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보내 줘” 불지른 환자 ‘강제퇴원 미조치’ 국립병원 입길

병원 측 “격리 조치 후 안전요원 배치” 반박
“치료 종료되지 않았고 가족들도 원치 않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국가가 운영 중인 서울 소재의 A 병원서 지난 4일, 방화를 저지른 환자를 퇴원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입길에 올랐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화재는 이날 오후 1시10분경, 53병동 11호실서 발생했다. 해당 병원서 화재를 목격했다는 시민 B씨는 “병원 내 식당서 식사를 하고 병실로 올라왔는데 탄 냄새가 나고 경찰분들, 소방공무원들, 형사로 보이는 분들까지 병실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입원 환자 C씨가 병실에 불을 질렀다. 암병동 환자분들은 대부분 연로하시고 거동조차 안 되시는 중환자 분들이 많다”며 “너무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근무 중인 간호사가 소화기로 진압에 성공하면서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날 병실 바닥은 소화기서 나온 소화액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고 병실의 모든 커튼은 걷혔으며 거동이 힘든 환자들은 침대 째 밖으로 대피한 상황이었다.

B씨는 “경찰분들이 C씨를 체포해가는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경찰 등 공무원 인력들이 다 갔는데) C씨 이름이 병실에 그대로 있었다”며 “당연히 퇴원시키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의아해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해당 병원 측은 ‘C씨가 퇴원한 것이냐’는 질문에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 다시 방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병원 민원실에 항의했지만, 병원은 ‘출혈이 있는 환자라서 퇴원은 어렵고 다른 병실로 옮겼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B씨는 “C씨의 방화 이유가 ‘퇴원시켜 주지 않아서’라고 들었다. 끔찍하고 무서운 건 불 지른 사람이 같은 병동의 1인실로 옮겨진 것”이라며 “의료진에게 확인해보니 C씨를 1인실로 격리 조치했는데 ‘인력의 여유가 없다’며 오후 7시 이후엔 보안 인력도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환자 가족과 의료진이 상의해 해당 병실을 잠그기로 했는데도 밤에 불안하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들은 얘기라 정확하진 않지만)더구나 C씨와 가족들은 외국인(조선족)인 것 같다고 추측된다는데, 내국인은 아니라고 한다”며 “현재 입원해 있는 A 병원은 국가서 운영하는 병원이다. 불 지른 환자와 함께 있는 병동 의료진과 환자들은 무슨 죄냐? 누가 보호해주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퇴원시켜 달라’며 불 지른 환자를 무슨 이유로 퇴원시키지 않고 원래 진료과로 옮겨주지도 않고 이렇게 여러 사람에게 불안감을 주는 것이냐?”며 “한국은 불 지른 사람이 환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못하는 거냐? 안 하는 거냐? 너무 무섭다”고 토로했다.

B씨는 “병실에 남아 있지만 병원 측이나 경찰 측에서 환자나 의료진을 보호할만한 어떠한 장치도 없어 불안해 결국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며 “해당 환자의 퇴원 처리와 함께 법의 심판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십이지장 출혈로 내과 병동에 입원했으나 해당 병동에 입원실이 없어 잠시 암병동으로 와있던 환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은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나 고령 환자들이 많아 화재 시 대피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뿐더러 매연 등에도 쉽게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형 인명피해 위험에 노출돼있다.


현행 의료법 15조에 따르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즉,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퇴원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재범 위험이 있는 방화 환자를 강제퇴원 조치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자칫 ‘방화 환자를 방치하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해당 병원 소재의 관할 소방서는 전날 오전 8시에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서 관계자는 “이날 신고 접수 후 5분 만인 8시5분에 현장에 도착했으며 4분 후인 8시9분에 현장을 이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초동대처가 끝난 상황이라 현장을 파악한 후 철수했다”고 부연했다.

진화가 4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진압된 것으로 보인다.

A 병원은 신속하고 적절하게 초기 대응했으며 C씨에 대한 조치도 신속하게 이뤄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날 의료진의 빠른 대처로 병동에 있던 환자 1명의 손등 화상 외 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6일, A 병원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통화에서 “C씨는 출혈이 심한 환자로 퇴원 시 환자가 잘못될 수 있어 손 호보대 착용 후 격리 조치했다”며 “보안 요원 배치 후 30분씩 라운딩도 실시했으며 C씨의 병실 문을 잠그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C씨는 8시경, 자신이 갖고 있던 라이터로 병상 침대보에 불을 붙였다. 이를 라운딩 중이던 간호사가 이를 발견한 후 병실 내 비치돼있던 소화기로 화재를 초기에 진압했다. 직후 C씨를 1인실로 격리 조치한 후 보안 강화 및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진료거부, 난동, 파손 등 불미스러운 행위 시 강제퇴원 조치 대상 아니냐’는 질문에는 “(제보자 및 입원 환자들의)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C씨는 내장출혈이 심해 치료 종료 환자가 아닌 데다 도덕적 의무 등 ‘의료진 판단’ 및 법적 책임도 감안했으며 환자 가족들도 퇴원을 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공병원은 (일반병원에 비해)약자의 느낌이 강하다. 사실 진료거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C씨는 예정대로 지난 5일 오후 1시에 내과 병동으로 이동 조치를 완료했으며 금명간 퇴원 조치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또 현장 체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출동했던 경찰이 C씨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했으나 환자 상태 등을 감안해 상태가 호전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의 방화는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현존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혹은 선박이나 항공기 등에 불을 지르는 범죄 행위로 현주건조물방화죄에 해당될 수 있다.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인 데다 이미 불이 붙었고,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기 때문에 방화미수죄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게다가 방화죄가 성립되려면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확정적 고의가 아닌 현존 건조물에 불을 지른다고 인식했다면 고의성은 인정된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재경 소재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불을 지르는 행위 외에도 부작위에 의한 방화도 죄에 해당된다”며 “예를 들어 불을 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지 않고 방관했다면 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단순 현주건조물방화죄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을 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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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