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있어서 범죄 관련 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분명 범죄 보도는 범죄의 예방이라는 측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하지만 언론의 범죄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적잖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범죄 관련 정보를 언론의 보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사람들은 범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언론의 범죄 보도나 묘사가 때로는 대중의 정확하지 않거나 잘못되거나 왜곡된 범죄 인식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언론이 범죄 실상을 묘사하는 방식에 따라, 사람들은 범죄를 평면거울이 아니라 볼록 거울 또는 오목 거울을 보듯 받아들이게 된다.
일부 노상 범죄는 지나치게 강조돼 볼록 거울로 보듯 과장되고, 경제 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는 오목 거울로 보듯 과소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범죄가 전체 범죄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범죄가 전체 범죄 보도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전체 범죄 중 폭력 범죄는 7%에 불과했지만, 언론의 범죄 보도 절반을 폭력 범죄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왜곡된 인식은 효과적이지 못한 값비싼 공공정책을 양산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기도 한다. 한국은 범죄에 있어서만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시민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공포는 통계 이상으로 높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언론의 영향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필요 이상의 범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사회의 불신 풍조를 만연시키고, 사회·경제활동을 위축시키며, 결과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생각해보라.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시간에 하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제 시간에 하지 못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면 그 얼마나 끔찍한가.
언론의 범죄 보도는 ‘범죄 학습’의 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 다수의 언론은 친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범죄를 생동감 있게 다룬다. 대역 배우까지 동원해 범행을 재연하는 건 예삿일이다. 이는 곧 범행 수법과 기술의 학습은 물론이고 범행 동기의 재강화와 충동의 자극으로 이어지고, 모방범죄를 낳게도 한다.
언론의 지나친 범죄 보도가 사람들의 폭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언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경고하고 있다. 때로는 흉악범이 영웅으로 묘사되고, 흉악범이 저지른 범죄를 더 쉽게 학습하고 따르게도 한다.
범죄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보도 행태는 사람들이 범죄 및 폭력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어 웬만한 사건은 폭력으로 인식하지도 않게 만들며, 그만큼 죄의식 없이 폭력을 행사할 개연성을 높인다. 이 과정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Secondary victimization)’를 초래하기도 하며, 언론 보도를 통해 피해자나 그 가족의 신상이 알려지는 폐단이 부각되기도 한다.
이런 점들을 강조하고자 일본에서는 오래전 <범죄 보도의; 범죄>라는 저술이 출판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언론의 범죄 보도가 범죄 예방이나 범인 검거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까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