 볼까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가와 시세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이 상승폭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서울 거주에 부담을 느끼는 주택 수요자들이 서울 근교, 일명 ‘준서울’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경기도 중 준서울 지역에서는 교통수단이나 자가용을 활용해 서울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경기 지역 분양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달 이후 5832가구가 분양을 준비,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3.3㎡당 평균 분양가는 지난 3월 2593만원서 8월 3743만원으로 5개월 새 1150만원(44.35%) 올랐다. 지난 4월 청약에 나선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의 경우 전용 84㎡가 8억2000만원부터 시작해 9억7600만원까지 책정됐다.

눈에 띄는
인구 이동

그러나 8월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는 같은 면적이 10억1100만원서 10억9900만원 사이 분양가가 책정돼 최고 1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 강북권을 벗어나면 분양가는 훌쩍 더 뛴다. 지난 7월 광진구서 분양한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전용 84㎡A 타입이 최고 14억9000만원으로 공급됐고, 지난달 분양한 ‘청계 SK VIEW’ 전용 84㎡는 1가구 공급이긴 했지만 13억4178만원의 분양가를 보였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이 분양가상한제 지역서 해제됐고, 공사비도 올라 분양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신 서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고, 분양 물량이 많아 쏟아지는 경기 지역으로 인구 이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은 ‘탈서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 비해 분양가가 낮은 경기 지역(경기도, 인천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도권 인구 구조는 마치 둥근 ‘도넛’ 모양처럼 서울 주변이 부풀어 오른 형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4~7월 국내 인구이동 집계에 따르면 경기지역(1만8130명), 인천(7817명)은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많은 순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은 1만3643명이 순유출 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준서울 지역이 서울과 인접해 서울생활권을 누리면서, 분양가는 합리적이기 때문에 눈을 돌려보라고 조언한다. 경기 북부에는 고양·의정부·구리가, 경기 남부에서는 안양·광명·부천·과천·성남·하남 등이 서울 경계에 위치해 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준서울권에 13곳, 5832가구의 일반분양이 예정돼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준서울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 인프라를 이용하기 쉽다는 것과 서울 집값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벌써 기준금리가 3%대까지 치솟아 주거 부담이 큰 상태서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새 아파트를 보유 할 수 있어 준서울권 물량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공급(예정) 중인 준서울권 주요 단지.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 경기 의정부동 민간임대주택 협동조합이 ‘의정부역 성원상떼빌 리버뷰’를 10년 후 분양 전환형 민감임대 방식으로 공급 소식을 알렸다. 단지는 전 세대 선호도 높은 84㎡ A·B·C·D 타입, 지하 5층~지상47층, 총 171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1~3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 슬세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우수한 생활편의성을 확보했다. 

단지 가까이에는 신세계백화점, 영화관, 대형서점, 의정부 제일시장, 로데오거리, 관공서, 을지대병원 등이 자리해 원스톱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다. 운동시설과 산책로가 조성된 중랑천을 비롯해 추동공원 등 자연환경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500m 거리에 있는 신동초를 비롯해 반경 2㎞에 신곡중, 의정부여고, 상우고까지 초·중·고교가 모두 도보권에 자리한 탄탄한 교육 환경을 더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분양가·시세 상승
‘준서울권’ 경기 저렴한 단지들 주목

사통팔달 쾌속 교통망으로 서울을 비롯한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기 용이하다. 호국로와 3번국도 대체 우회도로가 인접해 있고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로 통하는 의정부IC, 호원IC를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가까이에 있는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뿐 아니라 GTX-C 의정부역(예정), 고양~양주~의정부 연결 교외선(다음 해 재개 예정) 등의 호재가 예고돼있어 교통망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더 싸게
내 집을

분양 관계자는 “10년 후 분양 전환형 임대아파트로 공급하므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편리한 생활인프라와 탄탄한 교통망에 안심학군까지 모두 갖춘 의정부 최중심 입지 프리미엄을 합리적으로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장은 10년 후 분양 전환 방식으로 공급하는 만큼, 청약 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다주택자나 법인사업자 등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 가능하며, 1인 다수 세대 가입도 할 수 있다. 단 최대 전체 세대수의 10%에 한한다. 주택수 미포함이므로 취득세, 재산세, 종합소득세, 양도세 등의 세금 부담이 없다. 지위권 양도 등 양도 제한서도 자유롭다.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 ‘더샵 의정부역 링크시티’가 분양에 나선다. 의정부 캠프 라과디아 도시개발사업 부지에 들어서는 단지다. 지하 3층~지상 최고 48층, 6개동, 총 1401세대 규모다. 타입별로는 84㎡ 1058세대, 112㎡ 339세대, 162㎡ 2세대, 165㎡ 2세대다.

누구나 
청약 가능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 GX룸, 실내골프연습장(전 타석 스크린), 탁구장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존과 작은도서관, 키즈룸, 미팅룸, 오픈스터디룸, 프라이빗스터디룸 등이 마련되는 에듀&비즈니스 라운지 등으로 패밀리존이 조성된다. 실내·외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중앙계단식 카페 형태를 띤 ‘스텝가든카페’를 비롯해 테라스형 게스트하우스, 1인 스튜디오 등 최신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시설이 도입된다.


포스코이앤씨는 단지에 약 25%의 건폐율 설계를 적용하고, 페르마타 가든(숲속 산책로), 스플래쉬 가든(물놀이터), 네이쳐 테라스(중앙광장) 등 다양한 조경을 구성해 쾌적함을 더할 예정이다. 세대당 1.37대(아파트 1928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 입주민 주차 문제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의정부시 주요 교통망인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의정부 경전철역인 흥선역과도 인접해 있다. 경기도 고양시 능곡역서 지하철 의정부역까지 운행하는 노선인 교외선이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어 교통망은 더 편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부역은 GTX-C 노선이 개통 예정된 곳으로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8년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 완공되면 의정부역에서 삼성역까지 5정거장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두드러지는 ‘탈서울’ 현상
9~12월 5832가구 일반분양

단지 바로 앞엔 공공복합청사를 포함한 체육공원과 문화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신세계백화점, 을지대학병원, CGV, 제일시장, 로데오 상권 등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교육환경으로는 의정부서초와 다온중을 도보로 통학할 수 있고 의정부중, 의정부여중·고와 학원 밀집지역도 가깝다.

▲안양자이 더 포레스트= GS건설이 월판선과 만안역(가칭, 계획)을 도보권에 둔 ‘안양자이 더 포레스트’ 아파트를 분양한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일원에 화창지구 주택 재개발로 들어서는 단지로 지하 3층~지상 26층, 5개동, 총 483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49~73㎡, 212가구가 일반분양 예정이다.


입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피트니스클럽, 골프연습장, GX룸, 사우나, 작은도서관, 독서실 등이 예정돼있다. 단지 내 수경시설이 어우러진 다양한 조경도 계획돼있으며 청약 문턱도 낮다. 비규제 지역으로 안양시 및 수도권 거주자 중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2개월 이상 경과하고, 면적·지역별 예치 기준금액을 충족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유주택자 및 세대원도 청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당첨 제한도 없다.

안양 만안구는 좌측엔 광명역, 우측엔 판교신도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만안구서 광명역까지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어 KTX는 물론 인근 이케아, 롯데몰, 코스트코, 중앙대학교 광명병원도 이용하기 용이하다. 광명역에는 신안산선(예정)도 개통을 앞둬 향후 여의도 접근성도 단축된다. 

사통팔달 
쾌속교통

월곶~판교선(월판선) 개통이 예정돼있고 만안역(가칭, 계획), 안양역이 각각 정차될 예정이다. 월판선은 인천 송도역서 출발해 시흥 월곶을 거쳐 성남 판교까지 총길이 34㎞에 달하며, 시속 250㎞로 달리는 급행열차도 계획돼있다. 월판선과 만안역 이외에도 수도권전철 1호선 관악역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KTX광명역도 차로 약 7분 거리다. 

또 화창초등학교가 인접한 ‘초품아’ 단지로 안양중, 안양여중, 충훈고, 안양고로 통학할 수 있다. 와룡산, 꽃메산, 석수산으로 둘러싸인 ‘숲세권’ 아파트로 안양천, 충훈공원, 안양새물공원 등도 누릴 수 있다. 입주는 2026년 상반기 예정.

▲트리우스 광명= 서울 구로구, 금천구와 가까운 경기 광명시 광명뉴타운 제2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진행되는 ‘트리우스 광명’(총 3344가구)도 726가구가 일반분양 예정이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이 공동으로 시공한다. 광명2구역을 재개발한 ‘트리우스광명’이 후분양으로 공급된다.

당초 이름은 ‘베르몬트로광명’이었지만, 분양 직전 ‘트리우스광명’으로 단지 이름을 바꿨다. ‘트리우스’는 트라이앵글(Triangle·삼각형)+하우스(House·집)의 합성어로 건축의 3대 요소(구조·기능·미)를 모두 갖춘 고급 아파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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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